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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하는 D케터 Aug 08. 2023

<8월의 크리스마스> 여름이면 그리워지는 그 영화

생각하는 D케터의 영화 이야기 [생각하多]

누구나 어떤 계절을 맞이하는 순간 떠오르는 영화 하나쯤은 있을 것이다. 내게도 여름이면 어김없이 그리워지는 영화가 하나 있는데, 바로 <8월의 크리스마스>다.


화려한 로맨스 드라마와 연애 예능이 범람하는 시대 속에서 이처럼 자꾸만 뒤를 돌아보게 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어쩌면 덤덤함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8월의 크리스마스>는 일상적이지 않은 사건과 깊은 감정들을 일상적이고 덤덤하게 그려냈다. 그 덤덤하고 깊은 울림은 꼭 첫사랑을 닮아서 어느 순간 문득 그리워지는 것이다.


사실, 시한부 인생으로 죽음을 앞둔 정원의 일상은 겉보기에는 전혀 특별할 것이 없다. 지금까지 살아왔던 것처럼 매일을 반복하고 죽음을 기다리는 일 밖에 할 수 없는 것이다. 이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남들과는 달리 자신의 끝이 가까이 다가왔다는 걸 알고 있다는 것뿐이다.


단순히 그가 시한부 인생이라서, 혹은 그 사이에 사랑에 빠졌다는 사실만으로 슬픔을 느끼지는 않았던 것 같다. 오히려, 목이 메는 순간들은 지독하게 현실과 닿거나 덤덤하게 그려진 장면들이었다.


아직도 TV 리모컨을 다루실 줄 모르는 아버지에게 방법을 가르쳐드리다 마음대로 되지 않자 성을 내고 슬퍼하는 뒷모습이나, 홀로 자신의 영정사진을 찍기 위해 고요한 가운데 촬영을 준비하고 끝내 카메라를 보며 웃음을 짓는 모습. 그리고 정원의 죽음 이후 닫힌 사진관 앞에서 자신의 사진을 보며 미소 짓는 다림의 모습과 정원의 마지막 독백.


“내 기억 속의 무수한 사진들처럼

사랑도 언젠가 추억으로 그친다는 것을

난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당신만은 추억이 되질 않았습니다.

사랑을 간직한 채 떠날 수 있게 해 준 당신께

고맙다는 말을 남깁니다. “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는 이런 순간들이 모여 오래된 편지처럼 기억 한 구석에 가만히 잠들어 있다가도 문득 떠올라 다시금 꺼내보게 만든다. 때론 덤덤한 멜로 영화 하나가 영원히 못 잊을 사랑으로 남기도 하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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