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2.03
꽤 엉망인 서른 살의 1월이 지나갔다. 차마 준비를 하지 못한 채 맞이했던 2022년의 1월은 J의 성향을 가진 내게 악몽이 틀림없었다.
위인전에 나올법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신애라 님이나 정혜영 님 같이 누가 봐도 천사 같은 사람. 많은 사람을 보듬어줄 수 있는 능력이 되고 계산을 하면서 행동하지 않으며 누군가를 대할 때 욕심을 내지 않는 사람 딱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다. 하지만 그런 완벽함에 유전적인 힘이나 이미 지나버린 과거에 형성되어버린 성격 DNA 같은 것들이 필요하다고 깨달았고 그렇게 나의 이상향의 인간은 좋은 사람에서 내 할 일은 잘하는 세운 계획은 어느 정도 실천하는 그리고 나를 소중히 여기는 지혜로운 사람으로 바뀌었다.
그런 나의 사주에는 욕심이 한가득이라고 했다. 백 프로 믿는 것도 아닌데 보는 족족마다 말이다.
근데 놀랍지도 않은 것이 부정하고는 있었지만 어느 정도는 인지하고 있는 사실이었다. 충분히 잘한 일임에도 스스로에게 칭찬하지 못하는 사람, 모든지 잘하고 싶은 사람, 무너졌을 때 스스로에게 위로가 되지 못하는 사람. 29년 동안 이렇게나 바보같이 살아온 게 나였다. 칠 년 만에 돌아온 학교에서 생각보다 잘 나온 학점에 스스로에게 칭찬을 하지 못하는 나의 모습을 보고 어쩌면 모든 게 다 욕심 때문이라는 걸 그제야 깨달았다.
모든 일에 계획을 세웠던 치열했던 지난 일 년이었다. 나보다 더 치열한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은 정말 많겠지만 주변과 나의 과거와 비교해보면 말이다. 생각보다 괜찮았던 일 년이었는데 도통 만족스럽지가 못했다. 잘했던 거 같은데 칭찬에 목말라있는 자신에게 너무도 인색한 나를 보고 실망스럽기도 했다. 그런 나를 보고 서른 살이 되는 올해는 지혜로운 어른이 되어 지금 보다 촘촘히 만족스러운 인생을 맞이했으면 했다.
일 년 뒤의 졸업여행을 계획했다. 1월에 계절학기가 끝나면 단기 알바를 해서 비행기표값을 모으고 2월이 되면 개인 작업과 스토어 오픈, 자격증 취득 그리고 자기 관리에 중점을 둘 계획을 세웠다. 그리고 1월, 알바를 위해 본가로 올라왔을 때 알바를 시작하기 전날에 다리를 다쳤고 그렇게 비행기표가 물 건너갔다. 2월이 되면 괜찮아질 줄 알았던 다리는 큰 진척이 없었고 몸을 써야 하기에 개인작업은 엄두도 못 내고 개인작업을 못하기에 스토어 오픈은 물론 자기 관리를 하려고 했던 내 계획들은 물거품처럼 사라져 버렸다.
갑작스러운 비극이 내게는 왜 이렇게도 잦은 건가 싶었다. 굴곡이 없는 인생은 있을 수 없겠지만 힘차게 서른이 되어 세워둔 모든 버킷리스트가 무너졌고 나는 지금 꽤 엉망이 된 상태가 되었다.
머릿속이 흰 백지장이 된 지금 내 아까운 서른의 시간이 한 달 하고도 3일이나 지나버렸다. 누군가 50대가 되니 드디어 어른이 된 거 같다고 말했는데 비극에 이렇게 시도 때도 없이 주저앉아 있는 나를 보니 아직은 애가 맞는 건가 싶다. 하지만 이미 생겨버린 상처는 치유의 시간이 필요한 법이니까 기다림 속에서 가치 있는 시간을 보내야 한 다는 것 그래야 그 기다림은 미학이 된다는 것쯤은 알고 있다.
어린 날의 시간들이 이렇게 지나가는걸 벌써부터 아쉬워하는 게 맞나 싶다가도 익숙함에 속아 소중함을 잃으면 안 된다는 걸 다시금 깨닫게 된다.
이미 망했다고 생각했으니 더 이상의 무리한 계획은 내게 독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꼭 하고 싶은 것 두 개 그리고 꼭 해야 하는 것 두 개, 딱 네 개. 2022년은 딱 네 개의 버킷리스트만 이루어야겠다.
1월은 없다 치고 2월에는 소중한 목표 네 개를 세워야겠다. 일 년 동안의 나를 위해. 일 년 뒤 큰 만족감을 느낄 나를 위해. 10개의 버킷리스트 중에 4개를 이루는 것보다 4개의 버킷리스트 중에 4개를 이루는 게 더 큰 이룸이 아닐까.
am 01: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