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sper, Alberta
생각지도 못한 양과 향기에 정신이 희미해지면서 무엇엔가 홀리기라도 한 듯 공깃밥하나를 금세 다 해치웠고 어느샌가 종업원을 불러 또 다른 메뉴를 주문하고 있었다. 다 먹지도 못할게 뻔한데 오랜만에 만난 한식당에 한국인으로서 먹부심이 차올랐던 모양이었다. 결국 주문한 건 세입도 더 못 먹고 포장을 하기 위해 사장님을 불렀다.
밥을 먹을 때 보니 이 식당은 단골들이 많은 것 같았고 사장님은 손님의 식사에 굉장히 신경을 쓰시는 것 같았다. 왜인지 인사를 하고 싶어 이어폰을 몇 번을 껴고 빼기를 반복했지만 자신감이 생기질 않아 이내 그만두다가 사장님과 눈이 마주쳤다. 해외에서 한국인인 거 같은 사람에게 한국인이냐고 묻는 게 부끄러운 나는 조심스레 ‘저기..’라고 말을 걸었고 사장님은 웃는 얼굴로 한국인이냐며 말을 쏟아내셨다.
계산을 다 끝내고도 나는 사장님과 원래 알던 사이인 양 한참을 대화를 했고 남은 음식만 포장해가려고 했던 내 손엔 김치와 밥 두 공기, 반찬, 숙주나물, 과일, 맥주가 들려져 있었다. 사장님과 대화를 나누다 울컥해 눈물을 보이기도 했고, 그런 내게 사장님은 옆집에 점심장사를 하는 곳이 있으니 내일 와서 공짜로 밥 먹고 가라고 해주셨고 내일 꼭 와야 한다며 신신당부를 받고 나는 음식 말고도 따뜻한 마음을 가득 담아 숙소로 돌아갔다.
오랜만에 느지막한 아침에 상쾌히 눈을 뜨고 싶었지만 썩 그러진 못했다. 방에 있는 룸메들이 새벽 6시부터 스키를 타러 간다고 스키복을 슥슥거리면서 방을 누볐기 때문이었다. 또 당연히 별순 없었다. 새벽 내 엄청 건조함 요즘 날씨 때문에 바디로션을 퍼부어 발라도 간지러움을 참지 못해 벅벅 긁다가 눈을 뜨기일 수였고 난 피곤한 눈으로 잠에서 깼다.
제스퍼는 앨버타에 있는 작은 도시로 밴프보다 더 안쪽으로 들어가야 한다. 이곳 또한 산속에 있는 마을인지라 크진 않고 도로를 달리다 보면 늑대, 사슴, 엘크 등을 만날 수 있으며 여름에는 곰이 아주 자주 출몰하는 도시로 마을 곳곳에서 곰 동상을 볼 수 있고 이곳 사람들은 장난이 아닌 진심으로 여기선 사람보다 곰을 조심해야 한다고들 한다.
작은 동네기 때문에 금세 동네를 둘러보고 점심시간이 되어 염치 불고하고 식당을 다시 찾았다. 사실은 삼십 분 전에 도착을 했지만 너무 일찍 온 건가 싶어 바깥에서 얼쩡거리다가 한 칠 분 전쯤 가게에 들어갔다. 사장님께서는 기다렸다고 하시며 얼른 오라고 하셨다. 어제 밥 먹은 곳 바로 옆에 하시는 점심밥집은 다양한 메뉴를 팔고 있었는데 아드님이 운영하신다고 하셨다. 사장님께서는 내게 신메뉴로 나온 치즈불고기스테이크 샌드위치를 대접해 주셨는데 정말 한국 포함 지금까지 먹었던 샌드위치중에 최고로 맛있는 샌드위치였다. 너무 내 스타일이라 사장님과 수다를 떨며 금세 음식을 해치웠고 사장님께서 다음 일정이 없으면 본인차를 끌고 근처를 보여주겠다고 하셨다.
차를 타고 나가 캐나다의 유명 체인 호텔 로비에서 커피를 마시며 사장님과 한참 대화를 나누고 더 깊은 산 안쪽으로 더 들어가서 사진도 찍고 좋은 시간을 보냈다. 낯선 내게 이렇게 친절을 베풀어주셔서 감사드린다고 여러 번 말씀드렸는데 사장님께서는 내가 이쁨 받을 행동을 한다고 말씀해 주셨다. 부모님께 교육을 잘 받아서 그런 거라며 첫째 딸로서 듣기 좋은 이야기들도 들었다. 문득 엄마아빠도 생각이 났다. 이런 내 모습을 보면 엄마아빠는 어떤 기분이실까 하고 말이다. 그렇게 우리는 몇 시간을 끊임없이 대화를 나눴다. 마치 원래 알던 사이인 양
숙소에 돌아와 어제저녁 잔뜩 손에 들려주신 먹거리들로 저녁을 해 먹었는데 사장님께 연락이 왔다. 저녁을 먹으러 오라는 연락이었다. 어제 주신 걸로 충분히 많이 잘 먹었다고 말씀드리고 건강히 잘 계시다가 또 만나자는 약속을 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좋은 생각을 혹은 좋아하는 일을 하면 좋은 일이 생긴다는 말을 좋아하고 또 믿는다. 이렇게 낯선 도시에서 이렇게나 감사한 일들이 많이 생기니 이 흥미로운 여행을 내가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오늘도 나는 새로운 인연을 만나 감사함이 짙은 하루를 보냈다.
Jan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