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숲지기의 에세이
“자기야, 카트가 잘 안 밀리는데?”
“그래? 어디 보자. 뒷바퀴가 이상하네.
앞쪽으로 향해 있지 않고 양쪽으로 벌어져 있어.
다른 카트로 바꿔오는 게 낫겠다. 잠깐만 기다려봐.”
신랑이 다른 카트로 바꿔오자, 좀 전과는 달리 원하는 방향으로 잘도 굴러간다.
두번째 선택한 카트는 앞,뒤 바퀴 모두 휠 얼라이먼트가 잘 되어 있었다.
4개의 바퀴가 한 방향으로 균형을 이룰 때 잘 굴러가듯
삶에도 4개의 에너지 영역인 신체, 정서, 정신, 영성 영역이 균형(Coherence)을 이룰 때
평안한 상태를 유지하고 명료하게 사고할 수 있다는 것을 회복탄력성 공부를 하면서 알게 되었다.
이 녀석들은 한 영역의 에너지가 고갈되면 또 다른 영역에 영향을 주기도 하고 받기도 한다.
반대로 충전된 영역이 고갈된 영역으로 에너지를 주기도 한다.
난 7년동안 회복탄력성의 4가지 영역을 골고루 훈련하고 나누며 제법 마음 근력을 키워왔다.
허리 디스크로 탈이 나기 전까지는.
2018년 10월, 허리 디스크로 고생했던 나는 4년만에 어느 무더운 여름날...
다시는 마주하고 싶지 않은 고통과 마주하게 되었다. 유명한 운동 유투버의 홈트에 나온 데드 리프트 동작을 따라하다가 허리를 삐끗한게다. 며칠 묵직했다가 사라질 줄 알았다. 하지만 대퇴부까지 내려온 기분 나쁜 저릿함은 신경주사를 맞는 시술실로 안내했다. 통증이 지속되자, 일주일 만에 정형외과를 다시 찾았다.
“좀 어떠셨어요?”
“저릿한 통증이 더 심해져서 밤잠을 설쳤어요.
“아, 그래요? 화요일(2차 신경주사시술)이후에는 어떠셨어요?”
‘지금 방금 설명 했잖아! 뭐 들은 거야!’
통증은 사람을 예민하게 만들었다.
뾰족하고 날 선 생각들이 순식간에 의사의 모가지를 잡고 흔들 것 마냥 달려들었다.
순간, 나의 예민함을 알아차리고 호흡하며 모난 생각들을 다독였다.
‘더 상세한 증상을 표현해달라는 거겠지.’ 하고 말이다.
“종아리가 심하게 저려서 혼자 양말을 못 신겠어요. 앉아있기도 불편하고요.
원래 허리 디스크 신경주사를 2번 맞아도 이렇게 효과가 없는 환자들이 있나요?“
“그럼요.”
의사 선생님께 질문을 던져놓고는 후회했다.
표정변화 없이 응답하는 그의 모습이 환자의 의례적인(?) 질문에
습관적으로 답하는듯 사무적으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네. 1차에 좋아지는 분들도 계시고 3차까지 맞고 천천히 호전되시는 분들도 있어요.”
덧붙인 설명에도 기운이 차오르지 않았다. 한달 전보다 통증이 점점 심해졌기 때문이다.
결국 3차 신경주사를 맞기로 결정하고 진료실 밖에서 서성였다.
잠시 후, 시술준비를 마치셨는지 신경주사실 앞에 파란색 수술복을 입은 간호사가
내 이름을 불렀다.
“김근하 님! 들어오세요.”
시술 실 침대시트에 엎드린 상태에서 심호흡을 하며 선생님을 기다렸다.
진료실 문이 열리고 드디어 담당 선생님이 들어오셨다.
주사액 뚜껑이 철제받침(?)에 떨어지는 소리,
‘스~윽’ 피스톤을 통해 주사액이 빨려 들어가는 소리.
두 눈을 질끈 감고 엎드려 있으니 공포스럽게도 청각이 더 살아나 귓가에 맴돌았다.
“자, 시작하겠습니다.”
선생님은 차가운 알콜 솜을 꽁지 뼈를 중심으로 지름 20cm 원을 그리며 소독하기 시작했다.
알코올 솜의 찬 기운이 온 몸을 마비시키는 듯 얼어붙었다.
“자, 이제 주사 놓겠습니다. 조금 따끔합니다.”
2018년에도 허리시술을 받은 경험이 있었기에 따끔함 쯤은 참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헛!”
의사는 환자의 ‘헛’소리가 익숙한 지 아무런 리액션 없이 빠르게 다음 순서를 진행했다.
“자, 주사는 잘 꽂아졌고요. 이제 주사액을 투입하겠습니다.
다리가 마비되는 것처럼 저릿해서 좀 놀라실 수 있어요. 조금만 참으세요.“
서서히 들어가는 주사액이 쿨민트 리스테린(강력한 프라그 억제제)을 혈관에 통으로 부어 넣는 듯
서늘한 느낌을 주고 있는 그 순간, 혈관에 마비가 오듯 저릿함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뜨…악…”
간호사가 다리를 지그시 눌러주지 않았다면
소금에 뿌려진 미꾸라지 마냥 정신없이 파닥거렸을 것이다.
“환자분! 움직이시면 안 돼요.
힘 빼세요. 힘주시면 안 돼요.”
간호사의 우렁차면서 다급한 목소리! 나의 움직임이 시술에 미치는 위험도를 느끼기에 충분했다.
‘그런데요…당신이 누워 봐요. 척추에 대바늘을 꽂고 있는데 허리에 힘을 빼기가 쉬운지.
전기 충격을 주는 것 같은 이 시술, 언제 끝날까요?
그럴수록 호흡해. 김근하…호흡…호흡…후….하….후…하....’
3초의 짧은 이완은 아쉽게도 오른편에 이어 왼편에 주사액이 들어가자마자
“아....아....악.....”
천고를 찌를 듯한 비명 소리와 함께 금새 눈가에 눈물이 차 올랐다.
두 어깨는 사시나무 떨 듯 흔들리고 두려움과 공포감은 식은 땀을 불러왔다.
그런 내가 측은해 보였는지 간호사는 어깨를 토닥이며 말했다.
“에구…많이 아프시죠…”
눈물을 글썽인 채 시술실을 빠져나왔다.
정면으로 걸어가지 못하고 자꾸 왼쪽 벽면을 향해 걷는 나.
휘청거리다 벽에 잠시 몸을 기댔다.
수납창구 앞까지 간신히 걸어가 처방전을 받고는 병원 복도를 빠져나왔다.
여름과 가을의 그 어느 경계선에서 내뿜는 따사로운 햇살이 1층 로비에 가득 드리워져 있었다.
정류장을 향해 걷는 순간, 등에 내리꽂는 햇살.
온통 주사바늘처럼 따갑게 느껴졌다.
통증은 한 순간에 삶의 명랑성을 바닥으로 끌어내렸다.
어쩐다.
" 이상해. 몸이 앞으로 안 걸어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