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책 쓰는 책 / 김경윤 지음 / odos
삶의 주인공이 바로 그런 사람이다.
삶의 황무지를 개간하여 옥토로 만드는 사람,
진흙탕 속에서도 연꽃을 피워내는 사람,
늘 새롭게 시도하고 창조하는 사람,
그래서 자신이 주인공임을 스스로 증명해내는 사람,
그리하여 자신 속에 있는 영혼을 환하게 밝히는 사람,
그 영혼 환하게 밝아 이웃까지 밝아지고 세상을 평화롭게 하는 사람,
그런 사람을 우리는 기다린다.
(책 쓰는 책 / odos /207p)
솔직히 말하자면
처음 책을 내자고 생각했을 때, 나는 아무것도 몰랐다. 책이 어떻게 나오는지, 어떻게 글을 쓰는 것인지(솔직히 이건 아직도 잘 모른다), 책은 어떤 과정으로 나오는지. 아무것도 모르는 나는 책 쓰기에 관한 책을 읽었고, 책대로 책을 냈다. 이제는 책이 나오는 과정을 알고 있지만, 그래도 여전히 작가로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는 막막하다.
그런 내게 책을 계속 내는 작가들을 보는 일은 그야말로 부러움이다. 다섯 번째 계약을 했다거나, 증쇄를 찍었다는 소식을 보면 같이 기쁘면서도 내 미래가 막막하다. 나는 증쇄 안 찍나. 나는 언제 다시 또 계약하나. 걱정이 쌓인다. 직접 책까지 만들어 놓고도 그렇다. 이십 대의 특징일 수도 있고, 삼십 대가 되어도 그럴 것 같긴 한데, 작가로 계속 살아가고 싶은 마음만큼 현실은 늘 따라오지 못한다.
책 쓰는 책을 받을 때 김경윤 선생님이 하신 말씀이 있다. “너한테 도움이 많이 될 거야.” 그리고 여태까지 다른 이를 주인공으로 책을 썼다면, 이번에는 자신이 주인공인 책을 썼다고 하셨다. 약 일 년간 선생님을 뵈며 책이 더 궁금해졌다. 나는 미루지 않고 바로 책을 읽었다. 어쩌면 막막한 현실이 조금은 보이지 않을까 기대감도 숨길 수 없었다.
글을 쓰는 첫 과정부터 출판 준비와 작가가 된 이후의 삶까지. 그야말로 책 쓰는 책이었다. 만약 삼 년 전, 이 책이 나왔다면 나는 ‘첫 책 쓰기’라는 책 보다 이 책을 쥐고 작가가 됐으리라. 나는 두 권, 더하기 하나의 책을 냈지만, 이 책을 읽고 다시 책을 낼 기회가 오지 않을까 생각했다. 다시 처음부터 차근차근한다면, 이렇게 걱정하지 않고서도 넷, 다섯 번째의 책을 내게 될 것이다. 늘 처음처럼. 소주 말고, 처음 같은 마음처럼 하자고 생각했다.
무엇을 위해 쓰는가
어쩌면 책에 쓰인 작가의 다섯 번째 고비에 놓인 나는 여전히 글을 쓰고 있다. 계약이 될지도, 안 될지도 모르는 글을 쓰며 읽는다. 그러다 문득 왜 쓰나 싶은 생각도 든다. 그러다 책 쓰는 책 마지막 작가의 말이 떠오른다. “당신의 삶을 바꾸는 힘을 당신의 내면에서 찾아야 한다. 스스로 포기하거나 스스로를 버리지 않는 사람, 초라한 집에 살면서도 영혼은 하늘을 덮을 수 있는 사람, 홀로 있더라도 자신을 지켜내고 충실히 삶을 일구는 사람, 그런 사람을 무너트릴 수 있는 것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206p).”
이제야 안다. 나는 이름을 남기고 싶어서 글을 쓰는 것보다, 돈을 벌고 싶은 것보다, 유명한 사람이 되고 싶은 것보다, 작가라는 이름이 마음에 들어서 보다, 세상을 더 나아지게 만들고 싶은 것보다 나 자신을 위해서 글을 쓰는 것이라고. 무너지지 않고 자신을 지켜낼 줄 아는 사람이 되기 위해 글을 쓰는 것이라고.
세상이 나를 기다릴지, 기다리지 않을지는 모르겠다. 잊히고 잊히는 것이 세상이라는 게 나의 생각이다. 그러나 그 속에서 글을 쓰고 자신을 지켜낸다면, 최소한 나의 세상에서 바라는 나의 모습일 것이다. 그 정도면 된다. 나를 지킨다면 그 누구도 지킬 수 있을 거라 믿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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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이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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