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lliesu Mar 07. 2022

극 J 성향 사람의 사정

2022.03.01

이야기를 다 나누고 숙소로 들어가려던 찰나, 껴안고 있던 그의 발에 아직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내 발이 걸려 또 한 번 발을 삐끗했고 처음보다 더 심하게 발이 부었고 내 발은 바닥에 대지도 못할 정도로 심각했다. 그 순간 지난 한 달이 머릿속에 스쳤고, 또다시 무의미한 한 달을 보낼 수 있겠다는 두려움에 그냥 흘러가 아쉬워 죽겠는 내 시간에 대한 속상함에 눈물이 미친 듯이 흘렀다.


반깁스를 보조기로 바꾸고 한 달이 되었을쯤 J성향이 미친 듯이 날뛰기 시작했다. 미뤄뒀던 아니 못하게 됐던 것들을 남은 보름 동안만이라도 몰아서 하고 싶었다. 보조기를 빼고 까치발을 들었고 보조기를 빼고 발목을 돌렸다. 이 정도의 스트레칭이 맞는 건지 해도 괜찮은 건지 의사 선생님께서는 제대로 알려주시지도 않았지만 보조기를 빼고 걷는 또 움직이는 연습을 했다. 간절하고 또 간절했다. 그리고 난 오랜만에 여행을 떠났다.

오랜만에 많은 사람들과 떠난 여행에서 좋아하는 사람들과 맛있는 음식을 해 먹었고 함께 웃으며 게임도 하며 시간을 보냈다. 집이 있는 도심을 떠나서 떠난 그곳에는 좋아하는 냄새가 있었고 모든 스트레스를 날려버릴 기운이 있었고 아끼는 시선의 끝자락이 있었다. 알딸딸한 술기운에 그와 함께 마당으로 나섰다. 시선의 끝자락에 있는 별들이 너무도 빛이 나서 눈물이 났다. 그리고 격양된 내 마음을 앞세워 그 틈을 타 그간 못했던 내 마음을 용기 내 이야기했다. 자연을 보며 행복해했던 내가 너무 그립다고 여행이 너무 가고 싶었다고 그래서 졸업여행으로 생각해둔 캐나다가 너무 가고 싶었는데 방학 동안 모으려고 했던 여행경비를 이 발 때문에 못 모으게 돼서 사실 너무 속상했다고 말이다.


제일 좋아하는 인형을 뺏긴 7살 아이처럼 서럽게 우는 내게 전과는 다르게 토닥이며 위로해주는 그가 있어서 울면서도 행복감과 안도감을 느꼈다. 마음 같아서는 그와 함께 여행을 다니며 세상 곳곳을 바라보고 싶었지만 그건 내 욕심이었고 그가 이렇게라도 나의 마음을 응원해주는 이 순간이 있어서 그 순간에 함께 수많은 별을 바라볼 수 있어서 정말 빛나는 순간이었다.


이야기를 다 나누고 숙소로 들어가려던 찰나, 껴안고 있던 그의 발에 아직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내 발이 걸려 또 한 번 발을 삐끗했고 처음보다 더 심하게 발이 부었고 나는 발을 바닥에 대지도 못할 정도로 다쳤버렸다. 마음이 힘들었던 한 달이었는데 그 한 달을 더 보내야 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고 두려움에 그냥 흘러가 아쉬워 죽겠는 내 시간에 대한 속상함에 눈물이 미친 듯이 흘렀다.


한참을 눈물을 흘려보내고 나서야 마음이 진정됐었다. 우는 내 모습을 보고 같이 여행을 온 사람들이 나에 대해 어떻게 생각했을지 좀 걱정이 됐다. 나의 마음을 모른다면 왜 그렇게 어린애처럼 놀러 와서까지 우냐고 생각하진 않을지 걱정이 됐다. 내 속사정이 이렇다고 일장 연설을 하고 싶었으니까 말이다.


인생이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는 걸 어느 정도 알았지만 이렇게 계획대로 안된다고는 생각 못했다. 여행에 돌아와 한 달은 더 보조기를 차고 다녀야 한다는 청천벽력 같은 말을 들었지만 이제는 '이 방학을 정말 쉬는 데에만 보내라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내 마음이 편해지고 말았다. 사 학년 일 학기가 시작하면 정신없고 머리가 아프겠지만 그때의 걱정은 벌써부터 하지 않고 지금은 조금의 불안감만 가지고 방학을 마무리하기로 했다. 난 극 J니까 그때 가면 더 괜찮은 계획과 대안을 낼 수 있지 않을까?


am 01:35

매거진의 이전글 엉망진창이었던 서른의 1개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