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늘 여유 있게 도착하던 지하철을 놓쳤다. 서둘러 뛰어보지만, 이미 문은 닫혀버렸다. 오늘은 중요한 회의가 있는 날인데, 지각이라니. 마음은 조급해지고, 땀은 흐르고, 자책이 밀려온다. ‘나는 항상 시간을 잘 지키는 사람인데...’ 이 작은 사건 하나가 온종일 마음을 흔든다.
생각해 보면, 우리 대부분은 스스로에게 붙여놓은 ‘이미지’가 있다. 나는 성실한 사람이다, 나는 실수하지 않는다, 나는 책임감 있는 부모다, 나는 항상 침착하다. 그런데 뜻밖의 실수나 예상 밖의 상황이 그 이미지를 흔들면, 상황 그 자체보다 그 이미지가 깨지는 것에서 더 큰 고통을 느끼게 된다.
한 고등학생이 있었다. 그는 학교에서 모범생으로 통했고, 항상 1등을 놓치지 않았다. 하지만 어느 날, 시험에서 큰 실수를 했고 성적이 급격히 떨어졌다. 부모님은 괜찮다고 말했지만, 그는 며칠 동안 밥도 제대로 못 먹고, 말수도 줄어들었다. 그를 괴롭게 한 건 성적이 아니라 ‘나는 성적이 항상 좋은 사람이어야 해’라는 자기 이미지였다. 그 이미지가 흔들리자 그는 자신이 무너졌다고 느꼈다.
사람들은 종종 실패나 실수 앞에서 ‘내가 왜 이렇게 약하지?’라고 자책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 상황이 우리를 무너뜨리는 것이 아니다. 나에 대한 이상적인 이미지, 그 완벽한 자아상이 깨어질 때 우리가 겪는 감정의 파도가 더욱 큰 법이다.
문제는 우리가 종종 그 이미지를 진짜 ‘나’라고 착각한다는 데 있다. 그래서 무너지는 건 단지 상황인데도, 내 존재 자체가 무너진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하지만 사실 그 이미지는 내가 스스로 쌓아 올린 허상일지도 모른다. ‘나는 늘 완벽해야 해’, ‘나는 실수하면 안 돼’, ‘나는 좋은 사람이어야 해’. 이 이미지들은 우리가 스스로에게 씌운 필터와도 같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정답은 '나의 이미지에 대한 집착을 인정하는 용기'에 있다.
실수했을 때, "내가 왜 이랬지?"보다 "나는 실수도 하는 사람이구나"라고 말해보는 것. 기대에 못 미쳤을 때, "나는 왜 이렇게 부족할까?"보다 "오늘은 조금 흔들렸네"라고 다독이는 것. 그렇게 나의 이미지가 무너질 때마다, 무너지지 않으려 애쓰기보다는, 무너진 자리에 진짜 나를 다시 세워보는 것.
진실과 마주하면 상황은 작아지고, 우리는 마음속 거울에 비친 자기 이미지를 내려놓을 수 있다. 바람이 스치고, 햇살이 따뜻하게 내려앉는 그 순간처럼, 삶이 훨씬 가볍고 부드럽게 느껴진다. 내가 나를 더 너그럽게 바라볼 수 있을 때, 비로소 상황도, 감정도 가볍게 다룰 수 있게 된다.
“지금 힘든 건 상황 때문일까, 아니면 내가 붙잡고 있던 나의 모습 때문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