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나의 큰아이 이야기
아들만 둘이라고 하면 늘 듣는 말이 있다. 힘드시겠어요. 아니면 전생에 무슨 죄를 지어서......
처음 이런 얘기를 들었을 때는 뭐라는 거야? 하며 반문했었는데 몇 번 경험을 하고 나니 진담인 듯 농담인 듯 나 스스로 “전 아마 천국 갈 거예요” 라며 웃어넘기곤 했었다.
아들 둘을 키웠지만 공동육아를 하는 친한 가족이 있었고 돌봄 선생님들도 계셨기에 크게 힘든 적 없이 형제라서 더 행복했다. 데리고 나가기만 하면 알아서 잘 놀았고~ 숲으로 바다로 산으로 들로 다니는 일이 우리의 일상이었기 때문에 스트레스 없이 육아를 해왔다.
주위에서 나보다 먼저 걱정해주었던 사춘기와 중2병은 남의 집 일이라 생각한 채 이만하면 잘 키우고 있고 잘 자라고 있고 우린 누구보다 친구 같은 부모라 믿어 의심치 않으며 잘하고 있는 줄만 알았는데...... 불쑥불쑥 몇 번의 일들이 찾아왔다.
지난 8월 오랜만에 지인 가족을 만날 일이 있어 식당에서 모임을 하게 되었는데 우리가 조금 늦게 도착을 했다.
식당에 앉자마자
“엄마~ 게임해도 되는 거지?”
“조금만 있다가 밥 먹고 하자”
“왜 얘들은 게임하고 있어도 아무 말하지 않고 우리만 못하게 해?”
“동생들은 먼저 와서 밥을 먹었잖아. 그러니까 하고 있는 거고 너희들은 지금 도착했으니 밥 먹고 하라고”
“밥 나오는데 시간도 걸릴 거고 한판만 하면 안 될까?”
우리 집은 주말 1시간씩 게임을 할 수 있고 (tv는 2년 전 치워버려서 중요한 야구경기나 쇼미 더 머니, 나 혼자 산다 등을 봐야 할 때는 컴퓨터를 이용하고 있다) 나와 남편이 외출을 하면 그때 1시간 정도 게임을 할 수 있게 해 줬었다.
아이들이 거짓말을 한다는 것을 몰랐을 때는 게임중독은 다른 나라 얘기인 줄만 알았는데... 스마트폰과 게임은 늦게 시작하나 일찍 시작하나 골치 아픈 문제다.
실컷 게임을 해놓고도 안 했다고 거짓말하는 날들이 늘어났고 종일 전화 한 통 없는 날은 폰을 붙잡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된 이후 나와 남편은 감시자가 되었다. 그렇게 게임 이야기에는 특히나 민감하던 시기였는데, 우리 가족만 있는 것도 아닌... 다른 가족과 함께 있던 자리에서 큰 아이는 멈출 줄을 몰랐다.
“밥 먹고 하라니까”
“왜 맨날 우리만 못하게 하는 건데. 우리도 쟤들처럼 게임하고 싶다고. 쟤들은 항상 게임해도 아무 말도 안 하는데. 우리는 왜 맨날 안된다고 해? 밥 안 먹고 그냥 집에 갈래”
“그만하고 앉아”
아이는 식당을 나가버렸고 어쩔 줄 몰라하던 동생도 형을 따라나섰다. 우리 가족만 있었으면 내 기분이 나았을까?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까? 온갖 생각이 왔다 갔다 하는데도 함께 온 지인들 앞에서 부끄럽고 싶지 않아 “저러다 들어올 거예요” 하며 꾸역꾸역 혼자 밥을 먹었다.
한참이 지나도 아이들은 들어오지 않았고 집에서 20분 남짓 거리인데 설마... 근처에 있겠지 걱정이 되었지만 아무 일 없는 척 이야기하고 있는데 지인분들이 그만 나가서 데리고 오라고 한다.
못 이기는 척 한참을 망설이다 나갔더니 주위를 한참 둘러보아도 아이들이 보이지 않는다. 전화도 받지 않는다. 몇 분 후 아이에게서 전화가 왔다.
엄마가 보이는 곳에 서있는데 지금은 말하고 싶지도 않고 그냥 집에 갈 거니까 찾지 말라며 걸어서 가겠다고 했다.
