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1 on 1 인가, 나와의 대화인가...
지난 글에 이어...
일대일 미팅은 이전 조직에서 경험을 해왔었다.
우리 팀장은 비교적 정기적으로 (두 달에 한 번 정도) 했던 것 같다. 주로 업무 피드백과 현재 상태는 어떤지, 협업하는 동료와의 관계는 어떤지 등의 이야기를 나누었던 것 같다.
일대일 미팅을 통해 얻었던 것 중 가장 좋았던 점은 '상시 피드백'이었다. 내 업무가 우리가 만드는 서비스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내가 하는 커뮤니케이션은 팀의 문화 혹은 동료에게 어떤 식으로 도움이 됐는지 등을 일대일 미팅을 통해 어느 정도는 피드백을 받을 수 있었다. 이런 피드백은 일을 하는데 동기부여가 많이 됐었다.
일대일 미팅은 리더의 중요한 활동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게 아닐까 싶다.
이전 팀에서 경험했던 1 on 1의 좋았던 부분과, 책을 보면서 배온 것을 기반으로 일대일 미팅을 준비했다.
일대일 미팅에서 이야기하려고 한 것
1. 업무를 진행하는데 장애물이 있다면 그것에 대해 논의하고 해소한다.
2. 상시 피드백.
3. 개인 및 팀 관점에서 성장에 대한 이야기.
실천해보자... 그런데 이거 쉽지 않네?
일대일 미팅을 하면서 어려움은 금방 생겨났는데 2주에 한 번씩 진행하고 약 8명과 1시간씩 진행하다 보니 준비하는 시간과 진행시간만 해도 이틀은 족히 걸렸다. 업무시간에는 개발에 집중했던 지라 주로 1 on 1 의 준비는 새벽시간, 주말시간에 했던 것 같다. ( ㅠ.ㅠ 내 여가는... )
면담의 대상자가 더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자리여야 된다고 생각하는데 어떻게 분위기를 만들고, 이야기의 흐름을 이어가는지 고민을 많이 하고 어려움도 많이 느꼈다. ( 나도 그리 외향적인 성격은 아니라서 )
몇 개월 진행을 해보던 중 '팀장의 탄생' 책이 발간되었고, 이 책에 소개된 여러 가지 조언들을 1 on 1에 적용했다.
- 팀장의 탄생 97page 발췌
이상적인 면담은 마치고 나서 팀원이 유익했다고 생각하는 면담이다... 중략...
그렇면 면담을 잘하는 비결은 뭘까? 준비가 관건이다. 서로 무슨 이야기를 해야겠다는 계획도 없이 대화에 임해서는 괜찮은 결과를 얻기 어렵다.... 이때는 이렇게 하면 좋다.
- 최우선 순위를 확인한다 : 팀원이 좋은 성과를 거두기 위해 각별히 신경 써야 할 업무 1~3개가 무엇인가? 그 업무를 잘 처리할 수 있도록 당신은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가?
- '좋은 성과'의 기준을 일치시킨다 : 성취해야 하는 결과에 대해서 당신과 팀원의 생각이 일치하는가? 당신과 팀원이 생각하는 목표나 기대치가 동일한가?
- 피드백을 주고받는다 : 당신이 어떤 피드백을 주면 팀원에게 도움이 되고, 팀원이 어떤 피드백을 주면 관리자로서 당신의 역량이 향상되겠는가?
- 현재 상황을 파악한다 : 가끔은 팀원의 전반적인 심리 상태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도 좋다. 요즘의 마음가짐은 어떤가? 무엇이 만족스럽거나 불만족스러운가? 그동안 변경된 목표가 있는가? 최근에 무엇을 배웠고 앞으로는 무엇을 배우고 싶은가?
발췌한 내용 이외에도 책에는 구체적으로 어떤 질문들을 해보면 좋을지에 대한 내용들이 많이 있다. 몇몇 질문을 일대일 미팅할 때 미팅하기 전 미리 공유하고 이야기를 나눠보는 식으로 진행을 해봤다.
이 방법은 면담 대상자가 면담을 준비할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만들고, 질문에 대해 생각하면서 1 on 1 시 이야기를 먼저 꺼낼 수 있는 상태로 만들어주는 효과가 있었다.
구체적인 질문을 만들어서 실천했을 때의 자료 ( 팀장의 탄생에 소개된 내용들이다. )
- 지금 제일 신경 쓰이는 게 무엇인지?
