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 인생이 빛나는 정리의 마법
며칠 전, 내 인생에도 '정리'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깔끔하게 정리정돈하는 차원이 아니라, 엄밀히 말하면 '버리기'가 필요했다.
나는 모으는 걸 매우 좋아하고 잘한다. 그리고 버리는 건 서툴다. 그게 뭐가 되었든 참 아깝다. 그래서 10대때부터 책과 갖가지 관심가는 분야의 지료들을 모아왔는데 곧 인생 1막을 정리하는 시점이 다가오게 되어, 내 인생을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필요한 건, 필요없는 것들을 정리하는 일. 내가 아닌 것들은 모두 벗어버리는 일. 나는 정리는 잘 못하니, 정리의 여왕인 곤도 마리에의 비법을 좀 빌려오기로 했다.
곤도 마리에는 일본 최고의 정리 컨설턴트로, 유치원에 다닐 때부터 '정리'에 폭 빠져 지낸 자타공인 정리마니아다. 5살때부터 정리에 관심을 갖고 관련 자료를 찾아 공부하고 끊임없이 실험을 한다. 그녀는 주변을 정리하면서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더 잘 알게 되고 일의 효율성과 자신감이 높아졌다고 말하며, '설레지 않으면 버리라'고 정리 철학을 설파한다. 그리고 그게 전 세계적으로 먹히고 있는 중이다. 그녀는 내는 책마다 베스트셀러로 만들고 전세계 방송매체에 출연하고 있다.
그녀에 따르면 집안을 정리하면 자신의 사고방식과 삶의 방식, 그리고 인생까지 극적으로 달라지는데, 그것은 정리를 통해 '과거를 처리'하기 때문이다. 정리를 통해 인생에서 무엇이 필요하고 필요하지 않은지,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을 그만두어야 하는지를 확실히 알게 되기 때문이다.
"정리 노하우보다 중요한 것은 그 사람 자신의 생활에 대한 의식으로, 즉 '자신이 무엇에 둘러싸여 살고 싶은가'는 지극히 개인적인 가치관에 달려 있다." -10
"내가 전수하는 정리 비법은 '정리 습관을 조금씩 익히는 것이 아니라 한번에 정리하는 것'으로 의식의 변화를 극적으로 이끌어내는 데 있다. 크게 두 가지만 생각하면 된다. '물건을 버릴 지 남길지 결정하는 것'과 '물건의 제 위치를 정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이 두가지만 하면 누구나 완벽하게 정리할 수 있다." 26~32
예리하다. 정리를 하는 건 물리적인 것뿐만이 아니라 의식적인 것까지 포함된다.
"방의 흐트러짐은 마음의 혼란이라는 말이 있는데, 흐트러진 상태는 물리적인 것 외에 심리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의미고 그것이 눈앞의 어수선함에 가려지는 상태이다. 즉 어지르는 행위는 문제의 본질에서 눈을 돌리기 위한 인간의 방위 본능이라는 것이다.
정리를 해서 방이 깨끗해지면 자신의 기분이나 내면과 직면하게 된다. 외면했던 문제를 깨닫게 되어 좋든 싫든 해결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정리를 시작한 순간부터 인생도 정리되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 결과 인생이 크게 변화한다." -32
그녀에게 정리는 수법일 뿐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다. 왜 정리를 하려는가? 결국은 자신이 행복하기 위해서가 아닌가? 정리를 한 후에 어떻게 생활하느냐가 진짜 목적이다. 그래서 물건을 남길지 버릴 지 구분할 때도 물건을 가지고 있어서 행복한가, 즉 마음이 설레는가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본래 정리를 통해 가려내야 할 것은 버릴 물건이 아니라 남길 물건이기 때문이다.
물건을 고르는 기준에 대해 내가 내린 결론은 이렇다. 그것은 '만졌을 때 설레는가' 하는 점이다.
이 기준의 핵심은 반드시 그 물건을 만져야 한다는 것이다. 하나하나를 손으로 만져보는 것이 중요하다 .물건을 만졌을 때 몸의 반응을 잘 생각해보면, 물건에 따라 확실히 다른 반응이 느껴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57~58
내가 좋아하고, 나를 설레게 하는 것들 채워진 공간을 상상해보라.
