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봄.
직업상담사 공부를 시작했다.
공부를 시작할 때 1차 시험까지 2개월정도가 남아있었다.
어렸을때 공부를 꽤 했었으니 2개월만이라도 열심히 하면 합격을 할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다.
돌이켜보면 봄에 무언가를 시작한다는 것 자체가 조증의 전조증상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2개월이면 합격할 수 있을거라는 근거없는 낙관 또한 말이다.
시험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만큼 평소의 생활패턴과는 다르게 무리를 했다.
잠까지 줄여가며 타이트하게 공부를 했다.
보고있는 강의를 1회독은 해야 시험을 볼 수 있을텐데, 사실 그 때 공부를 시작한걸로는 전 강의를 보는 것 조차 벅찬 시간이었다.
공부를 할수록 점점 더 예민해져갔다.
일을 못하는 신입사원들을 가만두질 않았다.
평소같으면 ‘수습이 왜 수습이냐. 일을 못하니까 수습이지.’라고 이야기하면서 신입사원이 제대로 업무처리를 할거라는 기대조차 하지 않았다.
하지만 예민해지기 시작하니 스스로 평소에 그런 마인드를 가지고 살았다는걸 믿을 수 없을정도였다.
업무처리를 똑바로 하지 않은 다른 팀원을 혼내기 위해 그 팀까지 찾아갔다.
평소엔 조용히 팀장님께 가서 해당 사원이 어떤 업무처리를 잘못했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시정을 위한 피드백을 요청을 했었다.
하지만 예민함이 폭발하고 나니 팀장님께는 하소연을 하듯 감정을 쏟아냈고, 피드백 요청은 피드백 요청대로 하면서 해당 팀에 쫓아가서 그 사원에게 쓴소리까지 하고나서야 기분이 풀렸다.
병을 모르는 사람이 조울증이라는걸 눈치챌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팀장님이 “아이, 신입이잖아요. 진정해요. 요즘 화가 많아.”라고 이야기 할 정도로 화를 참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다른사람들이 보기에도 내가 평소와는 다르다고 느껴질 만큼 날카롭고, 예민하고, 공격적이었다.
관해기가 시작된 이후의 ‘평소의 나’와는 다른 공격적인 내 모습이 낯설었다.
그리고 그 낯설다는 감정이 ‘이게 조증의 전조증상이구나.’를 명확하게 느끼게 해주었다.
그 휘몰아치는 감정과 불쾌함 속에서도 조울 재발은 죽기보다 무서웠다.
나는 2017년 가을에서야 관해에 들어섰고, 처음 조증 재발증상이 왔던 이 당시엔 관해 초기였다.
조울 전조증상을 어떻게 대처해야하는지에 대한 지식이 없었다.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조치를 취했다.
조울 재발의 원인 중 하나가 수면감소라고 명확히 안건 아니었지만, 공부일거라는데에 생각이 미쳤다.
그래서 공부를 중단했다.
그리고 예민함이 올라올 즈음이 병원 진료 예약이었기 때문에 병원에 가자마자 평소와는 다른, 예민하고 공격적인 반응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다.
바로 약물 조정이 들어갔고, 한동안 진료 텀을 짧게 가져갔다.
공부를 완주하지 못하고 중단을 해서인지, 직업상담사 1차 시험은 4문제 차이로 떨어졌다.
하지만 공부를 중단하고 약물조정을 하며 경과를 섬세하게 지켜본 덕분에 조증 전조증상은 재발 없이 넘어갈 수 있었다.
늘 조울증상이 올라오기 시작하면 속절없이 재발로 무너졌던 내게, 조울 전조증상을 재발없이 이겨낸 첫 승리였다.
그리고, 평소와는 다른 내 모습이 조울 전조증상의 신호라는 첫 기준을 세운 사건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