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판 여행 첫째날 교훈 : 아이에게 적응할 시간을 주라
* 사이판 여행 첫째날의 교훈 *
아이에게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시간을 주라
4박 5일 사이판 여행을 계획했을 때는 기내에서 조심해야 할 것들에만 신경을 썼다
18개월에 크로아티아까지 장거리를 다녀온 태산이지만 그 당시 이착륙때 아이가 울었을 때는 그 이유를 잘 모르고 대처했기 때문이다 기압차이 때문에 불편함을 호소할 수도 있고, 감기기운이 있어서 느끼는 강도가 클 수 있다는 것을 난 몰랐다 그저 덥고 잠이 많이 와서 그렇다고 평소처럼 단순히 생각했으니까
물론 태산이는 첫번째 장거리여행을 즐겁고 안전하게 다녀왔다 기내에서도 제법 잘 놀아주었고 최소한의 찡얼거림이었기에 이번 여행은 그리 어렵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4시간 반 정도의 비행시간은 견딜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 데 다만 감기기운이 있어서 걱정했다 아이들은 놀랍게도 기내에서 잘 버텨주었다
새벽 2시를 넘어 사이판에 도착한 우리가 긴 입국절차를 끝내고 사이판 PIC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3시를 훌쩍 넘겼다 하지만 쌩쌩한 큰 아들은 이날도 여김없이 늦게 잠이 들었다
사이판 PIC 리조트는 골드카드를 주는 데 이 카드가 있으면 삼시세끼를 해결할 수 있다 평소 아침을 즐기지는 않지만 조식 뷔페를 좋아하는 나는 아침에 비몽사몽으로 마젤란이라는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했다 산이는 늦게 잠들어 유모차에 실려갔지만 결국 식사는 하지 못했다 ㅎㅎㅎ 엄마만 냠냠쩝쩝 신나게 먹었다는 이야기~ 난 왜 이렇게 호텔 조식을 좋아하지!?
유모차는 하루 5불로 PIC에서 대여 가능하다 (부지런한 신랑이 아침에 가서 유모차 대여하고 BBQ와 Seaside sunset을 예약했다)
아이들이 자는 사이 리조트를 둘러보니 벌써 아이들이 준비운동을 하고 있다 PIC 리조트에는 키즈 프로그램이 잘 되어있다 아이들을 맡기면 저기 외국인 선생님들과 함께 여러 활동을 한다 만 4살 이후의 아동들이 가능해서 태산이는 다음을 기약했다
유아동반 여행시 유의할 점
"아이에게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시간을 주라"
사실 나는 많이 줬다고 생각했다
늦게 잔 태산이를 점심시간까지 푸욱 재웠고
나름 기분 좋게 일어난 아들과 신 나게 사진찍고 놀았다
우리는 자유여행이었지만 가이드 동행 여정이 있었다
리조트를 둘러보고 나도 잠을 더 자고 일어나서 점심 먹을 틈이 없었다
갤리에서 점심 도시락을 주문하고 태산이와 시설 구경하는 중에 매직 거울을 발견했다 다르게 보이는 자신의 모습이 신기했던 모양인지 방글거리며 재미있어 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몰랐다 닥쳐올 울음바다를... 직접 초코우유도 계산해서 마시던 너였는데...
