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화성 융건릉 용주사
수원화성은 정조의 지극한 효심이 탄생시킨 계획도시다. 그 흔적은 수원화성과 융건릉, 용주사 곳곳에 남아있다. 햇살 따스한 이 봄, 효심 지극했던 정조의 흔적을 좇아 수원과 화성으로 여행을 떠나 보는 건 어떨까.
세계가 인정한 수원화성의 아름다움
화성행궁 주차장에 도착해 가장 먼저 찾아볼 곳은 화성장대라고도 부르는 서장대다. 장대는 전시에 군사를 통솔하는 지휘소로 서장대는 화성행궁을 품은 팔달산(해발 145m) 정상에 있다. 화성행궁 주차장에서 서장대까지는 산뜻한 나무계단을 따라 250m 남짓 오르면 된다.
다리가 조금씩 무거워질 즈음이면 서장대가 모습을 드러낸다. 다리는 뻐근하지만 행궁, 장안문, 팔달문과 수원시내가 한눈에 담기는 풍경은 들인 발품이 아깝지 않을 만큼 장관이다. 장대 뒤, 벽돌로 쌓은 팔각기둥 모양의 건축물은 서노대다. 노대는 쇠뇌라고 부르는 다연발 활을 쏘기 위한 군사시설로 화성에는 서노대 외에도 창룡문과 동북공심돈 사이에 동북노대가 하나 더 있다. 서장대에서 화서문을 거쳐 장안문까지는 성곽을 따라 천천히 걸어볼 수도 있다. 수원화성을 편하게 돌아보고 싶다면 연무대에서 출발하는 화성어차를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순환형으로 운영하는 화성어차는 화홍문, 화서문, 매향교, 연무대 등에서 하차가 가능하다.
수원화성을 이야기하면서 행궁을 빼놓을 수 없다. 하지만 잠깐. 그전에 놓치지 말아야할 게 하나있는데, 바로 무예24기 시범 관람이다. 화성행궁 신풍루 앞 야외 공연장에서 펼쳐지는 무예24기 시범은 화성행궁을 방어하던 조선 최정예 부대인 장용영 군사들이 수련했던 무예로 조선시대 무사복장을 한 여남은 명의 출연진이 검, 창, 활 같은 무기를 이용해 공격과 방어, 베기 등 다양한 무예를 선보인다. 무예24기 시범의 하이라이트는 짚단 베기. 시퍼렇게 날이 선 검과 월도로 짚단 다섯 묶음을 단번에 베는 장면은 마치 한편의 무협영화를 보는 것만큼 흥미진진하다. 다섯 명의 무용수가 한 몸처럼 춤사위를 선보이는 검무와 신풍루 위에서 살을 날려 표적을 정확히 맞추는 장용영 대장의 모습도 인상적이다. 무예24기 시범은 평일엔 1회(오전 11시), 토요일과 일요일엔 2회(오전 11시, 오후 2시) 공연한다. 매주 월요일은 휴무.
무예24기 시범을 관람하고 신풍루를 지나면 정면으로 화성행궁의 정전인 봉수당이 모습을 드러낸다. 정조는 아버지인 사도세자의 묘를 원(현륭원)으로 승격시켜 수원 화산으로 천봉하면서 인근 마을을 옮겨오기 위해 화성을 축성했다. 수원화성을 정조의 효심과 연결 지어 얘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수원화성이 아버지 사도세자에 대한 지극한 효심의 결과라면 화성행궁 봉수당에는 어머니 혜경궁 홍씨에 대한 깊은 사랑이 담겼다. 정조는 혜경궁 홍씨의 회갑연을 이곳 행궁에서 거행하면서 어머니의 무병장수를 위해 정전의 당호를 ‘만년의 수를 받들어 빈다’는 뜻의 봉수당이라 지었다. 화성행궁에는 봉수당 외에도 정조의 어진을 모신 화령전과 정조가 왕위에서 물러난 뒤 안락한 노후생활을 위해 지었다는 노래당 그리고 행궁 후원에 마련한 미로한정 등이 복원돼 있다. 봉수당 왼쪽 회랑에는 사도세자가 갇혔던 것과 같은 모양의 뒤주도 전시돼 있다.
