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여러 생각

학 學

by 윤여경

벌써 12월이 왔네요. 이제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로운 한 해를 모색해야 하는 시기입니다. 돌이켜보면 올해는 참으로 다사다난했습니다. 한 개인보다는 우리 사회, 대한민국 전체가 들썩이며 크게 변화하는 한 해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30년 전으로 퇴행하지 않고, 조금씩 조금씩 앞으로 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예전에 한창 역사를 공부하면서 역사를 패턴으로 파악하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세계적으로는 400년 단위로 끊어서 패턴을 파악했고, 한국 근현대에 있어서는 40년 단위로 패턴을 파악했습니다.


가장 최근 100여 년을 살펴보면, 1905년 러일전쟁의 여파로 한국은 일본과 을사늑약을 맺어 국제적 주권이 박탈되었고, 이후 일제강점기가 시작되었습니다. 1945년 2차 세계대전이 마무리되며 한국은 해방되었고, 대한민국이라는 새로운 출발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한국전쟁과 냉전시대를 거치며 한국은 군부정권에 시달렸고, 1986년에 이르러서야 민주화에 대한 열망이 고조되었으며, 1987년이 되어서야 대통령을 국민이 뽑는 국민주권시대를 열었습니다.


이런 흐름을 의식하면 자연스럽게 우리는 이런 상상을 하게 됩니다. 그다음 40년은 언제지? 그게 2025년 혹은 2026년입니다. 그러나 2022년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되는 걸 보면서 저는 이 40년 도식을 버렸습니다. 인간이 미래를 예측한다는 것은 우연일 뿐이란 생각으로 저를 달랬죠. 그런데 웬일, 2024년 12월 3일 계엄이 선포되고 국민들이 화려하게 일어납니다. 변화의 퇴행을 지켜볼 수 없었던 젊은 사람들이 들고 나온 응원봉은 새로운 시대, 자신들의 미래를 응원하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그렇게 올 한 해는 제 패턴 예측대로 새로운 변화의 변곡점이 되었습니다. 국가적으로나 제 개인적으로나 참 다행이란 생각입니다. 이제 저는 2065년을 생각할 40년의 여유를 갖게 되었습니다. 그때까지 살아있을지는 모르지만요.


저는 내년에 윤석열 나이로 공식적인 50대가 됩니다. 2,500년 전부터 있었던 인생 도식이 여전히 유효한지 모르겠지만, 공자님은 50대를 지천명(知天命), 하늘의 뜻을 알게 되는 나이라고 했습니다. 지천명에 대해서는 여러 해석이 있지만, 제가 가장 인상 깊었던 관점은 일본의 유학자 미야자키 이치사다의 해석입니다. 그는 지천명을 '자신의 한계를 알게 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50대가 되니 정말 이 말을 실감합니다. 몸과 마음이 예전 같지 않거든요. 호르몬 변화가 생기고, 체력이 현저하게 떨어지면서 자신감이 많이 떨어지고, 미래를 긍정하기보다는 좀 더 부정적으로 보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드라마의 김 부장처럼 이런저런 실수도 많이 하게 되고요.


아무튼 저는 50대가 되었습니다. 공자님이 말한 50대 지천명에 동의한다면, 2,000년 동안 공자님 말씀을 정리한 《논어》를 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제 책상에 항상 붙어 있는 글귀는 논어의 첫 구절입니다.


'子曰 學而時習之 不亦說乎'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윤여경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그래픽디자이너로 디자인을 둘러싼 세상에 관심을 두며, 읽고 쓰기를 반복합니다. <역사는 디자인된다> <런던에서 온 윌리엄모리스> <좋은디자인이란 무엇인가> 졸저가 있습니다.

3,253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최근 30일간 1개의 멤버십 콘텐츠 발행
  • 총 3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
매거진의 이전글개념이란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