곤도 마리에는 그게 바로 자신이 누리고 싶은 이상적 삶이라며 설레는 것만 남기고 나머지는 과감히 버리자고 주장한다. 그 순간부터 새로운 인생이 시작될 거라고.
정말 솔깃하고도 끌리는 철학인데다, 어차피 물건을 정리해야한다는 마음이 있어서 책을 읽고 바로 정리를 시작했다. 정리라고 쓰지만, 사실 버리기다. 버리는데에도 순서가 있다.
의류, 책, 서류, 소품, 추억의 물건 순으로 줄여나가면 놀랄 만큼 쉽게 정리할 수 있다. 의류는 아래 순서로 정리할 수 있다. 상의(셔츠, 스웨터 등) -> 하의 (바지, 스커트 등) -> 아우터 (재킷, 수트, 코트 등) -> 양말류 -> 속옷류 -> 가방 -> 소품 (머플러, 벨트, 모자 등) -> 이벤트 물건 (수영복, 목욕 가운 등) -> 신발
위 순서에 따라 (완전히 따른 건 어니지만 대충 따랐다) 내 옷을 정리했다. 쟄킷, 아우터, 상의, 하의, 속옷, 코트, 양말 등등.... 몇년째 한번도 입지 않았지만, 추억이 담겨 있어 고이 보관해오던 옷들도 꽤 많았는데 이 참에 싹 정리했다. 1/3은 버린 것 같았다. 더불어 책과 서류도 일부 정리했다. 어찌나 속이 후련하던지. 내 인생에서 처음으로 제대로 뭔가를 버려본 기억이다. 곤마리는 한번에 완벽하게 정리하라고 권하는데, 시간상 (그리고 미련상) 한번에 정리는 어렵더라. 가장 정리가 어려운 건 추억이 담긴 물건들이다. 그래서 곤마리도 그는 난이도 최상으로 두고 가장 마지막에 정리하라고 권한다. 내게는 중요한 것들이 내가 지금까지 직접 기록한 노트들인데, 이건 안버릴거다!! 하는데 곤마리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물건을 버리지 못하는 원인은 두 가지다. '과거에 대한 집착'과 '미래에 대한 불안'이다. 만일 물건을 구분할 때 설레지 않지만 버릴 수 없다면 다음과 같이 한번 생각해보자.
'버리지 못하는 것은 과거에 대한 집착 때문일까, 아니면 미래에 대한 불안 때문일까' 버리지 못하는 물건 하나하나에 대해 어느 쪽이 원인인지 생각해보는 것이다. 그러면 자신이 과거집착형인지 미래불안형인지 아니면 양쪽 모두에 해당되는지 물건을 소유하는 경향에 대해 알 수 있다.
자신이 어떤 물건을 소유하는지 그 경향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물건의 소유 방식이 삶의 가치관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무엇을 갖고 있느냐'는 '어떻게 사느냐'와 같다. 과거에 대한 집착과 미래에 대한 불안은 물건의 소유방식 뿐 아니라 사람을 사귀고 일을 선택하는 등 생활 속의 모든 선택에서 기준이 된다. -227
위에 따르면 나의 성향은 미래에 대한 불안이 70~80%, 과거에 대한 집착이 20~30%쯤 될 거 같다. '언젠가 쓸모가 있겠지' '언젠가는 도움이 될텐데..'라는 생각으로 물건의 대부분을 소유하고 있는데, 그중 일부는 진짜 도움이 된다. 그리고 대 부분은 영원히 잠들이 있다. ㅎㅎㅎ
곤도 마리에는 물건을 통해 과거에 대한 집착이나 미래에 대한 불안을 마주하라고 말한다. 그래야 지금 나에게 진짜 중요한게 뭔지 보이고, 가치관이 명확해지면 이후 선택의 망설임이 사라진다고 말이다. 그러니까 물건을 버리는 행위는 결국 선택하는 행위이며, 이는 결국 내 가치관과 연계된다. 세미나 가서 뭐가 내 핵심가치인지 백번 끄적이는 것보다 오히려 내 물건을 정리하면서 내게 중요한게 무엇인지 온몸으로 느끼고 그를 연습해볼 수 있다. 그게 정리의 힘인 것 같다.
