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마음에 선풍기를 달아주세요!
“아내의 마음에 선풍기를 달아주세요. 그리고 다른 한쪽 마음에는 에어컨을 달아주세요.”
이제 일흔을 바라보는 친정아버지가, 동갑내기 어머니의 손을 꼭 잡고 이렇게 기도하셨다고 한다.
시를 좋아하고 감수성이 풍부한 나의 아버지는, 내가 어렸을 적부터 글로 마음을 표현하고 메시지를 전하는 것을 즐기셨다. 그런 아버지가 쓴 ‘선풍기’라는 표현엔 묘한 따뜻함이 담겨 있다. 그 말에서 어린아이 같은 순수함이 느껴져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내가 초등학생이던 시절이었을까.
자의식이 조금씩 자라던 어느 날, 문득 아빠의 눈을 들여다보다가 그 안에 내 모습이 비치는 걸 보았다.
“아빠 눈 속에 내가 있네…”
너무나 신기한 마음에 툭 내뱉은 말이었는데, 아빠는 그 말을 지금까지도 기억하며 종종 꺼내신다.
불혹을 넘긴 지금까지도, 아빠는 그 어린 딸아이의 말을 소중한 추억처럼 품고 계신다.
나는 지금 경기도에서 서울로 매일같이 ‘여행 같은 출근길’을 다닌다.
지하철 안에서 만나는 수많은 사람들. 아침부터 이유 모를 화를 얼굴 가득 머금은 이들, 각자의 스마트폰 세상에 빠져 주변을 의식하지 않는 사람들…
그 틈에 낀 나도, 어쩌면 불안과 분노를 품고 하루를 시작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도 오늘 이렇게 기도해 본다.
“내 마음에도 선풍기를 달아주세요. 그리고 다른 한편의 마음에는 에어컨을 달아주세요.
그래서 오늘 하루도 시원하고, 평온하고, 행복하게 해 주세요.”
아버지의 기도가 오늘 나의 기도가 되고,
그 기도가 내 안에 큰 기쁨으로 퍼져 이 글을 쓰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