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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순지 Dec 06. 2016

prologue

기억 한 조각

기억에 대해서 생각해보았다. 그때를 기억한다는 것은, 여행에 대한 행복한 기억에 대한 글을 쓴다는 것은 다시 그때의 사진을 찾아보고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며 그 시간을 다시 음미하는 것이다.

글을 쓴다는 이유로 그 시간을 다시 한번 산다. 그리고 그 흔적들은 사진 한 장, 글 한 구절이 되어 여행에 대한 기억 한 조각으로 남는다.

1. 사진을 찍는 이유 그 순간을 기억하기 위해서, 그리고 나에게 사진만큼 그 순간을 되살리는 힘이 되는 것은 기록이었다. 올봄 제주도 올레길을 홀로 걸었을 때 삼 일째 되던 날 카메라를 잃어버리고 속은 쓰렸지만 걷는 내내 묘하게 자유로웠다. 사진을 찍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지금 느껴지는 바람을, 풍경을, 생각을, 감정을 마음에 세 기려 노력했다. 그래서 그때 사진은 별로 없지만 사진 한 장 한 장에 수많은 생각이, 기억이, 감정이 녹아있었다.

2. 며칠 전 열다섯 살 때부터 친하게 지낸 친구 생일에 축하 편지를 쓰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열다섯 살 때 있었던 일 중에 지금까지의 내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사건이 그 친구와 친구가 된 것이라는 것을. 그때는 학생으로서 수업을 열심히 듣고, 지각을 하지 않는 것이 제일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했었다.(물론 그때의 하루가 모여 모여 분명 삶의 태도나 가치관 형성에 중요한 일이 되긴 하지만) 어쩌면 학생으로서 공부를 한다는 목적을 가지고 학교에 가는 것만큼 그 길을 함께 걷는 친구와 보낸 시간들이 내 삶에 더 큰 영향을 주기도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와 같은 맥락에서 생각해보면 어쩌면 이번 여행이야말로 시간이 많이 지나 10대 20대 30대를 멀리서 바라볼 때가 오면 지금 보낸 이 한 달이 20대의 가장 중요하고, 내 삶에 가장 큰 터닝 포인트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기에 지금은 사소해 보이는 그 순간순간을 기억하고, 여행에서 마주한 수많은 영감들을 기록하는 것을 시작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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