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기
그림을 끄적이기 위해서 샀던 노트장에 아무 생각 없이 낙서를 했을 때 그렸던 그림이 2가지 있다.
자연이 바로 내다보이는 큰 통유리 앞에서 노트북으로 작업을 하고 있는 내 모습. 그리고 좋아하는 햇살과 들판에서 어떤 막에 둘러싸여 앉아 있는 나.
나는 늘 어떤 껍질 안에 둘러싸여 있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언젠가부터 그 껍질이 나를 보호하고 있다기보다는 나를 가두고 있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딱 한걸음만 나가면 그 껍질을 깰 수 있을 것 같은데 왜 나가기가 두려울까. 찢고 나가고 싶으면서도 찢고 나가기가 두려운 마음이 공존해서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한 채로 계속 살아왔던 것 같다.
요즘은 정말 이대로 살 수는 없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껍질을 찢어야만 할 때가 온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그 껍질이 어떻게 찢어지는 건지는 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