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의 거리낌 없는 질주속에
인간의 가치는 뒷전으로밀려
안전 및 환경 중시 노력 통해
행복을 추구하도록 도와줘야
문명과 야만을 가르는 기준은 무엇일까? 여러 개의 답을 꼽을 수 있다.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도 그 중의 하나다. 공동체 구성원을 동료로 존중하는 곳에서는 협력과 조화를 기대할 수 있다. 그렇지 못하면 불신과 갈등은 심화된다.
영국 의회는 1833년 공장법(Factory Act)을 도입했다. 섬유공장에서 9살 이하 어린이의 고용을 금지하는 한편 13살 이하의 최장 노동시간을 9시간으로 제한했다. 야간 작업도 더 이상 허용하지 않았다.
그 당시 기준으로는 파격적인 내용을 담았다. 미성년 노동자가 하루에 보통 16시간이나 일할 때였다. 영국 의회는 어린이와 여성의 노동 조건 개선에 착수했다. 상당수 공장주들이 반발했지만 사회 존속을 위해 타협을 수용했다.
산업혁명은 숙련 노동자의 몰락을 가져왔다. 리처드 아크라이트(Richard Arkwright)가 방적기를 발명하자 미숙련 노동자도 얼마든지 실을 뽑을 수 있게 됐다. 숙련 섬유 노동자는 나락으로 떨어졌다. 숙련 노동자의 지위와 생활수준은 추락했다.
자본가들은 어린이나 여성노동자들을 선호했다. 남성 숙련 노동자에 비해 매력적인 존재였다. 쥐꼬리만한 임금에 장시간 노동도 받아들였다. 개인 또는 조직적으로 저항하는 일도 드물었다.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을경쟁력을 높이는 수단으로 정당화했다. 싼 값에 제품을 판매하기 위해 노동비용을 최소 수준으로 억제했다. 임금이 한 푼이라도 오르거나 노동시간이 단 10분이라도 줄어들면 가격 경쟁력을 떨어뜨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비용 축소를 신앙처럼 고수했다.
영국은 산업혁명 초기에 충분한 자본을 조달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은행은 새로운 투자 자금 수요에 대응치 못했다. 주식회사 제도도 정비되지 않았다. 주주의 유한책임 원칙이 도입된것은 19세기 중반 이후다.
산업자본은 내부 자금을 투자 재원으로 활용할 수 밖에 없었다. 생산 비용을 억제함으로써 이윤을 늘려 사업 확장에 투입했다. 자본가들도 재투자 자금을 늘리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맸다.
노동자 착취도 당연시했다. 절약은 최고의 미덕으로 칭송됐다. 국가적으로 노동자의 저임금을 절약수단으로 미화했다. 인도주의자들도 해외의 흑인 노예 제도를 비난하면서도 국내 노동자의 열악한 생활은 국민적 번영의 상징이라고 합리화했다.
허술한 복지 정책도 노동자착취에 일조했다. 영국은 1795년부터 스피넘랜드 제도(Speenhamland system)에 따라 저임 노동자 가정에 보조금을 지원했다. 최저 생활수준을 보장한다는 취지에 따라 가족 수를 기준으로 보조금을 제공했다.공장주와 지주는 보조금 지원을 이유로 임금을 낮췄다.
스피넘랜드 제도는 출산율을 끌어올렸다. 인구가 늘어나자 저임금 어린이 노동력도 확대됐다. 자본가 입장에서는 굳이 성인 남성 노동자를 고용할 이유가 없었다. 노동시장에서 성인 남성은 퇴출됐고, 미성년자와 여성이 그 자리를 채웠다. 노동자 가정의 궁핍은 심화됐다.
노동 조건 개선을 요구하는목소리는 갈수록 높아졌다. 노동자들은 정치를 통해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차티스트(Chartist) 운동을 전개했다. 참정권 확대를 통한 의회 개혁이경제적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믿었기 때문이다. 차티스트 운동은 노동 조건 개선에 기여했다.
19세 비정규직 노동자가 ‘위험의저가(低價) 외주’ 광풍 속에 목숨을잃었다. 서울메트로의 경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외주업체는 서울메트로 퇴직자의 인력 관리 부담을 떠안았다. 실제로 위험한 업무에 투입되는 노동자에게는 그에 상응하는 안전과 보상을 제공할 수 없는 구조다.
시장은 투자 수익률을 유일한 잣대로 삼는다. 그저 돈을 많이 벌기만 하면 된다. 그 밖의것은 고려하지 않는다. 자본에 최대한의 자유를 허용한다.
하지만 국가나 사회는 달라야한다. 인간의 자유를 최고의 가치로 추구해야 한다. 일체의 구속에서 벗어나는 ‘소극적 자유’가 아니라 행복의 실현을 도와주는 ‘적극적 자유’가 필요하다. 인간이 행복을 실현할 수 있도록 온갖 장애물을 제거해줘야 한다. 안전이나 환경 문제는 시장이 아니라 사회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게 맞다.
자본에만 자유를 허용한다면‘야만’의 딱지를 떼어낼 수 없다. 인간을 위해 자본의 자유를 제한할 수도 있다. 사람을 위한 자유는 문명의 필요조건이다.
참고문헌
1) G. D. H. 콜 지음. 김철수 옮김. 2012. 영국 노동운동의 역사. 책세상
2) 에릭 홉스봄 지음. 정도영 차명수 옮김. 1998. 혁명의 시대. 한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