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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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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ne Anne Oct 03. 2022

거슬러 올라가는 시간


고향집 앞 벚나무 잎에 물이 든다.

꽃망울이 맺히고, 꽃이 휘날릴 때를 보지도 못했는데,

나뭇잎 끝에 빨간빛이 돈다.

요정 찌찌가 나타나 나를 데려간다.

모험과 상상을 사랑하는 폴이 떠났던 새로운 세계로,

모든 사람과의 시간은 멈추고,

 다다.


계속 잠을 잔다.

자도 자도 쏟아지는 잠을 이기지 못해,

하늘로 가는 시간 내내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지상의 그 누구와도 연락할 수 없는 특별한 공간,

이 공간을 거치지 않고서는

힘든 이별을  맞이할 수가 없다.

몰려오는 잠들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는 게 차라리 다행이었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티켓을 끊었다.

같은 거리인데도 더욱 힘이 드는 건, 올 때와는 다르게  한 시간이 더 걸리는 이유만은 아닐 것이다.

피천득 선생님의 <기도>에는 이런 구절이 나온다.

《 내가 좋아하는 타고르의 '기탄잘리'의 한 대목이 있습니다. "저의 기쁨과 슬픔을 수월하게 견딜 수 있는 그 힘을 저에게 주시옵소서." 》

나는 마지막까지도 이기적인 존재이다. 부모님의 안위를 걱정하기 이전에 내가 견딜 힘을 가지기를 원했다. 태어날 때부터 연세가 많으신 부모님을 걱정했었다. 내가 중년이 될 때까지 곁에 계셔주셔서 나는 참 감사하다. 하지만, 그 어떤 슬픔을 견뎌낼 힘이 나에게 있는지, 나는 아직도 모르겠다.


다른 시간으로 이동하는 나에게 추억이 남았다.

서로의 눈을 마주 보고, 서로의 살을 비비고 안을 수 있었던 우리는, 서로의 떨리는 음성에 결국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우리는 다시 살아갈 것이다.

모든 게 불확실했던 지난 3년 동안, 그들과 평범한 일상을 보내는 것이 나의 소원이었다. 나의 예쁜 엄마, 아버지는 그 소원을 들어주셨다.


내 발이 땅에 닿는 순간, 나는  새로운 시간의 지배를 받는다. 12시간을 날아, 7시간 전의 과거로 돌아왔다.

이 세계에도 내가 만나면 반가운 사람들이 있고 또 나를 보면 반가워할 사람들이 있다.

한국 세계에서 이질감생소함을 느끼고, 이곳 세계에서 안함과 익숙함을 느낀다. 내 안의 그리움과 슬픔 그리고 기쁨이 이리도 단단해졌는지, 그간의 세월이 한참이다.


아픔이었던 가족이 이제야 사랑다.

릴 때 대마왕에게 빼앗겼던 니나를 되찾은 듯한 행복한 시간여행이었다.

오래도록, 보다는 그저 평안하시기를 바라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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