물건을 버릴 때도 그냥 버리면 안된다. 곤마리는 내 눈앞의 물건들은 과거 내가 선택한 결과물이기 때문에 그와 하나하나 마주하면서 느낀 감정을 경험해야만 물건과의 관계를 정리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그래서 물건을 버릴 때 하나하나 만지며 내게 준 경험을 감사하고 잘가라고 말해준다. 나는 이 부분이 상당히 마음에 들었는데, 어떻게 보면 폭력적인 버리기 행위를 나를 대면하는 선 수행으로 격상시킨 건 곤마리의 그런 정신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을 지난 토요일 밤에 읽고나서, 일요일에 정리를 시작했다. 권유대로 옷을 정리했고, 그 다음 책과 서류 일부를 정리했다. 옷만 정리하고 나머지는 아직 다 정리를 하지 못했다. 그래서 이번주를 정리주간으로 삼고 짬을 내서 계속 정리를 할 계획이다. 책에는 옷장에 물건을 어떻게 걸면 좋은지 등 상세한 정보도 담겨있지만 대개는 어떻게 버릴지에 대한 철학이다.
지금까지 나는 모으는 데 집중해왔다. 나는 주로 '삶을 살아가는데 도움이 되는 철학'을 모아왔다. 명언들, 책들, 성공학, 고전 등등 다양한 철학들을 모아왔는데 모으면 모을 수록 더 명료해지기보다는 더 흐려지는 느낌이었는데 지금 보니 왜 인지 알 것 같다. 거기에는 내 것도 있었고, 내 것이 아닌 것도 있었다. 즉 보기에는 좋고 훌륭했지만 나의 본성이나 가치관과 맞지 않는 것도 있었다. 그래서 종종 이게 나인가? 이게 진짜 내가 살고 싶었던 삶이었나? 나조차도 헷갈릴때가 있었다. 내 것인줄 알고 모았는데 아닌 경우가 사실 꽤 많았다는 건 인정해야 한다.
"자신을 알기 위해서는 책상에 앉아 자기를 분석하고, 사람들에게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것도 좋지만, 정리를 하는 것이 가장 빠른 지름길이다. 자신이 갖고 있는 물건은 자신이 어떤 선택을 해왔는지 선택의 역사를 정확히 말해준다. 정리는 자신이 진짜 좋아하는 일을 찾아내는 자신에 대한 '재고조사'다. "-219
"지금까지 자신에게 무언가를 '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믿어서 세미나를 듣고 공부를 하며 지식을 늘렸어요. 하지만 더하는 것보다 '빼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는 것을 정리를 통해 깨달았어요." - 고객의 말 중 220
더 이상 헷갈리지 않도록, 내가 아닌 것들은 모조리 버려버려야겠다. 지난 20년 이상을 모으는데 집중했으니, 이제는 그만 모아도 된다. 이제는 내가 가진 것들을 정리하고 버리면서 더욱 가볍게 그러나 단단하게 만들 때이다. 자, 이제 남은 건 내가 찾은 답으로 살아가는 일이다. 나를 빼고 모두 버리기. 나를 만들기 위해 필요했던 모든 서류, 공부, 자료들을 이제 거꾸로 나를 단단히 하기 위해 버려야할 때가 되었다.
이번주는 곤마리와 함께!!!
* <인생이 빛나는 정리의 마법> (곤도 마리에 저/ 더난출판/2012)총평: 책은 쉽고, 반복되는 구절이 많아서 1~2시간이면 금방 읽는다. 자세한 정리수납법 보다는 정리에 대한 철학서에 가깝다. 그래도 누구라도 따라할 수 있도록 설명되어 있다. 단 하나 옷을 개는 방법은 책에정확하게 나와있지 않아 동영상을 좀 찾아봐야 한다. 이 책을 읽으면, 당장 뭔가를 버리고 정리하고픈 충동이 일지 모른다. 특히 변화를 앞두고 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