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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lliesu Jan 01. 2023

07. 욕심 버리기

Quebec, CANADA

어제 크리스마스용품을 파는 가게에서 큰 맘 먹고 큰 기념품을 구매했다. 삼일연속 그 가게를 방문했는데 구매해도 절대 후회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숙소에 들어와 룸메이트에게 자랑을 하기 전까지 말이다.

도자기 같은 재질로 만들어진 이 모형은 삼층집인데 크리스마스장식을 잔뜩 해놓은 귀여운 모양을 하고 있었다. 룸메에게 자랑을 하는데 집의 밑부분에 금이 간 걸 발견했고 룸메는 내게 영수증이 있냐고 물었고 다음날 바로 가서 환불이나 교환을 받으라고 했다.


아침에 눈을 떠 어제 산 미니토스트모양의 시리얼을 먹고 핸드폰과 이어폰만 주머니에 넣고 가게로 향했다. 환불은 어렵지 않게 진행됐지만 이미 코퀄리티의 제품을 환불했기 때문에 다른 것들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고 나는 두 시간 동안 가게 안에 머물다 빈 손으로 그곳을 나왔다.

의무적으로 이곳을 담아야겠다는 욕심을 버리고 맨몸으로 나오니 몸이 너무 가벼웠다. 나온 김에 동네나 한 바퀴 둘러보고 돌아가야겠다는 생각으로 근처를 둘러보다 달콤한 냄새에 이끌려 팝콘가게에 들어갔다. 이미 그 전이 구매를 했던 곳으로 체다치즈, 화이트체다, 그리고 메이플 시럽 맛이 있는 퀘벡스타일의 팝콘을 스몰사이즈로 구매해서 팝콘을 먹으며 길거리를 돌아다녔다.


퀘벡에 도착한 뒤로 매일매일 눈이 오는 바람에 매일 아침에 이곳의 제설작업을 보곤 했지만 음악을 듣고 팝콘을 먹으며 돌아다니니 손은 시려도 야외에서 영화를 보는 느낌이 들었다.


어쩐지 퀘벡도 내가 내일이면 떠난다는 걸 아는지 시원하게 파란 하늘을 한번 보여주고 이내 다시 구름이 꼈다. 점심때쯤이면 숙소에 들어오는 내게 숙소 스탭이 퀘벡이 재미가 없냐 물었다. 몇 마디 대화를 나누고 내게 바를 추천해 줬다. 술을 먹지는 못하지만 오늘 저녁엔 음식을 시켜놓고 라이브 재즈를 들어야겠다. 영화 같은 오늘이 더 영화 같게 말이다.


그림을 그리는 내게 퀘벡이 안성맞춤이라는 그녀의 말에 입꼬리가 쉬이 귓가에 올라가진 않았다. 인생은 모순 투성이라 그랬던 모양이다.

Dec2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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