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해내지 못할 일이라면 시작하기를 꺼렸다. 마음을 다 열지 못할 것 같으면 애초에 주지 않으려 했다. 잘 살지 못할 거면 차라리 죽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0 아니면 100이라는 극단 속에서 살아왔다. 완벽을 이루지 못할 때마다, 나는 스스로를 가차 없이 몰아세웠다. 완벽에 도달할 수 없다면, 무(無)로 귀결되는 편이 나았다.
완벽주의는 나를 성장시키기도 했지만, 동시에 끝없는 불안 속에 나를 가두었다. 사소한 것부터 시작해 심지어는 목숨을 위태롭게 만들기까지. 완벽주의는 나를 지독하게도 괴롭혀 왔다.
하지만 돌이켜 보면 나는 사실 0과 100, 그 사이 어딘가에 있었다. 완벽에 도달한 적은 없었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실패한 것도 아니었다.
돌고 돌아, 이제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싶다. 완벽하지 않음이 곧 실패를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불완전함 속에도 충분히 존재하는 의미가 있을 수 있다고 믿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