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마을이 생겼다. 월평동이 좋아졌다.
서귀포 중앙에서 약간 옆쪽에 자리한 월평동. 글라스월평을 이야기하자면, 한적하고 낭만적이기까지 한 이 마을을 소개하지 않을 수 없다. 이곳의 첫인상은 무척이나 차분했다. 골목을 지나는 사람도 차도 많지 않은 한낮의 오후. 파란색 낮은 지붕 뒤로 넓은 백록담을 마주할 수 있었고, 집집마다 걸린 달 모양의 문패는 그대로 발걸음을 멈추게 만들었다. 하늘에서 본 마을의 모양이 달을 닮아 월평동이라나.
그곳에서 아주 마음에 드는 카페를 발견했다. 정확히는 카페 겸 와인바 '글라스 월평'이다. 옅은 베이지톤 외관에 민트색 문. 커다란 야자수와 클래식 조명까지. 외관만으로도 지극히 개인적인 나의 카페 취향에 딱 맞아 들어왔다. 원래 민트색이 이리도 예뻤었나에 대해서도 잠시 생각했다.
카페 안에 들어서면, 그때부터 글라스 월평의 진짜 매력이 묻어나는 모든 것들을 만날 수 있다. 사장님의 친절부터 카페 내부의 인테리어 그리고 잔잔하게 울려 퍼지는 음악. 창문을 따라 테이블 위로 비치는 햇살도. 프리뷰는 여기까지.
이날은 카페를 가장 잘 나타낼 수 있는 음료와 디저트를 주문했다. '클라우디 월평'과 '라이스 비스킷'. 개인적으로는 메뉴에 스토리가 담긴 것을 좋아한다. 일반적인 아메리카노라도 카페 주인이 왜 이 원두를 골랐는지 알고 마시면, 맛이 더 풍족하게 느껴지는 면이 있는 것 같다.
제주 전통 기름떡을 재해석하였습니다.
오늘 가장 제주스러운 '라이스 비스킷'을 여러분께 선사합니다.
소박한 월평마을의 모습을 한 잔에 담은 달콤한 크림 라떼입니다.
이런 메뉴 설명에 누가 감동하지 않을 수 있을까. 오늘 가장 제주스러운 '라이스 비스킷'을 나에게 선사한다는데 말이다. 자리에 앉아 사진을 찍고, 공간을 가만히 바라보는 시간을 가져본다. 메뉴가 나오는 시간이 빠른 편은 아닌데, 주인장은 그 시간을 채워줄 공간으로 바로 옆 소품샵을 권한다. 작은 돌판을 따라 옆으로 돌아가면 빈티지 소품샵이 있다. 메뉴를 기다리는 시간보다는 카페 다음 코스로 두어 찬찬히 둘러보아도 좋을 곳이다. 메뉴와 함께 주인장의 설명이 이어진다. 왜 라이스 비스킷을 만들게 되었는지, 이 디저트가 마을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 클라우디 월평은 어떻게 먹는 것이 좋은지에 관한 이야기들. 마치 미술관 큐레이터를 만난 것 같은 느낌이었다. 쫀득쫀득한 식감의 디저트와 꾸덕한 크림 음료는 이름과 설명에 잘 어울렸다. 결론적으로 단 것 + 단 것의 조합이라, 살짝 아쉬움이 있었지만. 메뉴에 대한 다정한 설명과 맛은 참으로 근사했다.
한낮의 오후가 그 끝자락에 다다를 때쯤, 글라스 월평을 나섰다. 누군가가 정성 들여 꾸며놓은 공간은 언제나 행복을 남겨준다. 내 취향과 잘 맞는 카페를 만난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쁘고 또 기쁘다. 곧 유명해져서 웨이팅이 생기기 전에 자주 들려야지.
저녁에는 와인과 요리를 판매하고, 미리 예약도 가능하다고 하니 참고하세요!
· 주소
서귀포시 월평로 31-2
· 영업시간
11:00 - 19:00 / 화, 수 휴무
(19시 이후 예약제)
제주에는 카페가 많습니다. 사람이 많은 곳들보다는 한적하고 여유로운 분위기를 좋아합니다. 물론 그중에는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은 이른바 '핫플'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고 싶어 합니다. 이곳에서 추천하는 카페는 지극히 개인적인 제 취향이 반영된 공간입니다. 개인마다 성향이 다른 건 당연하니, 방문 예정이시라면 다른 후기들도 참고해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