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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얄루루 Feb 20. 2022

어쩌다 그린란드(12) 하이킹을 해보자

에어비앤비 숙소 벽에 붙어있었던 일루리사트 하이킹 루트

출처: 여행사 world of greenland

옐로, 블루, 레드 트레일이라고 불리는 3가지 루트가 있었다. 평소에 운동을 1도 안 하던 저질체력의 우리였지만 먼저 체험한 소감은 ‘나름 할만한데?’였다. 대부분이 평야 수준이었고 산이 있어도 제주도 오름보다 낮은 정도여서 부담 없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곳이었다.


혹시 길을 잃지 않을까 걱정이 될 수도 있겠지만,

이렇게 잘 보이는 곳에 루트 색깔들이 바위에 칠해져 있어서 헤맬 이유가 없었다. 쓸데없는 객기만 부리지 않는다면 위험할 일도 없는 그런 곳.


우리는 숙소와 가까웠던 옐로 트레일부터 걷기로 했다.

날씨는 확실히 좋았으나 그동안 쌓였던 눈 때문에 어디를 밟아야 할지 감이 안 왔다. 먼저 떠난 어떤 이의 발자국을 따라왔건만 흔적도 없이 그 걸음이 사라졌다. 어쩌겠나 길이 없다면 개척하자, 발 딛는 대로 가기 시작했지만 발은 푹푹 빠지고 일부 구간은 진짜 불쌍하게 기어 나왔다. 잠깐 호흡을 고른 후 뒤돌아보니 여행객으로 보이는 또 다른 일행이 우리가 밟아온 그 말도 안 되는 발자국을 따라 걷고 오고 있었다. 우리가 베테랑처럼 보였다면 미안하지만 이 얼마나 어이없고 민망한 상황이었는지 중간 휴식지에서 잠시 걸음을 멈춰 그들을 먼저 보내주었다. 그러면서 시작할 때 따라간 발걸음도 길을 모르는 초심자의 흔적이었을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누구인지도 모를 사람의 뒤를 단지 먼저 갔다는 이유로 따라간다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면 안 되는 것. 앞으로 살아가는 데 있어 마음에 새겨야 하는 작은 경험도 이번 여행에서 가져갈 수 있었다.

1시간 정도 걸었을까 바다와 맞닿은 곳에 도착했다.

먼저 보냈던, 이상한 나의 길을 따라온 여행객들...
지쳐 보이는 친구

옐로 트레일을 다 걸어보고 싶었으나 길이 조금 미끄러워 보여서 여기까지 걷기로 했다. 아쉬운 대로 인생 샷이나 남겨보자 하면서 사진을 몇 컷 찍어보았다.

평소 다른 사람 사진만 찍어주거나 풍경사진만 찍어 버릇해서 그런가 카메라 앞에서 포즈 잡는 건 너무 어렵다. (그런 것치곤 다채롭게 찍혔다ㅋㅋ)

 어찌 됐던 뒤돌아보니 한눈에 보이는 일루리사트 도시의 전경. 알록달록한 집들의 색깔이 귀여웠다.

너무 지쳐서 숙소에서 쉬고 싶었던 마음을 대변해본 뒷모습
내려오는 길에 있던 동상. 궁금했지만 계단을 올라가기엔 힘들어서 궁금증을 참았다


힘들었던 여정을 마치고 보정이 하나도 안 들어간, 핑크빛 하늘의 일루리사트의 노을과 함께 오늘 하루도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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