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보고 싶어요!
그녀의 작품이 왜 내 마음을 끄는지는 모른다. 그러나 한번 보면 그 미묘한 심리에 푹 빠져 어쩔 줄 모르고 얼음이다.
가부장적인 남편, 오직 한 마디. "나중에 세계 일주 시켜줄게." 그 말 하나에 평생을 몸 바쳐 고된 시집살이도, "지랄 방구 뽕뽕" 뀐다는 열등감 덩어리 남편도 참아 낸 그녀. 면허 따고, 약속은 고사하고 늘 밥 차려라, 이불 펴라는 멋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는 남편과 한바탕 하고는 집을 나선다.
절친과 함께 차를 몰고 무작정 친정어머니가 계신 요양원으로 신나게 향하다 "퍽". 미안하지만 이 장면에 이르도록 코믹 발랄 아픔 가득한 그녀들이 너무 사랑스럽기 이를 데 없다. 최고다!
나이가 연하인지, 이름이 연하인지 연하를 사랑하는 긴 머리 완(고현정 배역)을 중심으로 엄마, 이모, 할머니, 삼촌 등등. 진지하고 코믹한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
정신과 의사에게 망상 장애가 있다는 진단을 받고 지금 죽으나 나중에 죽으나 마찬가지라며 곱게 단장을 하고 힐을 신고 단아한 색상의 백을 들고 태연하나 우아하게, 천연덕스럽게 아파트 옥상으로 향하다... 그다음 행선지로 옮긴 이유는 생각나지 않는다. 아무튼 두 팔을 감싸듯 벌리고 자신을 죽여줄 차량을 기다리다, 끽 멈춰서는 화물 대형 트럭? 죽으려면 한강에나 뛰어들던지, 하는 운전수의 반말 찍찍 말에 택시 타고 한강에 도착한 그녀. 뒤이어 달려온 경찰에 붙잡혀 그녀의 자살 시도는 실패한다.
그녀의 집 앞 유명한 사진작가의 작업실로 온 가족이 출동하여 영정 사진을 찍고 완이의 시선에 들어온 글자.
"우린 모두 시한부다."
시니어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요즘 들어 외할머니 생각이 부쩍 난다. 외롭기 때문일까? 사랑받고 싶어서? 삶이 고되어서? 그냥 보고 싶다.
영화 <계춘할망> 개봉 소식에 할머니 생각이 더욱 간절해지고 매체를 통해서라도 그녀를 떠올리고 싶은 건지.
"세상에 내 편 하나만 있으면 살아져.
할미가 니 편 해줄텐께, 니는 니 하고 싶은 거 하라."
영화 속 할머니의 말은 내게, "내 새끼"에 이어 "우리 사람"이라 칭하시던 외할머니의 숨결로, 그리움으로 다가온다.
언젠가는 모두 죽겠지요. 지금은 사느라 이렇게 절절해도, 언젠가는 끝이 올 거예요. 할머니, 늘 저를 위로하고자 했던 당신의 눈빛이, 손길이, 작지만 큰 산 같던 당당한 인자함이 그리워요. 저도 제자들에게 당신처럼 되고자 하지만, 아직은 제가 더 사랑받고 챙김 받고 싶은 마음이 커요.
니는 왜 서울말씨냐. 사투리를 안 쓰냐 하셨죠? 저는 할머니를 할머니라 부른 것이지 서울말을 쓴 게 아니에요. 할매라고 하는 건 왠지 할머니를 홀대하는 것 같아 싫었고요, 붙임성이 적고 수줍음이 많은 저는 격의 없이 편한 말이 나오지 않았을 뿐이에요.
살아온 세월만큼 깊이가 있는 사람들도 있고 꽉 막혀 이야기가 안 통하는 사람들도 있다. 멋있게 늙어가고 싶다. 나이 듦에 대해 두려워하지 않고 삶의 소소한 기쁨들을 놓치지 않는 어여쁘고 당당한 할머니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