가이드님과 우리 외 두팀과 함께 사이판을 둘러보기로 했다 사이판은 작은 섬이라 남쪽 끝에 있는 PIC리조트에서 북쪽 끝 새섬까지 30분 정도 밖에 걸리지 않는다 첫번째 사이판 투어는 단 두시간이면 충분하다고 했다 엄마아빠도 함께 있겠다 이 정도는 우리 아들들이면 정말 잘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사이판의 더운 날씨와 바다 근처의 강한 바람의 변수는 예측하지 못했다
그리고 태산이가 잘 적응하는 아이라 놓치고 있었던 ... 낮선 환경과 사람들에게 적응할 시간을 주지 않았던 착오가 있었다 성인 남녀에게도 더운 날씨에 가끔 햇볕 가ㅠㅠ하면서 울었던 것도, 크로아티아에 가서도 현지에 함께 동행하던 패키지 팀들에게 마음을 여는 데 며칠 걸렸다는 것도 잊고 있었다
나는 어쩜 그리 아들을 믿었는가
사이판은 정말 날씨가 좋았다
갑자기 여우비들이 한번씩 오기는 했지만 더운 열기를 식혀주는 하나님의 축복인 것 같았다 아름다운 날씨에 기분이 좋았지만 덥다고 울고 배고프다고 우는 아들들의 아우성에 출발한지 30분도 안 되어 지쳐갔다
먼저 만세절벽으로 갔다 사이판은 일본 통치하에 있었는데 이차세계대전 때 미군에 의한 총공격에 의해 대포 자국들이 곳곳에 있다 이때 일본천왕에게 만세하고 뛰어내린 절벽이다 우리에게 크게 와닿지 않지만 (일본관광객이 정말 많다) 자연경관은 정말 멋진 곳이었다
그러나 첫날에는 차에 내리자마자 깜짝 놀랐다 모자 쓰고 오라더니........ 바람이 세다고 왜 이야기 해주지 않았나요 태산이는 바람 가~를 외치며 울기 시작했다 바람이 불긴 했지만 더운 날씨였기에 시원하게 느껴졌다
흠... 아까는 걸어서 만세절벽까지 오겠다던 녀석이 이번에는 대성통곡하고 운다 처음에는 하도 징징거려서 나도 화가 났는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혹시 역치가 다르지 않을까
태산이에게는 이 바람이 정말 폭풍처럼 느껴지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다들 새섬밑으로 내려 갈때 우리는 뒷걸음쳤다
그늘로만 가도 바람이 덜 불었고 햇살을 피하자, 우리 얼굴에도 웃음이 났다
아까 울던 아이맞니?
하지만.... 그 후 아들은 "리조트까지 걸어가자. 우리 차 어디있어? 가져와~ 집에 가자~"며 울기 시작했다
몇시간 동안 사진이 없다 힘들었다 우여곡절 끝에 리조트로 돌아온 우리는 두팀으로 나눠서 움직였다 태산이와 아빠, 훤이와 엄마... 태산이가 아빠와 물놀이를 하는 동안 좀 걸었다
오늘 엄마의 행동이 옳았는가 생각하면서
엄마가 되니까 왜 이렇게 미안한 게 많은지
엄마는 왜 매번 미안하다고 입에 달고 살아야 하는지
귀중한 선물을 받았기 때문일까
리조트 1층 야외에는 수영장이 있고 반 실내 공간에는 놀이시설이 있다 기념품 파는 가게도 있고 - 걸어가면서 셀카놀이를 한다 앞으로 매달려가는 거 좋아하는 우리 백일된 훤이는 더운 날씨에 땀을 많이 흘렸다 앞으로 보고 가는 것도 좋아하지만 화면에 비친 엄마와 자기얼굴을 가장 좋아하는 아기다
솔솔 부는 바람이 아까 언짢았던 슬픈 오후 시간을 잊도록 도와준다
해지는 모습을 보면 다시 생각한다
'그래 우리 여기 휴양하러 왔지
가족 추억 만들어 왔지
33개월 100일된 아기들이랑 왔지'
아이들에겐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다
어쩜 어른인 나도 필요할지도
유아와 함께 여행한다면 욕심은 버리는게 좋고
아이의 말과 행동에 더 집중하는 게 좋다
물놀이에 푸욱 젖은 나의 큰 아이가 있다
여전히 예쁘고 사랑스러운
내가 사랑하는 모습 그대로의 너가 있다
깜깜한 하늘에는 별들이 수 놓았다
자연의 아름다움...
와아~만 연발하며 목 빠지게 하늘을 쳐다본다
그 위대함 속에 나도 그저 작은 아이인걸
그날 밤, 두 아이가 잠들고 엄마아빠의 반성모드 겸 여행방향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우리가 꿈꿨던 여행은 무엇이며
아이들과 함께 할 때 우리가 버려야 할 욕심은 무엇이며
오늘 우리의 행동은 어땠는가
남편과 이야기하면서 우리는 다음 여행은 어떻게 계획하고 대처해야 할지 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행복한 둘째날을 맞이할 수 있었다
부부의 대화만큼 좋은 건 없는 것 같다
우리의 진지한 대화가 끝나기 무섭게
진짜 무서운 일이 발생했다
아이가 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