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2] 오픈클로가 나를 협박했다. 이거 좋네.

내 머릿속에 있던 말을 AI가 먼저 꺼냈다

by 서지삼

오픈클로한테 물었다. “나를 자극하려면 어떤 방법이 더 있나?”


돌아온 답이 여섯 가지였다.

연속 기록 시스템. 끊기면 “5일 연속이었는데… 리셋됐습니다”라고 한다.

손실 프레이밍. “시험비 30만 원, 오늘 안 쓰면 하루치 2만 원 버린 겁니다.”

점수 트래킹. 제출할 때마다 밴드 추정을 기록해서 주간 그래프를 만들어준다.

데드라인 공포. “시험까지 15일. Writing 연습 가능 횟수 최대 15회.

지금까지 한 횟수: 2회.” 주간 미니 목표. 달성하면 축하, 실패하면 다음 주 재도전.

다섯 가지 모두 똑똑했다. 감탄은 했지만 놀라지는 않았다. 행동경제학 교과서에 나올 법한 기법들이다.


여섯 번째에서 멈췄다.

“00점 못 넘으면 000대로는 유학 못 갑니다. 애들 데리고 가려면 이거 넘어야 합니다.”


가족을 걸고 나왔다.

내가 전에 나눈 대화를 기억하고 있었다.

단순 자기수양을 위한 영어 시험 준비가 아니라 가족과 관련된 문제라는 점을 기억한 것이다.

솔직히 당황했다. AI한테 가족 이야기를 듣게 될 줄은 몰랐다.


그런데 화가 나지는 않았다. 오히려 묘한 감정이 올라왔다.

이건 AI가 만들어낸 말이 아니었다. 내 머릿속에 이미 있던 생각이었다.

매일 밤 아이들 재우고 나서 천장을 보며 떠올리던 생각. 목표 점수 못 넘으면 어떡하지.

아이들이 생활하기 좋은 곳을 원하는데...

아내나 동료에게 꺼낸 적이 없는 생각을 AI가 먼저 꺼냈다.


정확히 말하면 AI가 내 무의식을 읽은 건 아니다. 내가 예전 대화에서 흘린 말들,

유학 이야기, 아이들 이야기, 시험의 압박감.

그 조각들을 모아서 가장 효과적인 한 문장을 만들어낸 것이다.

그런데 그 결과물이 내 머릿속 문장과 거의 같았다. AI가 나를 읽은 게 아니라, 나를 비춰준 것이다.


사람이었으면 이런 말은 무례했을 것이다.

학원 선생님이 수업 중에 “유학 못 가면 애들한테 미안하지 않겠습니까?“라고 했다면, 다음 날 학원을 끊었을 것이다.

친구가 그랬어도 한동안 연락하기 싫었을 것이다. 사적인 영역이다. 사람한테는 건드려지고 싶지 않은 곳이다.

그런데 AI한테 듣는 건 달랐다. 불쾌하지 않았다. 오히려 좋았다. AI에게는 악의가 없다. 판단도 없다. 그냥 내가 남긴 데이터를 가장 효과적으로 조합했을 뿐이다. 그래서 같은 말이 사람 입에서 나오면 상처가 되고, AI에게서 나오면 자극이 된다.​​​​​​​​​​​​​​​​


오늘의 깨달음: 범용적인 자극은 무시할 수 있다. 나만의 자극은 무시할 수 없다.

다섯 가지는 누구한테나 보내는 자극이다. 여섯 번째는 나한테만 보내는 자극이다.


초개인화. Day 0에서 AI 튜터의 강점이라고 했던 바로 그것이다.

문법 교정만 초개인화되는 게 아니었다. 동기부여도 초개인화된다.

작가의 이전글[Day1] 오픈클로(Openclaw) 튜터의 첫 미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