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올해도 어김없이 영어공부가 목표라면

[북리뷰] 영어책 한권 외워봤니

by 김글리


영어공부 해야하는데... 생각대로 잘 안되네...


새해만 되면 어김없이 목표 리스트에 빠지지도 않고 올라오는 녀석이 있다. 바로 '영어공부' 그렇지만 연말이면 어김없이 내년을 기약한다. 이런 고민을 나만 하는 건 아닐터. 대개는 작심삼일, 길어야 작심삼주로 끝난다. 나도 몇 년 째 영어공부를 하면서, 여러 방법을 써봤지만 잘 되지 않았다. 영어 스피치 클럽에 가입해서 활동도 하고, TED를 다운받아 듣고, 매일 EBS 교육방송을 받아적고, 사람들을 모아 함께 공부하기도 하는 등, 할 때는 조금씩 느는 것 같다가도 그만두면 다시 원위치가 된다.


대체 영어공부는 어떻게 해야할까?

올해는 내 기필코 이놈의 영어를 업그레이드를 시키리라, 하던 차 지인에게 책 한 권을 소개받았다.



이 책을 쓴 김민식 작가는 MBC PD로 통역사 출신 PD로도 잘 알려져 있다. 그는 유학 한번 가지 않고 독학으로 한국외대 통역원에 들어가고 동시 통역사로 활동했다. 아다시피, 한국외대 통역대학원이 아무나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전국에 있는 영어로 날고 긴다하는 사람들이 박터져서 들어가는 곳이 통역대학원이고, 들어가서도 토나오도록 공부시키는 곳이다. 그런 곳을, 어학연수 한 번 안간 그가 순전히 독학으로 들어갔고, 또 거기에서도 10%만이 받는 장학금을 받았단다. (이런 천재가 다 있나그래) 그래서 그의 영어비법이 몹시 궁금했다. 책을 순식간에 읽어내려갔다.



▶영어책 한권만 봐라


하지만, 책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비법은 아주 단순했다. 심지어, 한 문장으로 압축된다.


책을 한 권 정해서 처음부터 끝까지 한번 외워볼 것.


너무 간단하지만, 이 한권을 외워보면 영어구조가 머리 속에 자리를 잡으면서 아주 탄탄한 기본기를 만들어준다고 한다. 이때 한권은 어려운 책이 아니다. 기본회화를 다룬 기초서적이다. 어느 정도 수준이 된다 해도, 그 책을 100% 영작할 자신이 없다면 초급회화로 시작해야 한다. 그래야 머릿 속에 제대로 영어 패턴과 구조가 만들어진다.


고시생들은 '단권화작업'이란 걸 한다. 단권화 작업은 한 권의 책을 골라 그 책만 반복해서 읽으면서 공부하는 방법이다. 한 놈만 패는 전략이다. 어떤 지식이든 완벽하게 내 것으로 만들려면 시간을 두고 반복하면 된다. 이게 핵심이다.


초급 회화책 한 권만 외우면 어떤 언어도 술술 말할 수 있다. 언어는 한번이 아니라 반복으로 익혀지는 습관이기 때문이다. 기억력의 본질은 정보를 입력input하는 게 아니라 저장돼 있는 정보를 찾는retrieval 일의 반복에 있다. 많이도 말고 한번에 10~20분만 투자하면 된다. 아침에 일어나서 20분, 점심 먹고 산책하면서 10분, 잠자기전 10분. 저자는 말한다. 이렇게 자투리 시간을 활용하는게 회화공부의 경쟁력을 만들어준다!


자주, 반복해서 외기!


열심히 공부하는데도 실력이 늘지 않는다고 포기하진 마세요. 원래 어학공부가 그렇습니다. 조금만 더 버티면 첫 번째 계단을 훌쩍 올라서는 순간이 반드시 옵니다. 책 한권이라는 목표가 중요한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성과가 보이지 않아도 포기하지 말고 한 권을 다 외울 때까지는 해보는 겁니다.

저자는 양이 쌓여야 질적 변화가 생긴다고 말한다. 책 한권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가려면 매일 한과씩 외우고 전날 외운 걸 복습하라고 한다. 복습할때는 책을 보지 않고도 영어문장이 떠올라야 한다고. 휴대폰 메모장에 주제를 기록해두면서 종일 왼다. 그는 정말로 무식할 정도로 외운다. 20대는 영어 거의 미쳐서 공부했고, 일을 하면서는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 계속 공부했다고 한다. 그런 식으로 영어 뿐만이 아니라 스페인어, 일본어, 중국어를 공부했다.


저는 머리는 믿지 않아요. 오히려 습관이 깃든 몸을 믿습니다. 무엇을 잘하려면 매일 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꿈이 있다면 머리를 쓰지 말고 몸을 굴리지.’ 이것이야말로 제가 영어공부를 통해 몸에 익힌 절대무공입니다.


▶영어책을 외는 방법

저자가 목이 터져라 외치는 영어공부비법, 책 한권 외기의 구체적인 방법을 알아볼 때다.


1. 하루 열 문장만 외워보자,

책을 한권 외운다고 하면 처음엔 어려울 수 있다. 그래서 잘게 쪼개서 해야한다. 하루에 딱 열 문장만 공부해보는 거다. 가능하면 지문보다는 아래와 같은 대화체 문장을 공부하는 게 좋다.


A: Sorry to keep you waiting. So where were we?

B: We need to fix the date for the next meeting.

