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급여와 붉은 캔들 사이

때론 데이고, 때론 손절당한다.

by 이쁜이 아빠

매달 15일,
휴대폰 알림이 조용히 울린다.
『고용노동부 실업급여가 입금되었습니다.』

나는 그 알림을 보며 가볍게 웃는다.
"그래, 오늘은 배당 받은 날이지."

하지만 알림 옆에 떠오른 또 하나의 창.
『보유 종목 A, –6.2% 하락』

이건 배당이 아니라… 벌칙 같았다.
붉은 캔들이 하나 둘 늘어갈 때마다,
실업급여보다 더 큰 무게감이 어깨 위에 얹힌다.

정년 퇴직 후,
마음 한편엔 늘 ‘쓸모 있는 나’에 대한 갈망이 있었다.
누군가는 말한다.
“이제 좀 쉬어요.”
하지만 나는 안다.

쉬는 것도, 돈이 있어야 쉬지.
그리고... 멈추는 건 아직 내 스타일이 아니다.

그래서 나는 아침마다 다시 모니터를 켠다.
출근버튼은 ‘로그인’,
책상 위의 사원증은 ‘계좌번호’다.

주식을 하다 보면,
수익률보다 더 아픈 건 ‘무시받는 감정’이다.

“에이~ 그 나이에 주식?”
“전문가도 수익 못 내는 걸 뭘 믿고?”
“실업급여 받는 분이 투자는 무슨...”

하지만 그 말들은 나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었다.
왜냐고?
나는 매일 장이 열리기 전, 스스로에게 출근 사유서를 쓰기 때문이다.

▪︎오늘의 전략은 무엇인지,
▪︎ 어떤 종목에 집중할 것인지,
▪︎언제 손절하고 언제 쉴지,

이 모든 결정을 나 자신이 책임진다.

한 달 179만 원의 실업급여. 6개월 동안,
그건 생계의 일부지만,
나에겐 ‘존재감의 이름’이기도 하다.

그리고 하루의 수익.
작지만 15만 원, 20만 원.
그건 내 ‘의미의 증명’이다.

하루에 5% 수익이 났을 땐,
실업급여와 나란히 설 수 있는 또 다른 나의 힘이다.
그건 돈보다 더한 희열이다.

왜냐하면,
나는 아직 살아 있고, 쓸모 있고, 성장 중이기 때문이다.

붉은 캔들은 뜨겁다.
하지만 그 열기 속에 나는 내 감정을 던진다.
때론 데이고, 때론 손절당한다.
하지만 매일 다시 출근한다.

실업급여는 나를 지켜주는 울타리이자,
내가 다시 날 수 있는 바닥이다.

그 사이에서 나는,
차트를 펼치고, 감정을 조율하고, 인생을 다시 디자인한다.

누군가는 내게 물었다.
“정말 주식으로 먹고살 수 있어요?”
나는 말하지 않았다.
그저 웃으며, 다음 날의 종목을 메모장에 적었다.

왜냐하면 나는 안다.
‘실업급여와 붉은 캔들 사이’에서,나는 다시 한 번, 살아가는 중이라는 걸.

퇴직 후, 실업급여와 계좌 사이에서 제2의 인생을 설계 중.

“나는 오늘도 시장에 출근한다. 나를 위한 사직서도 없고, 은퇴도 없다.”

월,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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