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랗게 멍든 시간들. 48
모르겠어요 이젠. 뭐가 나였고 내가 뭐였는지.
26살이 되고 오랜만에 자전거를 타고 싶어 따릉이 페달을 힘차게 밟았는데, 나이 먹었다고 그 한 바퀴가 더 멀리 가거나 더 적게 가는 건 아니더라고요. 한 바퀴를 굴리면 따릉이는 그냥 그 한 바퀴만큼만 가네요.
내가 더 가려했던 건, 더 멀리 가고 싶었던 건 욕심이었나 봐요. 뭐 고등학교 때는 혼자서라도 꾸준히 하면 누자베스나 머스타드 같은 사람이 될 줄 알았지.
대학교 땐 꾸준히 하고 열심히 하면 로망 가브라스나 한국에선 이호재처럼 될 줄 알았지.
어쩌면 내가 열심이지 않았나. 그런 게 아니었나. 하는 의문도 들고. 나이 하나 먹으면 생각이 10배로 번지는 게, 코 밑으로 물이 차올라서 점점 숨이 막혀버리는 기분이에요. 차라리 익사해버렸으면.
아무것도 없는 평화가 온다면, 그땐 자유로울 수 있을까요. 자유로워야죠. 그렇게 되어야 하죠. 그날을 기다립니다. 내 시간이 멈추고. 공기가 흐르는 것도, 열과 냉기가 내 몸을 스치는 것도 끝나고. 모든 게 없는 시간.
그 전까진 특별할 줄 알았던 내가 아무것도 아니게 되고, 모두가 느끼는 보통의 존재가 되어버리죠. 기다리는 순간까지 보통의 존재로 살겠습니다. 그래요. 난 보통의 존재.
어서 밤이 오길. 또다시 찾아올 잔혹한 여름을 버틸 자신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