수원 화성도 돌아보고, 화성행궁도 구경했으면 이제 출출해진 배를 채울 시간이다. 수원에서 요즘 가장 핫한 먹거리라면 단연 통닭. 수원통닭거리는 화성행궁과 수원화성박물관 사이를 흐르는 수원천을 중심으로 300m의 구간에 조성돼 있어 찾아가기도 쉽다. 통닭거리에는 매향통닭, 용성통닭, 진미통닭, 중앙치킨타운 등 20여 곳의 치킨집이 성업 중이다.
수원천변에 통닭거리가 조성된 것은 1970년대부터다. 튀긴 닭을 가장 먼저 메뉴에 올린 매향통닭을 시작으로 가게가 하나, 둘씩 늘어 50년을 이어오고 있다. 가마솥에서 노릇하게 튀겨낸 옛날 통닭에서부터 아이들 입맛 저격 1순위인 프라이드치킨과 양념치킨까지 메뉴도 다양하다. 물론 튀김 반 양념 반 메뉴도 있다. 모래주머니(똥집)와 닭발을 함께 튀겨 내는 건 수원통닭거리만의 오랜 전통이다.
정조의 효심으로 완성된 공간, 융건릉과 용주사
융건릉은 장조의황제(사도세자)와 헌경의황후(혜경궁 홍씨)의 합장릉인 융릉과 정조와 효의왕후의 합장릉인 건릉을 합쳐 부르는 이름이다. 죽어 부모 곁에 묻히기를 소망했던 정조의 지극한 효심으로 완성된 공간이 융건릉인 것. 폐서인 돼 서울 배봉산 기슭에 묻혔던 사도세자는 정조가 즉위한 뒤 장헌세자로, 그리고 고종 때 다시 장조의황제로 추존됐다.
융릉과 건릉은 정문을 기준으로 동쪽과 서쪽에 각각 자리한다. 정문에서 각각의 능을 잇는 산책로에는 아름드리 소나무가 도열하듯 이어져 걷기에 더 없이 좋다.
효찰대본산인 용주사는 융건릉에서 차로 5분이면 닿을 수 있는 가까운 곳에 있다. 본래 신라시대 갈양사로 창건된 이곳은 고려 광종 때 병란으로 소실되었다가 조선 정조에 의해 다시 세워졌다. 정조가 용주사를 재건한 건 아버지 장헌세자(사도세자)를 모신 현륭원의 능사로 삼기 위해서였다. 용주사 입구에 신성한 공간임을 알리는 홍살문이 세워진 건 그런 이유에서다.
용주사 관람에 앞서 먼저 들러야 할 곳이 효행박물관이다. 효행박물관에서 특히 눈여겨봐야 할 것은 정조의 명으로 제작한 불설대부모은중경(보물) 경판. 사찰을 지어 아버지의 명복을 빈 것으로도 부족해 부모님의 은혜를 설한 불교경전을 제작하게 한 정조의 효심을 잘 보여주는 유물이 바로 불설대부모은중경 경판이다. 장조의황제(사도세자)와 헌경의황후(혜경궁 홍씨) 그리고 정조와 효의왕후의 위패를 모신 호성전 앞에는 부모님의 은혜 10가지를 돌에 새긴 부모은중경탑도 있다. 용주사에는 이외에도 국보인 범종과 보물인 대웅보전 등 많은 유물이 남아있다.
여행정보
화성행궁
주소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정조로 825
이용요금 어른 2,000원 군인 및 청소년 1,500원 어린이 1,000원
이용시간 09:00~18:00 (연중무휴)
문의 031-228-4480
화성 융건릉
주소 경기도 화성시 효행로481번길 21-1
이용요금 어른 1,000원 청소년 및 어린이 무료
이용시간 09:00~18:00 (매주 월요일 휴무)
문의 031-222-0142
용주사
주소 경기도 화성시 용주로 136
이용요금 무료
이용시간 상시
문의 031-234-00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