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안 백합
백합은 조선시대 왕실에 진상하던 귀한 식재료다. ‘조개의 여왕’이라는 애칭처럼 도톰하고 뽀얀 속살은 탕, 찜, 구이 등 어떤 요리와도 잘 어울린다. 지역에 따라 백합은 생합 또는 상합이라고도 부르는데, 속이 맑아 회로 먹을 수 있으니 생합이요, 전복에 버금가는 고급 조개이니 상합이다. 백합에 들어있는 비타민 B12와 타우린은 피로회복에 좋다. 그러니 백합은 겨울이 끝나고 봄이 시작되는, 몸이 나른해지는 이 계절에 먹어줘야 제 맛이다.
서해를 품은 부안은 예로부터 백합 산지로 이름이 높다. 한창 때는 국내 백합의 70~80%가 부안해서 났다. 그중에서도 동진강이 서해로 흘러드는 계화도 인근 갯벌은 바닷물 염도가 적당하고, 모래펄이 고아 백합 서식지로 최적의 조건을 갖춘 곳이다. 힘들여 갯벌을 걷어내지 않아도 발끝에 백합이 차일 정도로 흔했으니, 계화도 주민들에게 백합으로 끓인 죽이나 탕은 그리 특별한 음식이 아니었다. 10여 년 전, 새만금방조제가 완공되기 전까지는 그랬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바다가 막혀 섬이 육지가 되면서 백합도 자취를 감췄다. 백합요리를 식탁에 올리는 부안의 많은 식당들이 수입산 백합을 사용하게 된 연유다. 그나마 다행인 건 대를 잇는 노력으로 옛 맛을 지켜오는 식당이 아직 여럿 남았다는 것. 40년 전통을 자랑하는 계회회관도 그런 식당 가운데 하나다. 개화회관은 백합요리로 1984년 부안 1호 ‘향토음식점’에, 2019년 중소벤처기업청의 ‘백년가게’에 각각 선정됐다. 전라북도 내 9곳 백년가게 중 음식점은 계화회관을 포함해 3곳뿐이다.
최국서, 이화자 씨 부부가 운영하는 계화회관에서는 백합죽에서 백합찜까지 다양한 백합요리를 맛볼 수 있다. 개업 당시에는 백합죽과 백합탕만 메뉴로 냈지만, 2003년 지금의 자리로 식당을 옮기면서 찜과 전 등 몇 가지 메뉴를 추가했다.
“계화도 주민들은 백합을 껍질째 넣고 죽을 끓였어요. 백합이 다른 조개 보다 해감이 적게 들어 그렇게들 먹었지요. 백합 살을 잘게 다져 죽을 끓인 건 우리 집이 처음입니다.”
계화회관의 백합죽은 불린 쌀과 다진 백합 살을 센 불에서 충분히 끓인 뒤 참기름으로 마무리한다. 백합의 비린 맛은 뽕잎 가루로 잡고, 간은 천일염으로 한다. 고명으로 올린 김 가루와 참깨는 백합죽의 고소함에 풍미를 더하는 화룡점정이다. 부안 간척지에서 재배한 동진 쌀의 찰진 맛도 한몫 거든다.
다진 백합 살을 사용하는 죽과 달리 탕에는 백합이 통째로 들어간다. 탕에 들어가는 재료라고는 아이 주먹만 한 백합과 큼직하게 썬 대파가 전부. 한데 맛이 무척 깊다. 비밀은 소금물을 사용하지 않고 손으로 일일이 해감을 제거하는 노력에 있다. 백합 속에 남아있는 바닷물에 백합 향이 더해져 천연조미료 역할을 해내는 것. 하루에 서너 시간 이상을 온전히 들여야 하는 고된 작업이지만 40년 동안 하루로 빠트리지 않고 정성껏 해감을 제거해 내는 건 그래서다. 구이용으로 사용할 백합을 은박지로 꼭꼭 싸맨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계화회관의 백합구이는 여는 조개구이와 달리 직화가 아닌 솥에서 찌듯 구워낸다. 솥뚜껑을 덮고 중불에서 은근하게 구워내기 때문에 식감이 쫄깃하면서 부드럽다. 백합구이 먹기 전, 코끝을 파고드는 진한 백합 향은 웬만한 에피타이져 못지않게 식욕을 돋운다.
부침개 가루에 흑미를 섞어 두툼하게 지진 파전(백합전)과 갖은 채소와 백합을 얼큰하게 버무린 백합찜은 백합의 또 다른 맛을 즐길 수 있는 메뉴들이다. 특히 미나리, 콩나물, 버섯 등 10여 가지 채소에 매콤한 특제 소스로 맛을 낸 백합찜은 특허까지 받은 계화회관의 야심작. ‘안주로 삼을만한 메뉴가 있으면 좋겠다’는 손님들의 성화해 선보인 백합찜은 이제 백합죽의 아성에 도전할 만큼 계화회관의 대표 메뉴로 자리를 잡았다. 아삭한 채소와 고소한 백합의 궁합은 말 그대로 천생연분이다. 계화회관의 단품 메뉴는 2~3인, 코스요리는 3~4인을 기준으로 차려진다. 모든 메뉴는 포장도 가능하다.
