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ka. 불합격 통지
엄마는 이제 클로버 안 찾을 거야.
네잎클로버가 행운을 가져다준다는 건
다 거짓말이야. 나는 풀숲을 한 번 흘끗 보고 심드렁하게 대답했다.
네 살의 루아는 잠깐 생각하더니 말했다.
네잎 토끼풀이야.
그리고 별 거 아니라는 듯
토끼처럼 깡충깡충 저만치 뛰어갔다.
걷는 길마다 네잎클로버가 눈에 띄었다. 이상할 만큼 자주. “그게 진짜 클로버가 맞아?” 남편은 내가 흔쾌히 내민 네 잎짜리 클로버를 들여다보며 물었다. “그렇게 흔하게 찾을 수 있는 거였어?”
지난겨울부터 마음에 둔 회사가 있었다. ‘나’를 흐릿하게 지우고 누르면서 꽤 오래 기다린 자리였다. 그간 해오던 일과 같았고, 연차며 자격 요건, 우대 사항까지 흠잡을 데 없이 맞아떨어졌다. 이쯤 되면 운명이라는 단어를 꺼내도 이상하지 않았다. 클로버를 쥔 손에 자꾸만 힘이 들어갔다. 회사도 나를 기다리고 있던 것처럼 서류 합격, 1차 면접, 2차 과제까지 물 흐르듯 빠르게 진행되었다. 벌써 합격을 한 것처럼 마음이 붕 떴다. 만약 그대로 합격해서 입사를 앞두고 있었다면, 나의 재취업 연대기를 담을 <엄마 꿈은 뭐예요?>라는 연재는 시작되지 않았겠지만. 그러니까, 나는 내가 운명이라 믿은 회사에 떨어졌다.
아이도 둘 씩이나 맨 정신으로 낳았는데 회사를 떨어졌다고 울 일인가 싶지만 내가 그렇게나 울었다. 미래의 청사진을 그려도 너무 그린 탓, 네잎클로버를 찾아도 너무 찾은 탓, 나의 엄마가 돌탑에 재취업 성공을 바라며 돌을 너무 쌓은 탓. 온갖 상징에 기대어 탓을 돌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납득이 가지 않았다. ‘집에서 일하면서 능력도 좋고 살림도 살뜰하게 잘하는 다정한 워킹맘’을 목전에 앞두고 놓친 게 분하고 또 분했다.
상실의 시기는 오래가지 못했다. 초여름은 아침저녁으로 아이들을 밖으로 불러냈다. 날씨도 아이와 같아서 내 기분 따위는 안중에도 없이 햇빛은 아무렇게나 쏟아졌고, 눈을 찌푸릴 틈 없이 어디선가 선선한 바람이 스쳤다. 더는 클로버 따위에 눈길을 주고 싶지 않았는데 루아는 여전히 토끼풀 무리만 보면 주저앉아서 내게 클로버를 찾아달라고 했다. “엄마는 이제 클로버 안 찾을 거야. 네잎클로버가 행운을 가져다준다는 건 다 거짓말이야.” 나는 풀숲을 한 번 흘끗 보고 심드렁하게 대답했다. 네 살의 루아는 잠깐 생각하더니 말했다. “네잎 토끼풀이야.” 그리고 별 거 아니라는 듯 토끼처럼 깡충깡충 저만치 뛰어갔다.
네잎 토끼풀이라니. 루아 특유의 무심한 말투와 어우러진 쿨한 정의에 웃음이 나왔다. 성공적인 재취업이 간절하긴 했어도 운명이니, 행운이니 붙여가며 집착할 일도 아니었다. 결국엔 회사원으로 귀결되는 일이었으니 말이다. 발밑에 잔뜩 깔린 토끼풀 무더기에서, 루아가 밟은 초록빛 길을 따라 발걸음을 옮긴다. 취업이라는, 그것도 토끼 같은 두 녀석과 함께하는 재취업이라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만 좀 더 나를 믿고 일단 가볍게 걸어가 보기로 한다. 이파리가 넷 달린 토끼풀을 그냥 ‘네잎 토끼풀’이라고 부르면서.
2025. 06.04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