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에는 고전만이 지닌 매력이 있다.
동요 다음으로 처음 기억 속에 들어왔다고 인식하고 있는 음악은 클래식 장르이다.
다섯 살 때 엄마손에 이끌려 멋도 모르고 피아노 학원에 다니면서 접하게 되었는데,
골방에서 짧은 손가락으로 하농을 연습하던 5살짜리에게 옆방에서 미취학 아동들이 마구잡이로 연주 (, 아니 연주라기보다는 건반을 두드려 데는) 클래식 음악들이 아름답게 들리는 건 무리였다.
약 2년간을 골방에서 동그라미를 그리고 나면 학원에서 열리는 연주회에 참석할 수 있는 자격이 생긴다. 지금은 생각만 해도 끔찍한 치렁치렁한 레이스가 달린 핑크색 왕리본이 달린 드레스를 직접 골라 입고, 기어코 엄마의 화장품까지 손을 뻗혀 광대 중의 광대인 모습을 하고 조그만 무대 위에 섰었다. 그 당시, 아이용으로 편곡된 '소녀의 기도'를 연주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어린아이들에게 성취감을 북돋아 주기 위해서인지 그 당시 학원에서는 연주회(라 불리는 학예회)의 참가만 하면 상을 주게 시스템에 만들어져 있었는데, 나는 대량 생산된 금상을 받았었다. 대량 생산된 상이 었음에도 불구하고, 은상과 동상이 아니어서 인지 부모님 입장에서는 나한테 나름 소질이 있다고 느껴서 그 학예회를 계기로 본격적인 피아노 수업을 받게 되었다.
학원을 가는 대신에 직접 피아노 선생님이 집에 방문하셔서 레슨을 받게 되었고, 동그라미를 그리는 대신 하루에 2-3시간씩 등받이 없는 의자에 앉아 연습을 하고, 귀를 틔어 주어야 한다는 부모님의 사명감을 등에 없고, 주말마다 각종 피아노 콘서트와 연주회에 참석하게 되었다.
본격적인 레슨을 받으면서, 오히려 내가 연주하는 음악에 대한 흥미는 점차 잃어 갔지만, 콘서트나 연주회를 통해 '진짜 연주'를 제대로 인식하게 되면서 클래식 음악에 대한 관심은 높아져 갔다. 연주 전 기침소리마저 조심스러운 고요한 무대, 멋진 드레스와 양복을 입은 사람들이 연주하는 선율은 tv나 cd(이 당시에는 cd!)를 통해서는 느끼지 못하는 황홀함이 있다! 그리고, 항상 마무리는 엄청난 환호소리와 함께 수많은 앙코르들!
결국, 소질이 없다고 판단되어 초등학교 이후로는 손을 놓아 버리고, 피아노도 본가 골방에 묵혀있다가, 지금은 버렸는지 팔았는지 기억 속으로 살아졌지만, 아직까지 그 당시 주말마다 들었던 '진짜 연주' 들은 머릿속에 잘 박제되어있고, 클래식 음악을 들을 때의 당시의 향수와 클래식이 주는 특유의 편안함이 몰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