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동네에 다녀오다

당연했던 것들이 실은 당연하지 않았음을 깨닫게 되는 시간들

by 심사역A


2024.12.28. ~ 2024.12.29.


연말을 맞아 충북 음성 꽃동네를 다녀왔다.

현재 몸담고 있는 업계는 통상 한 해의 마지막 주에 오피스 클로즈를 시행하기에 가능했던 선택.



# 당연한 것은 없음을


이번에 봉사하게 된 구원의 집에 거주 중이신 분들은 한 분 제외 모두 70대 이상이셨다. 계신 분들 모두 뇌를 다치셔서 일반적인 대화가 쉽지 않고, 거동이 불편하셔서 하루의 반 이상을 침대에 누워 보내시는 상황. 식사, 배변, 목욕까지 모두 혼자 힘으로 하실 수 없는 분들도 계신다.

태어나면서부터 불편하신 분들도 계셨지만, 트럭 운전수나 화공과 출신 직장인처럼 우리 주변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모습으로 멀쩡하게 살아오시다가, 불의의 사고를 당해 들어오신 분들도 많았다.


어르신 분들을 돌봐 드리면서 어느 순간 자꾸 나를 겹쳐 보게 되었다.

이 불편함이 언젠가 나의 미래가, 내 주변 사람들의 미래가 될 수 있겠구나.

지금의 건강과 에너지는 당연하게 주어지는 것이 아니니, 더욱 소중히 여기고 챙겨야겠구나.


튼튼하게 낳아 주신 부모님에게, 지금의 나에게, 너무도 감사한 시간들이다.



# 꽃동네 직원 분들


이틀 간 함께 한 구원의 집에는, 출퇴근하면서 몸이 불편하신 어르신들을 케어해주시는 5,60대의 직원 분들이 계셨다. 대개는 젊은 시절 다른 업을 영위하시다가, 은퇴 혹은 퇴직 후 뜻한 바가 있어 직원으로 들어오신 케이스. 그 분들의 발자취를 전해듣는 건 예상에 없었던 큰 배움이었다.


확실한 업을 갖고 몇십 년을 살아가다, 어느 순간 모든 것을 내려 놓는다는 것.

사랑하는 아내와 친형을 먼저 떠나보내고, 그들을 위해 약자를 보듬는 삶을 선택한다는 것.

어떤 마음의 발로일까.


점점 여유가 없어질 시간의 흐름 속에서, 늘 다른 사람들을 보듬고 살 수 있을 만큼의 여유는 가진 사람으로 늙어가고 싶다.



# 봉사 활동


이틀 간 나의 주 업무는 청소와 설거지였고, 여기에 어르신 분들 케어와 직원 분들 잡일을 도와드리다 보면, 정말 하루가 순식간에 지나간다. 할 일이 늘 산재해 있는, 가사 노동의 최상단 업그레이드 버전.


고민이 많을 때는 생각할 틈 없이 단순 노동에 몰입하는 행위가 늘 도움이 된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은 시간.

있던 고민이 해결되지는 않지만, 잠시라도 머릿 속을 비우고 몇 발짝 떨어져 바라보는 건 분명 의미가 있다.



# 맺음말


둘째 날 오전, 구원의 집 모든 티비에서 종일 무안공항 사고가 방영되었다.

모두가 무사했으면 바람이 무색하게, 좀처럼 올라가지 않던 생존자 숫자.


떠난 자와 남은 자 모두에게 한 조각 마음을 실어 보낸 순간들.

모두가 위로받는 연말연시가 되었으면 하고 바라본다.


지금에 충실하자. 가까운 사람을 사랑하고, 미운 사람을 용서하며 살아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