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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o May 08. 2021

여행에서 느끼는 소확행

일본 구라시키, 다카야마

 그랜드 캐년의 거대한 자연을 직접 몸으로 느껴보고 무려 기원전에 만들어진 아테네 신전을 눈으로 보고 싶어서 해외여행을 다녔다. 교과서에서 배웠던 역사적인 건물들, 영화에 등장하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곳들을 찾아다니곤 했다. 

 하지만 여기저기 다니다 보니 그 어마어마한 역사적 현장을 직접 보는 감회도 남다르지만 별 것도 아닌 소소한 것에서 느껴지는 즐거움도 꽤 크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특히 일본의 고즈넉한 거리를 걸으며 예쁜 기념품들을 구경하는 것이 나에게는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소확행이었다. 


 일본의 구라시키는 오사카에서 신칸센을 타고 1시간가량이면 도착 가능해 오사카에서 부담 없이 다녀올 수 있는 곳이다. 구라시키 미관지구에 들어서면 작은 운하를 따라서 에도시대 기와지붕 건물들이 이어져 있는 풍경이 눈 앞에 펼쳐진다. 축축 늘어진 버드나무와 오래된 아치형의 돌다리가 물가에 반사된 모습은 한 폭의 그림이 따로 없다. 물 위를 떠다니는 나룻배와 길거리를 서서히 달리는 인력거를 보니 과거로 시간 여행을 온 듯한 느낌이 들었다.

구라시키 미관지구


 

 구라시키는 마스킹 테이프의 본고장이라고 한다. mt 마스킹 테이프의 본사가 구라시키에 있다. 요즘에는 다꾸가 유행이라 우리나라에도 각종 예쁜 마스킹 테이프가 많이 나와있지만 당시에는 이렇게 다양한 디자인의 마테를 처음 봐서 너무 신기했었다. 미관지구의 마스킹 테이프 상점은 내부 인테리어도 마테를 이용해 개성 있게 꾸며져 있었다. 이 귀엽고 감성 터지는 가게의 카운터에 나이 지긋하신 할아버지가 자리 잡고 계셔서 인상적이었다. 구라시키에서 마스킹 테이프의 매력에 빠져버린 나는 쓰지도 않는 마스킹 테이프를 지금까지도 수집하고 있다.

구라시키는 마스킹 테이프의 본고장이다




 구라시키처럼 오래된 옛 골목을 거닐 수 있는 곳으로는 도쿄와 오사카의 중간에 위치한 다카야마가 있다. 이 곳의 산노마치는 에도시대 분위기의 옛 거리가 그대로 남아있다. 구라시키의 거리보다는 좀 더 작고 아기자기한 느낌이다.

다카야마 산노마치



 산노마치의 거리 곳곳에는 공예품 상점들이 많다. 유리공예, 클레이 아트, 종이로 만든 작품 등 그 종류가 다양하다. 소위 말해 예쁜 쓰레기라고, 쓸 데는 없지만 너무 예뻐서 지갑을 열게 된다.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된다. 다른 곳의 기념품들은 조악하고 싼 티가 확 나는 것들도 많은데 반해 일본의 기념품들은 하나같이 다 예쁘고 정성스럽게 만든 모양새이다. 골목 곳곳에 숨은 보석 같은 상점들을 하나씩 구경하다 보면 시간이 훌쩍 가버린다.

산노마치의 공예점


 

 이 곳 거리에는 유서 깊은 사케 양조장들도 많다. 시음도 가능해서 다양한 사케를 맛볼 수 있다. 유자 사케를 주문했는데 술 같지 않고 새콤 달콤한 것이 맛있었다.

후나사카 양조장



 특별히 한 것 없이 거리를 산책하며 상점 구경한 것이 다였지만 발길 닿는 대로 고즈넉한 가옥 사이를 지나다니며 예쁘고 특이한 기념품들을 발견하는 것이 쏠쏠한 재미가 있었다. 엄청 큰 감동과 경험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그때를 생각하면 왜 이렇게 가슴속 깊숙이 간질거리는 느낌과 함께 행복감이 밀려오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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