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CES 혁신상 열풍, 그 이면을 들여다보다
매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Consumer Electronics Show)'에서는 박람회를 개최하기전 전미소비자기술협회(이하 CTA, Consumer Technology Association)가 세계를 선도할 혁신 기술과 제품에 수여하는 혁신상 수상 기업을 선정하여 발표한다.
필자가 발명한 기술 역시 2024년 초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MWC 2024에 출품하고, 독일 회사(현 미국 회사) 텔레풍켄과 MOU를 체결하는 등 좋은 성과를 낸 실적을 바탕으로 정부 지원을 받아 2025 CES 혁신상 수상에 도전했다. 결과는 지난 10월 31일, 이번 연도에는 선정되지 않았다는 메일이 주최사인 CTA 측으로부터 도착했다.
사실, 수상 발표전 CTA 측으로부터 당신의 기술은 꼭 전시회에 참여해 CES 플랫폼을 통해 홍보해야 한다며서 도움을 주겠다는 메일을 먼저 주최사에서 받은 필자는 혁신상 수상은 따놓은 당상이라며 수상 메일이 언제 올까 기대감에 차 있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이는 CTA측 영업부(sales)에서 보낸 영업메일이었다. 떡 줄사람 생각도 없는데 김칫국을 한사발 들이켰단 옛 속담이 떠올랐다.
언제부턴가 혁신상을 수상하면 세계적인 테크 기업으로 인정받는 기류가 대한민국 전반에서 유행처럼 번지면서 창업 관련 중앙기관 및 지자체들이 너도나도 혁신상 수상 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다. 필자 역시 지원 사업 없이 2023년 CES 혁신상 수상에 도전했다가 실패한 경험이 있는지라 이번 2025년에는컨설팅을 받아 분명 수상할 수 있을 거란 기대감에 사로잡혔었다.
그도 그럴 것이 3회 멘토링을 받고도 100만 원(부가세 별도)의 거액을 컨설팅 비용으로 지불해야 했기 때문이다. 혁신상 수상을 위한 참가 신청비가 999달러인데 이를 제하고도 수상을 위한 컨설팅까지 진행되었다는 말이다. 물론, 컨설팅 업체 덕에 나 역시 혁신상 수상을 했다면 분명 CES를 찬양하고 컨설팅 업체를 칭송했을 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사람이란게 간사해서 그런지 막상 수상을 실패하게 되니 이렇게 까지해서 수상을 했어야 했는가? 라는 의문이 들었다. 분명 누군가에게 내 기술이 잘 설명되도록 효율적으로 잘 포장하려면 당연히 전문가의 도움의 손길도 필요하긴 하겠지만, 현재 창업진흥원 사업을 평가하는 위원인 내 입장에서 볼 때 이 컨설팅은 꼭 정부 지원 사업 따내려고 사업계획서 컨설팅을 받는 모습이나 다름없어 보여 컨설팅을 받는 내내 그리 좋아 보이지 않았다. 굳이 설명하자면 꼭 어릴 적 학력고사 보기 전 족집게 과외를 받는 기분이랄까?
이미 수 많은 국내 기업들이 순수한 마음으로 CES 혁신상 수상에 도전하고 있을 텐데, 막말로 누구는 컨설팅을 받아 조금 모자란 기술도 인정받고 명예를 이야기할때 컨설팅을 받지 못해 아주 완벽히 고도화 된 우수 기술임에도 수상하지 못하는 웃픈 현실도 발생하고 있다는 말이다.
언젠가부터 대한민국의 CES 혁신상 수상률이 높아지고 있다는 기사를 자주 접할 수 있다. 한 번 수상하기도 힘든 상을 연거푸 받았다는 기업의 기사도 나오고 있다. 꼭 미국판 기능 경기대회를 보는 듯 하다. 물론 대한민국이 타국에 비해 많은 수상을 하면 국위선양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기업의 고도화된 기술이라기 보단 그저 잘 포장해 작성해 준 컨설팅 업체의 힘이라면, 혁신상 지원 사업이 누구를 위한 사업이며 이 기술들이 세계 속에서 발휘할 역량은 얼마나 될까? 정부는 스타트업의 글로벌화에 매년 막대한 지원 자금을 투입하고 있지만 실상은 경제적 가치가 있는 수치보단 CES 혁신상을 몇 개 수상했는지에 대한 수치만을 강조해왔다.
혹, 우리는 허울만 좋은 수상에 국민 세금을 낭비하고 목을 메고 있는건 아닌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