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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lliesu Jan 16. 2023

11. 님아 그 걱정을 멈추어다오.

Calgary, CANADA

하늘이 파랗다. 어젯밤 했던 모든 근심 걱정을 씻어낼 만큼 말이다.


홈리스가 유난히 많았던 호스텔 근처에서 시애틀에서의 걱정이 앞섰다. 시애틀에서 홈리스가 한 총기사건에 대한 뉴스도 보고 미국 자체에서 큰 걱정거리로 삼고 있다는 뉴스도 들여다보며 한참을 근심걱정을 하다 도착하지도 않은 그곳에 대한 걱정이 큰 의미가 없을 거 같아 걱정을 접고 잠에 들었다.


오늘은 캔모어로 들어가 아침 겸 점심을 먹고 밴프로 넘어가 그 근처 공원과 호수를 둘러보는 게 일정이었다. 내가 처음 이곳을 접하게 된 계기는 브래드피트가 처음으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영화 ‘레버넌트’ 때문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이렇게 여행을 좋아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는데 가족과 함께 새벽녘에 본 그 장면들이 뇌리에 깊게 박혀서 다음날 눈을 뜨자마자 촬영지를 찾아봤었다.


캘거리에서 밴프로 가는 길에 보이는 것들이 많아 미어캣같이 고개를 가만두지 못하며 갔다. 가는 길에 왼쪽에는 눈 쌓인 잔디밭이 쭉 펼쳐졌고 오른편에는 아주아주 큰 농장이 있었다. 농장에는 우리나라소와 다르게 털이 길게 자란 검어보이는 소들이 춥지도 않은지 여유롭게 풀을 뜯어먹으며 있었는데 알고 보니 앨버타주는 소고기가 유명한데 이곳의 소들은 영하 삼십 도가 넘어도 실외에서만 사육을 해서 육질이 다른 지역과 확연히 차이가 난다고 했다. 잘 자라고 있는 소들을 보고 차돌박이가 생각나 이내 다른 생각을 하기 위해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왼편에 넓게 펼쳐진 들판도 소를 키우는 곳이냐 질문하니 저 넓은 곡이 전부 유채꽃밭이라 우리나라 달로 봄, 여름쯤 되면 유채꽃밭이 광활하게 펼쳐지는데 그 꽃을 이용해 카놀라유를 만든다고 했다. 알고 보니 카놀라라는 게 있는 게 아니고 Canadaoil을 부르고 부르다 보니 카놀라유가 됐다고 한다.


정신없이 달리다 보니 저 멀리 절경이 펼쳐졌다. 가는 길에 첫 번째로 보이는 산은 한 여름에는 눈이 녹지만 더 깊숙이 들어가면 한 여름에도 눈이 녹지 않는다는 말에 한 여름의 이곳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여름이 되면 북미에서 제일 큰 카우보이 행사인 스탠퍼드 행사도 이곳에서 치러진다고 하는데 유채꽃에 카우보이행사에 설산이면 올 이유가 충분하지 않을까?


밴프 근처에 도착하자 뜬금없는 공장하나가 보였다. 캐나다의 로키마운틴이 이렇게 불리게 된 이유는 이 산들이 다 돌로 만들어져 있는데 Rock mountain이라고 불리다가 카놀라유처럼 말이 줄여져 로키마운틴이라고 불리게 됐다고 한다. 시멘트를 만들기 제일 좋은 성분으로 이루어져 세계에서 제일 유명한 시멘트 공장이 밴프 앞에 이렇게 자리하고 있다고 하는데 모두가 이 공장이 제일 흠이라고 하는데 나는 뭔가 멋진 성 같아 보이기도 했다.


이번팀은 케미가 좋다며 욕심이 난다던 가이드님은 점심을 걸러도 되겠냐 물으셨다. 그러고선 우린 점심을 거르고 하루종일 캐나다의 앨버타를 깊숙이 들여다봤다. 봐도 봐도 끝이 없을 거라는 가이드님의 말은 정말 맞았고 우리는 해가지고 나서야 집에 돌아갔다.


투어로 왔던 손님이 멋진 광경에 눈물을 보였던 적이 있었는데 어찌할 바를 몰랐다던 가이드님의 말씀을 듣고 속으로 절대 울지 말아야지 했었다. 몇 번을 그 말을 되새겼는데 결국은 눈물이 흘러 혼자 슬쩍 닦아낸 순간이 한두 번이 아니었던 하루였다. 영화 ‘레버넌트‘의 배경지인 이곳에서 하루종일 6년 전의 내게 고맙기도 했다. 그 영화를 보고 영화의 배경지를 찾아봐주었던 과거의 내게 말이다.

Jan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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