- 이번 배포에 중요하게 처리해야 할 사안이 뭐라고 생각하는지? ( 담당업무가 아니더라도 )
- XX가 생각하는 좋은 성과의 기준은 어떤 것인가요?
- 1 on 1 시간을 잘 활용하려면 이 시간에 우린 뭘 해야 할까요?
- 제가 어떻게 하면 XX가 더 성공할 수 있을까요?
- 오늘 1 on 1 은 어땠나요?
솔직함 유도하기
실리콘 밸리의 팀장들과 이외 서적에서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부분은 "솔직함"이다. 실리콘밸리의 팀장들에서는 특히 강조되는데 "완전한 솔직함"의 방법으로 두 가지를 이야기한다.
- 개인적 관심
- 직접적 대립
여기서 직접적 대립은 특히 어려운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실리콘 밸리의 팀장들 51 page 발췌
상사로서 직원에게 직접적으로 이의를 제기하는 것보다 더 힘든 대목이 있다. 그것은 직원이 당신에게 직접적으로 이의 제기를 하도록 만드는 일이다. 상사가 직원에게 하는 것처럼, 직원도 상사에게 직접적으로 대립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당신이 화가 나거나 불쾌할 만큼 충분히 직접적으로 이의를 제기하도록 허용해야 한다.
카카오는 신충헌 ( 신뢰 충돌 헌신 ) 문화를 강조하고, 나도 이전 팀에서 많이 충돌했었기에 충돌이 주는 좋은 이점에 대해 알고 있다. 하지만 이 부분은 오해를 사지 않도록 말하는 연습도 많이 필요하고, 기본적으로 신뢰가 많이 뒷받침되어있어야 한다.
또, 수평적인 조직문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솔직함을 유도하는데 정말 효과적이었다고 생각하는 것이 있다.
나의 약점을 먼저 드러내는 것이다. 내가 업무 중 실수했던 부분이나, 고민거리, 잘 모르는 것들에 대해서 숨기지 않고 솔직하게 먼저 이야기해보는 것이다.
일대일 미팅에서 한번 나의 고민에 대해서 솔직하게 이야기해봤을 때가 있었다. 이때 공통적으로 팀원들의 반응은 아래와 같았다.
"재밌다. 이런 고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못했다."
"좀 더 서로 간의 유대가 생긴 것 같다."
"파트장 웨이드가 아닌 인간적인 웨이드를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이후 상대방도 더 자신의 이야기, 스스로 약점이라고 느끼는 부분도 더 이야기해줬었던 것 같다.
나도 고민거리를 이야기하면서 해소되는 부분도 있었기에 여러모로 좋은 방법인 것 같다.
<제리 맥과이어 1996 > "나를 돕는게 곧 자네를 돕는거야 Help me, help you"
실리콘 밸리의 팀장들 page 52
이 영상에는 제리와 그의 클라이언트 로드가 말싸움을 벌이고 나서 로드가 제리에게 말하는 명대사가 나온다.
"그게 우리의 차이점이라고. 자넨 우리가 싸우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나는 마침내 우리가 대화를 시작했다고 생각해!"
비판적인 피드백 진행하기
솔직함을 유도해보기 위해서 일대일 미팅에서 서로를 위한 부정적인 피드백을 해주는 시간을 가져봤다.
아래 피드백은 내가 면담 대상자에게 요청해서 받은 부정적인 (비판적인) 피드백이다.
- wade 가 다음에 뭘 할지 감이 잘 안 잡혀요. 좀 즉흥적인 면이 있는 것 같아요.
- 복잡도를 낮추고 프로젝트 전체적으로 모듈화에 좀 더 신경 써야 하지 않을까요?
wade 가 그런 부분에 지금보다 노력을 기울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 코로나가 심각하지만 팀원 간 대화가 많이 부족한 것 같아요.
팀원들이 좀 더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는 방법을 wade가 고민해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 저는 회사에서 진행되는 여러 일들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잘 모르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wade 가 좀 더 공유를 활발하게 해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런 피드백은 나에게 정말 도움이 된다. 무엇에 더 신경 써야 하는지, 어느 정도 범위까지 노력하는 것이 좋은지 구체적으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내가 해야 할 일이 더 명확해진다.
*물론 쉽지 않은 일들도 많다. 코로나 시대에 팀원들이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방법 같은 것들이 그렇다.