근처를 둘러보니 나무 뒤에 선 두 아이가 보인다. 큰 아이는 씩씩거리며 화가 나 있고 동생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이러지 말라며 나와 큰 아이를 쳐다본다.
이게 뭐하는 짓이냐고 대체 여기까지 저녁 먹으러 와서 잠깐 게임하는 것도 참질 못하냐고 다그쳤더니 엄마는 말이 통하지 않는다며 또 결국 같은 이야기라고 그만 얘기하고 싶다고 한다.
내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씩씩거리며 강한 어조로 얘기하는 아이를 보며 내가 뭘 잘못해서 얘가 이러는 걸까?라는 생각부터 들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다 쳐다볼 만큼 큰 소리가 몇 번 오간 후 큰 아이는 어디론가 뛰어가버렸다. 아무리 전화해보았지만 받질 않았고 나는 작은아이를 데리고 집으로 왔고 남편은 집으로 오는 길을 걸어오며 아이를 찾아보겠노라고 얘기했다.
집에 도착해 전화를 해보았지만 여전히 받지 않는다. 길을 모르진 않을 테지만 그 동네까지 걸어서 가본 적이 없는 아이인데 잘 찾을까 걱정도 되고 이런 일을 겪고 집에 왔는데... 모기에 물리진 않을까? 걱정되는 이 상황이 너무나 싫었다.
한 시간이 넘게 지났을까... 남편과 연락이 되었다. 집까지 걸어오니 아파트 놀이터에서 그네를 타고 있더라며 조금 있다가 들어가기로 했다고. 걱정하지 말라고 한다.
여전히 눈물을 뚝뚝 흘리는 작은 아이를 재우고 소파에 앉아 기다렸다. 원체 눈물을 잘 흘리는 나를 닮아 얘도 이렇게 많이 우는 건가. 꼭 닮지 말라는 이런 것만 닮은 거야. 하며 앉아있었더니 나도 모르게 또 눈물이 났다.
이러려고 맞벌이를 하는 건가? 새끼들 잘 키워보겠다고 하는 일이 잘 키우기는커녕 게임에만 빠지게 하고 엄마한테 이렇게나 대드는 아이로 키웠으며 그것도 남이 보는 앞에서 이런 일을 겪게 만들었다고 생각하니 절반은 분노, 절반은 허무함이 밀려왔다.
나도 나를 모르겠는 그 마음에 한참을 눈물 흘리고 있으니 아이가 들어왔다. 아빠와 한참 이야기를 해서 그런지 아무렇지 않은 척 손을 씻고 자러 간다. 아까는 화내서 미안했다며 스치듯 얘기를 하는데 -
밥이 나오기 전에 식당에서 나가서 저녁도 먹지 못했는데 분명 배고플 텐데... 밥을 먹으라고 해야 하나? 고민을 하다가 나 스스로가 한심해서 더 울컥하더라. 저걸 때려야 해. 말아야 해. 당장 나가! 하며 내쫓아야 해? 어떡해야 해. 오늘은 아닌 것 같아 잘 자라고 얘기하고 나도 방으로 들어왔다.
왜 눈물이 그치질 않는지... 울어도 해결되지 않는 일에 눈물바람인 나 스스로가 비참해 더 눈물이 났다.
다 그만두고 싶고 지금까지의 내 노력이 물거품이 된 것 같아 허무했다. 남편은 대체 뭘 하는지 주방에서 달그락 소리가 한참이다. 더 짜증이 난다.
방을 열고 들어온 남편은 안주를 만들어 소주와 함께 건네주었다. 벌컥벌컥 두 잔을 마시고 나니 눈물이 또 난다.
이튿날이 되었고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아이는 나에게 다가왔다. 왜 그랬는지? 무엇이 문제였는지? 묻고 싶었는데 말하지 않았다. 며칠만 더 지나면 진지하게 물어봐야지
또 며칠이 지났다. 어떻게 얘기를 꺼내야 할까... 어디서부터 얘기를 해야 할까? 아무렇지 않은 아이에게 괜스레 그날의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것은 아닌가 걱정이 되었다.
결국 말하지 못한 채 이 일은 끝이 났고 한 달 뒤 비슷한 사건이 또 일어났다. 이번에는 남편과 큰 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