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은 빛이다. 빛이 색이란 형식으로 우리 눈에 보인다. 나는 빛이 색이 되어 우리몸에 전달되는 과정을 학생들에게 공을 들여 설명한다. 왜냐면 디자이너는 색을 아주 중요하게 다루기 때문에 색에 대한 통찰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색의 본질에 대한 의문은 항상 남아 있었다. 색은 본질적으로 무엇인가?
-
결론적으로 색은 시간이 공간적으로 변형된 상태다. 물리적으로 설명을 보태면 우주의 본질은 크게 시간과 공간으로 구분된다. 시간이 공간화 된 것이 바로 입자라는 가설적 형태다. 작은 소립자들은 운동을 한다. 운동으로 부딪친 입자들은 새로운 입자들을 만든다. 충분히 커진 입자를 양성자라고 하고, 양성자는 전자와 질서를 이룬다. 그 최소의 질서를 우리는 '수소'라 말한다. 입자는 계속 움직이고 수소와 수소는 결합해 헬륨을 만든다. 이 과정에서 반대로 움직이는 반전자가 나오고 반전자가 전자와 부딪처 광자를 만든다. 광자가 바로 빛이다.
-
좀더 깊게 가보자. 입자는 운동을 하고, 운동은 속도로 측정된다. 속도는 온도로 환원시킬수 있다. 별의 온도를 보면, 별 속에서 입자들의 속도를 대략 가늠할 수 있다. 빛이 속도라면, 색은 온도다. 속도와 온도가 서로를 환원하듯, 빛과 색은 서로 환원된다. 이렇듯 색은 속도라는 시간을 온도라는 공간으로 전환된 중간적 상태를 말한다.
-
기호는 형태와 의미의 관계다. 형태가 감각적 공간이라면, 의미는 생각의 시간이라고 볼 수 있다. 공간은 형태의 중첩으로 이루어지고, 시간은 의미의 나열로 이루어진다. 우주가 공간과 시간이 날줄과 씨줄로 짜여진 천이라면, 기호는 형태와 의미가 짜여진 천이라 볼 수 있다. 시간과 공간의 전환 과정에서 중간적 상태가 존재 하는데 그것이 바로 빛이며 색이다.
-
오르피즘이라는 말이 있다. 현대 미술 초창기에 미술가들은 음악가들의 음표처럼, 문학가들의 문자처럼 미술의 언어형식을 고민했다. 이 과정에서 많은 미술가들이 '색'이라는 독특한 형식에 매달렸다. 인상파의 모네와 고흐, 마티즈와 표현주의자들, 미국의 추상표현주의와 현대의 마크로스코까지 색은 현대미술에서 가장 중요한 독립적 모티브로 존재한다.
-
나는 이들의 작업들을 보면서 항상 신기했다. 색은 중첩되지 않고, 나열되지 않는다. 형태는 전경과 배경이 중첩되어 주체와 객체의 의미관계를 형성하고, 음표와 문자가 나열되면서 새로운 의미가 생성된다. 그런데 색은 중첩되더라고 주체와 객체라는 전경 배경이 없고 그냥 새로운 색이 되어버린다. 나열된다고 해서 의미가 새로 생성되지 않는다. 감각과 생각, 형태와 의미, 공간과 시간의 어떤 중간적 상태에서 어느 한쪽으로 기울지 않는다.
-
색이 무엇인지 조금은 알듯 싶다. 색은 아주 특별한 상태다. 우주에서는 공간과 시간을 매개하고, 기호에서는 이미지와 상징을 매개하는 상태다. 나아가 감각과 생각을 매개하고, 느낌과 맥락을 매개하는 상태다. 참으로 신기하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