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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lliesu Feb 17. 2023

14. 정을 나누는 여러 가지 방법

Jasper, Alberta


생각지도 못한 양과 향기에 정신이 희미해지면서 무엇엔가 홀리기라도 한 듯 공깃밥하나를 금세 다 해치웠고 어느샌가 종업원을 불러 또 다른 메뉴를 주문하고 있었다. 다 먹지도 못할게 뻔한데 오랜만에 만난 한식당에 한국인으로서 먹부심이 차올랐던 모양이었다. 결국 주문한 건 세입도 더 못 먹고 포장을 하기 위해 사장님을 불렀다.

밥을 먹을  보니  식당은 단골들이 많은  같았고 사장님은 손님의 식사에 굉장히 신경을 쓰시는  같았다. 왜인지 인사를 하고 싶어 이어폰을  번을 껴고 빼기를 반복했지만 자신감이 생기질 않아 이내 그만두다가 사장님과 눈이 마주쳤다. 해외에서 한국인인  같은 사람에게 한국인이냐고 묻는  부끄러운 나는 조심스레 ‘저기..’라고 말을 걸었고 사장님은 웃는 얼굴로 한국인이냐며 말을 쏟아내셨다.


계산을 다 끝내고도 나는 사장님과 원래 알던 사이인 양 한참을 대화를 했고 남은 음식만 포장해가려고 했던 내 손엔 김치와 밥 두 공기, 반찬, 숙주나물, 과일, 맥주가 들려져 있었다. 사장님과 대화를 나누다 울컥해 눈물을 보이기도 했고, 그런 내게 사장님은 옆집에 점심장사를 하는 곳이 있으니 내일 와서 공짜로 밥 먹고 가라고 해주셨고 내일 꼭 와야 한다며 신신당부를 받고 나는 음식 말고도 따뜻한 마음을 가득 담아 숙소로 돌아갔다.


오랜만에 느지막한 아침에 상쾌히 눈을 뜨고 싶었지만 썩 그러진 못했다. 방에 있는 룸메들이 새벽 6시부터 스키를 타러 간다고 스키복을 슥슥거리면서 방을 누볐기 때문이었다. 또 당연히 별순 없었다. 새벽 내 엄청 건조함 요즘 날씨 때문에 바디로션을 퍼부어 발라도 간지러움을 참지 못해 벅벅 긁다가 눈을 뜨기일 수였고 난 피곤한 눈으로 잠에서 깼다.


제스퍼는 앨버타에 있는 작은 도시로 밴프보다 더 안쪽으로 들어가야 한다. 이곳 또한 산속에 있는 마을인지라 크진 않고 도로를 달리다 보면 늑대, 사슴, 엘크 등을 만날 수 있으며 여름에는 곰이 아주 자주 출몰하는 도시로 마을 곳곳에서 곰 동상을 볼 수 있고 이곳 사람들은 장난이 아닌 진심으로 여기선 사람보다 곰을 조심해야 한다고들 한다.


작은 동네기 때문에 금세 동네를 둘러보고 점심시간이 되어 염치 불고하고 식당을 다시 찾았다. 사실은 삼십 분 전에 도착을 했지만 너무 일찍 온 건가 싶어 바깥에서 얼쩡거리다가 한 칠 분 전쯤 가게에 들어갔다. 사장님께서는 기다렸다고 하시며 얼른 오라고 하셨다. 어제 밥 먹은 곳 바로 옆에 하시는 점심밥집은 다양한 메뉴를 팔고 있었는데 아드님이 운영하신다고 하셨다. 사장님께서는 내게  신메뉴로 나온 치즈불고기스테이크 샌드위치를 대접해 주셨는데  정말 한국 포함 지금까지 먹었던 샌드위치중에 최고로 맛있는 샌드위치였다. 너무 내 스타일이라 사장님과 수다를 떨며 금세 음식을 해치웠고 사장님께서 다음 일정이 없으면 본인차를 끌고 근처를 보여주겠다고 하셨다.


차를 타고 나가 캐나다의 유명 체인 호텔 로비에서 커피를 마시며 사장님과 한참 대화를 나누고  깊은  안쪽으로  들어가서 사진도 찍고 좋은 시간을 보냈다. 낯선 내게 이렇게 친절을 베풀어주셔서 감사드린다고 여러  말씀드렸는데 사장님께서는 내가 이쁨 받을 행동을 한다고 말씀해 주셨다. 부모님께 교육을  받아서 그런 거라며 첫째 딸로서 듣기 좋은 이야기들도 들었다. 문득 엄마아빠도 생각이 났다. 이런  모습을 보면 엄마아빠는 어떤 기분이실까 하고 말이다. 그렇게 우리는  시간을 끊임없이 대화를 나눴다. 마치 원래 알던 사이인 


숙소에 돌아와 어제저녁 잔뜩 손에 들려주신 먹거리들로 저녁을 해 먹었는데 사장님께 연락이 왔다. 저녁을 먹으러 오라는 연락이었다. 어제 주신 걸로 충분히 많이 잘 먹었다고 말씀드리고 건강히 잘 계시다가 또 만나자는 약속을 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좋은 생각을 혹은 좋아하는 일을 하면 좋은 일이 생긴다는 말을 좋아하고  믿는다. 이렇게 낯선 도시에서 이렇게나 감사한 일들이 많이 생기니  흥미로운 여행을 내가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오늘도 나는 새로운 인연을 만나 감사함이 짙은 하루를 보냈다.

Jan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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