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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소드 10 – Bravery. 7

파트 7 - 연설

by The being

방송실 문이 조용히 열린다.

그 안으로 들어선 인물은, 학생이 아니었다. 아니, 더 이상은. 검은 코트 자락이 유리창을 스치며 파동을 남긴다.


미라주뉘.


그는 마이크 앞에 서더니, 아무런 설명도 없이 볼륨 다이얼을 최대로 올렸다. 방송 시스템 전체에 불이 들어오고, 스피커가 교실과 복도마다 깨어난다. 이윽고, 낮고 조용한 목소리가 학교 전체에 울린다.


미라주뉘: 우리는 경쟁 속에서 자라왔다.


더 빨리, 더 높이, 더 많이


그렇게 앞서 있는 자만이 ‘인정’받고, 나머지는 ‘노력’이 부족하다는 말을 듣는다. 누구는 태어날 때부터 스타트를 끊었고, 누구는 시작선조차 찾지 못한 채 뛰라고 한다.


이런 세상이 정당한가?


엘리트는 영웅이 되고, 그 아래의 수천만은 배경이 된다.


1등이 말하면 “감동”이고, 꼴등이 말하면 “핑계”다. 우리는 수치를 넘어, 사람까지 서열화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


점수로, 학벌로, 직업으로, 존재의 무게조차 나누는 이 시스템. 이 구조 안에선 누구도 평등하지 않다.


정의조차, 높은 자의 입에서만 나오도록 설계되어 있다.


나는 묻는다.


왜 우리는 1등이 아닌 순간, 말할 자격을 잃는가?


지금 우리가 서 있는 이곳은 학교지만, 학교만이 아니다. 여긴 이 사회의 축소판이다. 우리는 지금, 세상의 기

울어진 구조를 보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이제 선택하려 한다.


더 이상 이 구조에 동의하지 않기로.

더 이상 이 위계를 따라 살지 않기로.

우리는 모두의 이야기가 들리는 세상을 원한다.


그 시작은, 이곳의 질서를 내려놓는 것이다.


정적.


누군가 책상을 세게 두드린다. 다른 누군가는 조용히 박수를 친다. 그리고 이내, 학생들 사이에 퍼져나가는 미묘한 공명.


미라주뉘는 조용히 마이크에서 떨어진다. 그의 말은 끝났지만, 울림은 멈추지 않았다.


그 순간.


복도 끝, 방송실 유리창 너머 어둠 속에서 다섯 개의 실루엣이 조용히 모습을 드러낸다.


자비. 선희. 노블. 프린터. 콩.


그들은 말이 없었다. 아무런 움직임도 없었다.

그저, 조용히 지켜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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