내가 면담 대상자에게 한 비판적인 피드백 중 기억에 남는 내용이다.
- X는 꼼꼼함이 부족해요. 오타도 잦은 편이고, 코드를 정돈 안 되어서 있는 걸 PR 때 공통적으로 언급되는 경우를 많이 봤는데 좀 더 이 부분에 싱경써보면 좋을 것 같아요.
- Y는 시니어 개발자니까 좀 더 주니어 개발자들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것들이 많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그 활동이 너무 부족하다고 생각해요.
- Z는 질문을 하기 전에 먼저 내용을 파악하지 않고 질문하는 편이에요. 조금이라도 살펴보고 질문하면 대답해주는 사람과 길지 않은 대화로도 이해를 높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팀장의 탄생' page. 121
지금까지 받았던 피드백 중에 가장 좋았던 피드백을 생각해보자.
그게 그렇게 큰 의미가 있었던 이유는 무엇인가? 모르긴 몰라도 그 피드백으로 인해 '행동이 변화'함으로써 '더 나은 인생'을 살게 됐기 때문일 것이다. ~후략~
1 on 1을 할 때에 종종 하는 말이 있다. "근황을 묻고 그냥 서로 좋은 이야기만 나누다가 끝나는 면담은 별로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요. 적어도 뭔가 얻어 가는 게 있으면 좋겠죠"
서로 간의 소중한 시간을 쓰는 만큼 무언가 얻어갈 수 있다면 좋지 않을까?
스스로 설정한 도전적 과제 달성하기
수개월간 진행했던 많은 일대일 미팅 중 상호 만족도가 가장 높았던 것을 소개해보려고 한다.
한 달간 "도전 적인 과제"를 선정하고 그것을 함께 진행해보고 그것에 대해서 회고해보기로 했다.
두 명에게 이것을 시도했고, 구체적인 방법은 이러했다.
- 면담자가 현재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을 채우기 위한 목표를 설정한다.
- 평가 근거와 평가 지표를 면담자 스스로 설정한다.
( 이 과정에서 나는 근거와 지표가 무리가 있진 않은지 객관적인 의견을 제시한다. )
- 진행과정 중간중간 피드백 & 실행을 같이 한다.
( 일주일에 1~2회는 했던 것 같다. )
- 한 달뒤 일대일 미팅에서 면담자가 스스로 결과를 평가하고 그에 대한 의견을 나눈다.
나도 이때가 기억에 가장 많이 남기도하고 면담자의 만족도도 높았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이 방법에 문제점이라고 생각되는 건 피로도가 높다는 것이 다. 도전적인 목표를 설정하기 때문에 실행 단계도 쉽지 않고, 비판적인 피드백이 오고 갈 수밖에 없다. 솔직함과 신뢰가 쌓여있더라도 쉽지는 않은 일이다.
정체됨을 느낄 때는 한 번씩 시도해보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
회고: 오늘 일대일 미팅은 어땠나요?
초기부터 일대일 미팅의 마지막은 회고로 끝낸다. "오늘 일대일 미팅은 어땠나요?"
면담자와 그날의 미팅을 이야기 해보는 것, 회고는 다음을 더 풍부하게 만들기 위한 과정이다. 적어도 오늘보다 내일이 더 나아야 하지 않겠는가.
혼자하는 회고 또한 효과적이었다.
1 on 1 했던 내용을 객관적인 시각으로 복기해보다보면, 이따금 구체적으로 일대일 미팅의 장점을 더 높일 수 있는 방법이 떠오른다거나, 의미 없이 주고받았던 대화들이 보이곤한다. 그래서 필요 없어지는 항목들이 생기곤 했다.
회고를 위해 1 on 1 내용을 기록하는 것은 분명 도움이 되지만 너무 자세히 적다 보면 대화에 집중하기 힘들다. 정말 필요한 내용만 적고 대화에 집중한 뒤 면담이 끝나면 기록하는 것이 가장 좋은 것 같다.
1 on 1 을 하는 주에 마지막 면담이 끝나면 진이 다 빠진다.
누군가와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은 항상 힘든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어느 순간 그동안 해온 1 on 1 을 기억할때면 그 사람과 일을 하면서 즐거웠던 추억중에 하나가 되어있는 것 같다.
앞으로도 더 좋은 1 on 1 을 하기 위해 노력해봐야 겠다.
마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