A: When is the most convenient time for you?

B: Too bad I'm not able to make time this week.


이때 문장은 꼭 소리내서 반복해서 읽어야 한다. 10문장은 25분 정도 투자하면 욀 수 있다. 한 번에 다 외워지지 않아도 괜찮다. 화장실에도, 양치질 하면서도, 걸으면서도, 하루 중에 외울 시간은 충분하다. 그날 외울 영어문장을 쪽지에 적어두면 수시로 보는데 도움이 된다.


2. 의미단락별로 끊어서 외운다.

외울 때 그냥 외우는 게 아니고 문장을 의미단락별로 쪼갠 뒤 왼다. 이런 식이다.


A: Sorry to/ keep you / waiting. So where were we?

B: We need to / fix the date / for the next meeting.

A: When is / the most convenient time / for you?

B: Too bad / I'm not able to / make time this week.


이렇게 의미단락별로 나눠 익히면 두 가지 좋은 점이 있다.

1) 하나의 문장에 들어있는 서너개의 회화패턴을 한꺼번에 익히게 되고,

그러면 문장 10개만 외워도 패턴 회화 20~30개를 익힌다.

2) 이를 다시 수백개의 문장으로 응용해서 쓸 수 있다.

한마디로 응용력이 길러진다. 여기서 의미단락은 회화패턴이자 숙어라고 이해해도 좋다.


3. 의미단락으로 끊은 한글문장을 보며, 영어문장 떠올린다.

영어로 다 외웠다고 생각이 들면, 이번에는 반대로 해본다.

즉 한글 해석을 보면서 영어를 떠올려보는 것.

이런 식이다.


A: 미안, 기다리게 해서. 어디?

B: 날짜 잡자, 다음 미팅.

A: 언제, 가장 편한 시간?

B: 안타깝네, 시간 없어. 이번주.


영문 순대로 의미단락을 끊어서 한글을 적고, 그를 보면서 영어문장을 떠올리면 된다. 이렇게 하면, 영어어순대로 해석하는 '영어순해' 습관이 길러진다. 영어 암송은 책을 보지 않고 문장을 외고, 의미단락별로 나눈 한글을 보고 다시 영어문장을 떠올리는 게 핵심이다.


4. 이미지로 그려서 외우자.

문자보다 힘이 센 건 이미지다. 외국어 문장을 외울 때도 이를 활용하면 좋다. 실제로 영어문장을 외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가 상황을 이미지로 그려보는 것이다. 대화의 상황을 드라마의 한 장면, 웹툰의 한 장면이라고 치고 그를 머릿속에서 이미지로 상상해본다. 그렇게 상황을 설정해두고 대화를 공부하면 연습할 때 말에 감정도 더 실리고 기억이 오래 남는다.

A: 야 담주 시간 되냐? / B: 뭐라고? I can't hear you!!!



▶간절함이 있으면 영어공부는 가능하다


김민식 작가는 아내를 외대 통역원에서 만났는데, 당시 아내가 그를 보고 천재인줄 알았다고 한다. 유학 한번 안갔는데도 쟁쟁한 사람들 사이에서도 독보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중에 그가 공부하는 걸 보고나서는 이랬단다. "그렇게 공부하는데 안느는게 이상하다." 그만큼 열심히, 독하게 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런 열정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그는 누군가 자신에게 영어를 특별히 잘하는 비결은 묻는다면 '간절함'이라고 답하겠다고 했다. 그것만 있으면 영어공부는 언제 어디서도 할 수 있다고 말이다.


삶이 바뀌는 인생의 전환점은 언제일까요? 언제든 나의 인생을 바꾸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을 먹은 그 순간입니다. 간절한 마음은 꾸준한 실천으로 이어지고 꾸준한 실천은 반드시 삶의 모양새를 바꿔놓거든요.
영어를 잘하는 비결은 인생을 바꾸고싶다는 간절함입니다.


예전에 우연히 김민식 피디가 강의하는 걸 들은 적이 있었다. 못생기고, 공부도 잘 못했던 학창시절, 자격지심을 떨쳐버리기 위해 목숨걸고 영어공부를 했고, 그를 통해 인생이 바뀌었다고 이야기했었다. 그게 바로 그가 말한 간절함이었을 것이다. 자신을 바꾸고 싶다는 간절함. 나도 뭔가를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는 간절함. 무엇을 하든 '간절함'이 장착되면 계속해갈 힘이 생긴다.


책이 재밌게, 쉽게 잘 쓰여서 3시간 만에 읽었다. 영어공부에 대한 동기부여나 방법이 필요하다면 일독을 권한다. 미리 말해두지만, 책을 본다해도 특별한 비법은 없다. 하지만 김민식 피디가 말한 것처럼, 영어공부에 대한 비법은 대단한 건 아니다. 외워야 하는데 그러기기 귀찮을 뿐이고, 안 할 뿐이다. 나는 책을 덮고나서 다짐했다. '올해를 영어공부의 마지막 해로 잡겠다'고. 내년엔 더이상 하지 않겠다고. 간절함을 끌어올리기 위한 전략이다. ^^ 그래서 나는 당장 오늘부터 영어책을 한권 외우는 걸 시작했다. 딱 100일만, 해보려고 한다. 그리고 나서 다음스텝을 생각해봐야지. 때려치고 싶을 순간이 오면, 이 글을 다시 읽어보는 걸로.

Would you like to join me?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불안을 친구로 만들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