부안 곰소젓갈은 백합만큼 유명한 부안의 대표 먹거리다. 부안군 남쪽 끝에 자리한 곰소항 주변에 곰소젓갈을 파는 매장이 모여 있다. 곰소염전에서 생산한 천일염으로 담아 맛이 깔끔한 곰소젓갈은 간장게장에 뒤지지 않는 밥도둑. 곰소항 인근에는 다양한 곰소젓갈을 한자리에서 맛볼 수 있도록 젓갈정식을 메뉴로 내는 식당이 많다.
내소사는 백제 무왕 34년(633)에 혜구두타 스님이 처음 산문을 연 뒤 몇 번의 중창을 거쳐 지금에 이르는 천년고찰이다. 내소사의 오랜 역사를 증명하듯 절집 앞에는 수령 1000년의 아름드리 느티나무가 당당하게 서있다. 내소사의 중심 전각은 석가모니 부처와 보현보살을 모신 대웅보전(보물 291호). 조선 인조 때 청민스님이 중건한 내소사 대웅보전은 꽃살문과 단아한 단청으로 이름이 높다. 꽃살문은 법당 안에서 보면 그 화려함은 간 데 없이 단정한 마름모꼴 살 그림자만 정갈하게 비쳐 더욱 신비롭다. 일주문에서 천왕문을 잇는 800m 전나무 숲길도 매력적이다.
채석강은 2017년 서해안권 국가지질공원으로 인증 받은 부안의 랜드마크다. 격포해변과 격포항 사이에 자리한 채석강은 수천만 년 동안 켜켜이 쌓인 지층이 오랜 세월 파도에 깎이고 무너져 지금의 모습이 됐다. 수만 권의 책을 차곡차곡 쌓아올린 듯한 모습은 보는 이의 감탄을 자아내기에 부족하지 않다. 채석강 탐방은 썰물 때만 가능하다. 격포해변에서 격포방파제와 닭이봉을 거쳐 다시 격포해변으로 돌아오는 코스가 일반적이다. 격포항 일대를 조망하고 싶다면 닭이봉 정상까지만 다녀와도 좋다. 닭이봉은 격포해변에서도 오를 수 있다.
채석강에서 변산마실길 4코스로 연결되는 솔섬은 부안을 대표하는 일몰명소다. 채석강과 마찬가지로 서해안권 국가지질공원 가운데 하나다. 사진가들 사이에서 부안 최고의 일몰 촬영명소로 통하는 솔섬은 전북학생해양수련관을 지나 만날 수 있다. 채석강에서 격포리봉수대, 궁항을 거쳐 솔섬에 이르는 변산마실길 4코스는 편도 5km 남짓이다. 전북학생해양수련관에서 하루 다섯 번 격포방면 버스가 운행한다.
여행정보
<1박 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 내소사 → 직소폭포 → 계화회관(백합요리) → 솔섬 일몰
둘째 날 / 채석강 → 적벽강(변사마실길 3코스)
관련 웹 사이트 주소
부안관광 : www.buan.go.kr/tour/index.buan
내소사 : www.naesosa.kr
문의 전화
부안군 문화관광과 : 063-580-4449
내소사 : 063-583-7281
계화회관 : 063-584-3075
대중교통 정보
[버스] 서울-부안 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1일 10회(06:50~19:40) 운행. 2시간 50분 소요.
부안우체국 정류장에서 100번·10번·11번·50번·60번·61번·62번·200번·212번·620번·640번·650번 농어촌버스 탑승 후 정금 정류장 하차. 계화회관까지 도보 약 80m.
* 문의 : 센트럴시티터미널 02-6282-0114 부안시외버스터미널 1666-2429
자가운전 정보
서해안고속도로 부안IC → 부안로 부안·흥덕 방면 우측도로 2.1km 진행 → 부안로 부안·변산·태안 방면 우측도로 251m 진행 → 변산로 변산·격포 방면 우회전 후 943m 진행 → 계화회관
숙박 정보
한옥펜션 나비의꿈 : 부안군 진서면 내소사길, 063)582-7651, www.nabidream.net
샤니 모텔 : 부안군 부안읍 동중3길, 063)584-9935, www.shanimotel.com
소노벨 변산 : 부안군 변산면 변산해변로, 1588-4888, www.sonohotelsresorts.com/bs
모항해나루 가족호텔 : 부안군 변산면 모항해변길, 063)580-0700, www.haenaruhotel.co.kr
채석강 스타힐스 관광호텔 : 부안군 변산면 채석강길, 063)581-9911, www.starhillshotel.com
식당 정보
계화회관 : 백합요리, 부안군 행안면 변산로, 063)584-3075
군산식당 : 백합정식, 변산면 격포항길, 063)583-3234
김이니경바지락죽 : 바지락 뽕잎죽, 부안군 변산면 묵정길, 063)583-9763
당산마루 : 뽕잎밥, 부안군 부안읍 당산로, 063)581-1626
주변 볼거리
개심사, 적벽강, 모항, 줄포만갯벌생태공원, 변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