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순례길은 과거와 현재, 역사와 문화를 이어주는 길이다. 이 길을 따라 가는 것만으로도 여백으로 남은 과거의 흔적은 또렷해지고, 지워진 역사의 향기는 짙어진다. 또렷해진 과거와 향 짙은 역사를 마주하는 것, 그건 지금의 우리를 있게 한 뿌리와 마주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인천 순례길을 걸어야 하는 이유는 그 특별한 경험을 통해 오늘의 나를 돌아보기 위함이다.
39년간 고려의 왕이 머물던 공간, 고려궁지
강화산성 북문 아래 자리한 고려궁지는 1232년, 몽골군의 침략을 피해 강화로 거처를 옮긴 고려 왕실이 39년간 머문 공간이다. 고려 고종은 개성에 있는 것과 같은 궁궐 14채를 이곳에 지어 생활했다. 몽골군은 고려와 화친 후 삼별초 소탕을 명분으로 강화도의 모든 건물을 불태워 지금은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 고려궁지에는 현재 외규장각과 유수부 동헌인 명위헌, 이방청 등의 건물이 남아있다. 외규장각은 조선 정조 때 왕실관련 서적을 보관할 목적으로 설치한 왕립도서관으로 궁궐 안에 있던 규장각과 달리 도성 밖에 위치한 규장각이라 해서 앞에 ‘외’ 자를 붙였다. 강화도에 외규장각이 설치된 건 많은 전란을 겪으며 강화도가 보장지처로 주목 받았기 때문. 정묘호란을 겪은 인조는 강화도를 도호부에서 유수부로 승격 시켜 외침에 대비한 관방도시로 발전시켰으며, 이는 숙종 대에 이르러 진-보-돈대의 굳건한 해안 방어체계를 완성하는 밑거름이 됐다. 강화도에는 해안경비를 위한 5개의 진과 7개의 보 그리고 53개의 돈대가 있다. 고려궁지 한가운데 자리한 외규장각은 병인양요 때 프랑스군의 습격으로 파괴된 것을 2003년 복원한 것이다.
주소 인천광역시 강화군 강화읍 강화대로 394
이용문의 032-930-7078
이용시간 09:00~18:00
관람료 어른 1,200원 어린이·청소년 900원
강화도의 역사가 시작된 곳, 강화고인돌공원
고인돌은 선사시대 무덤이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고인돌이 가장 많이 발견된 나라다. 세계 고인돌의 40%가 우리 땅에 있다. 남과 북을 합쳐 그 수가 무려 4만여 기. 그중 70기가 강화도에 있다. 강화고인돌공원이 자리한 부근리 일대는 강화도에서 가장 많은 고인돌이 모여 있는 곳이다. 우리나라 대표 고인돌인 강화 지석묘(사적)를 포함해 모두 16기의 고인돌이 이곳에 있다. 강화 지석묘는 두 개의 고임돌과 하나의 덮개돌로 이뤄진 탁자식 고인돌로 덮개돌의 길이가 무려 7.1m나 된다. 무게는 75t. 강화 지석묘에서 야자매트 깔린 탐방로를 따라가면 부근리에 있는 고인돌 12기를 더 만날 수 있으니 산책 삼아 천천히 걸어보는 것도 좋다. 강화고인돌공원 옆 강화역사박물관에서는 강화도에서 출토된 주먹도끼, 돌화살촉, 반달돌칼 등 선사시대 유물 외에도 고인돌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디오라마를 통해 살펴볼 수 있다. 강화역사박물관 입장권으로 강화자연사박물관까지 함께 관람할 수 있다.
주소 인천광역시 강화군 하점면 강화대로 994-12
이용문의 032-934-7887(강화역사박물관)
이용시간 상시
관람료 무료
가을을 품은 천년고찰, 전등사
고구려 소수림왕 11년에 아도화상이 창건했다고 전하는 전등사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사찰이다. 단군의 세 아들이 쌓았다는 삼랑성 안에 자리한 전등사는 일주문과 사천왕문이 없는 사찰로도 유명하다. ‘전등’은 충렬왕의 비 정화궁주가 옥등을 시주한 뒤 붙여진 이름이다. 전등사에는 보물로 지정된 범종 외에도 볼거리가 참 많다. 가장 인상적인 건 대웅보전 불사를 맡은 도편수와 아랫마을 주모의 이야기가 전하는 나녀상인데, 전등사 대웅보전 처마 밑에는 웅크린 채 처마를 받치고 있는 벌거벗은 여인의 모습이 조각돼 있다. 70여 년 동안 열매가 한 톨도 열리지 않았다는 수령 600년의 은행나무 두 그루와 발굴조각 기법으로 제작한 이영섭 작가의 어린왕자 조각상도 전등사의 명물이다. 전등사를 찬찬히 돌아본 뒤에는 삼랑성 성곽 길을 걸어도 좋다. 3km 남짓 이어진 성곽 길에서 바라본 강화의 가을 풍경이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답다. 성곽 길 걷기는 전등사 정족사고 뒤에서 시작하면 된다. 9월 중순부터 붉은 꽃을 피우는 꽃무릇도 전등사의 가을풍경에서 빼놓을 수 없다.
주소 인천광역시 강화군 전등사로 37-41
이용문의 032-937-0125
이용시간 상시
관람료 무료(주차료 2,000원)
웹사이트 www.jeondeungsa.org
200년 불교 불모지에 우뚝 선 효행본찰, 몽운사
몽운사는 서해 최북단 백령도에 있는 작은 사찰이다. 200년 동안 절집이 없던 백령도에 몽운사가 들어선 건 2005년도의 일. 남북 평화와 심청의 효 사상을 선양하고자 건립했다. ‘몽운’이라는 사찰 이름은 심청전에서 심봉사가 공양미 300석을 시주하겠다고 한 설화 속 몽운사에서 따왔다. 법당 입구에 ‘효행의 집’이라는 편액을 단 이유가 여기에 있다. 법당 옆에는 거대한 발우가 전시돼 있으며, 야트막한 언덕 위에 5층 석탑과 해수관음상이 당당한 모습으로 서있다. 장산곶 너머 북한의 평양을 바라고 선 해수관음상은 높이 9m에 무게가 25t에 이른다. 주민 90% 이상이 기독교 신자인 백령도는 사실 불교와도 오랜 인연을 간직한 섬이다. 국립문화재연구소는 지난 91년부터 10여 년 간 군사보호구역의 문화유적을 조사해 백령도에서 ‘연화리사지’를 발견했으며, 동국대학교 발굴 팀은 통일신라시대 것으로 추정되는 호신불을 발굴하기도 했다. 사찰 마당에서 방목하는 공작들은 몽운사의 또 다른 명물이다.
주소 인천광역시 옹진군 백령면 진촌리 1842-5
이용문의 032-836-0108
이용시간 상시
관람료 무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