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5.31
졸업이라는 단어의 무게를 서른이 돼서야 조금 깨달았다. 어디서부터가 오늘인지 내일의 나는 내가 세워둔 할당량을 잘 채워낼 수 있을지 개강한 지 5일밖에 안됐는데 비틀비틀 정신력이 위험해진 학기 초반이었다.
따끔한 한마디를 들었고 머릿속이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이대로 남은 두 학기를 잘 보낼 수 있을까, 졸업 작품을 위해 과거의 시선들을 훑어보다가 또 그때의 내가 그리워져버렸고 매 순간 졸업 여행이라는 단어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나는 그림을 그리는 과를 재학하고 있기 때문에 신선한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는 무한한 상상력이나 엄청난 손기술 혹은 많은 종류의 시선과 경험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난 엄청난 손 기술도 창작력 가득한 상상력도 없었기에 나에게 7년 동안의 시선과 경험은 엄청난 재산이었다.
파이팅 가득했던 1년 전 마지막 20대였던 나와는 다르게 벌써부터 학교 생활이 아쉽기도 했고 졸업하기 전에 학교에 있을 때 하고 싶은 작업들이 너무 많은데 내 욕심을 줄이지도 또 그걸 순응하지도 못하는 나 자신이 벅차기 시작했다.
오늘도 여느 때와 같이 어떤 그림을 그리면 좋을까 어떤 작업으로 여행지에서의 향수를 불러올 수 있을까 싶어 서랍 속 외장하드를 꺼냈다. 잘 정리된 외장 하드 속에서 한참 동안 과거에 머물러 있다가 난 참 많은 곳에 시선을 뒀었던 사람이라는 걸 깨달았다. 또 나는 어느 때처럼 내 시선으로 하여금 내 머릿속과 마음속을 싹 정리했다. 한 번도 긴 시간 동안 휴학을 했던걸 후회했던 적이 없었는데 역시나 쓸데없는 경험은 없다는 생각이 가슴속에 또 한 번 박혔다.
많은 시선을 가지고 복학하길 잘했다고 10번 중에 8번은 했다. 잘하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두 번은 마음껏 효도를 하지 못하거나 현실적으로 무언가 이루어 놓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거나 학업에 욕심이 생기는 그럴 때쯤이다. 그럴 시기가 다가오면 마음속 깊은 구석 쪽에서 그냥 쭉 다녔으면 나는 어떤 걸 하고 있었을까 딱 그 정도로 휴학 기간을 의심 아닌 의심을 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지금 같이 학교를 다니고 있는 22,23살 친구들을 보면 7-8년 전의 나는 참 용기 있는 사람이었다는 건 확실했다. 지금 학교에 있는 친구들은 부럽고 해보고 싶다면서 막상 두려움이 큰 건지 나처럼 실행으로 옮기는 친구들이 별로 없는 거 같아 내가 그 시간이 다 아쉬웠다. 물론 위에 쓰여있는 말처럼 쓸데없는 경험이라는 건 없어서 그 친구들이 여행을 하지 않고 그 시간에 다른 일을 한다고 해도 그게 그 사람 인생에 있어서 쓸데없는 경험이라고 말할 순 없지만 말이다. 그 나이대에 할 수 있는 것들 느낄 수 있는 감정들을 느끼는 게 훗날의 내가 과거를 돌아봤을 때 위로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꼭 지금의 나처럼,
아주 정신없는 3,4월을 보내고 힘들게 짬을 내서 알바를 시작하려던 5월이 됐다. 지난겨울 다친 발목이 회복이 많이 됐을 즈음이었다. 자전거를 타고 알바를 하러 가는데 순간 비틀 한 찰나 초등학교 1학년때 이후로 자전거를 타고 첫 넘어짐을 경험했다. 다음 날 아침 나는 손에 깁스를 했고 알바를 가지 못했다.
겨울에 알바를 하려고 했을 때는 발목을 봄에 알바를 하려고 했을 때는 손목을.. 이렇게 되니까 나는 이 졸업 여행이 더 꼭 정말 어떻게 해서든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am 12: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