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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난 파프리카 May 20. 2021

어느덧 그렇게 주부로 살고 있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키우다보니 어느순간 난 주부로서 아내로서 엄마로서의 삶을 살고 있다.


결혼 전에는 결혼하고 아이들 키워도 "난 커리어우먼으로 살거야."를 외쳤는데, 막상 현실이 되어보니 그렇게 말처럼 쉽지 않다. 아이들도 케어해야 하고, 집안일도 해야 하고, 남편도 신경써야 하고...


예전에 결혼전에는 혼자 살면서 요리라고는 간단한 음식만 해먹었고, 먹고 싶은게 있으면 부모님 집에 갈때 미리 얘기하곤 했다. 그러면 친정엄마는 딸이 원하던 음식을 해주셨다.


그러던 내가 올해로 결혼 6년차가 되면서 이제는 아이 둘과 남편까지 함께하다 보니 내가 먹고 싶은 음식이 아닌 아이들과 남편이 원하는 음식을 하고 있다. 

아이가 잘먹고 좋아하는 음식을 하게 된다.

결혼초만 해도 집에 생선 냄새가 나는걸 싫어해서 생선이 먹고 싶어도 절대 생선 요리는 하지 않던 내가, 아이들이 좋아하니 일주일에 2~3번은 생선요리를 하고 있다. 그렇게 좋아하던 닭백숙과 닭죽은 우리집에서 자주 해먹는 요리로 변했다.

아이들이 좋아하고 남편이 좋아하니 말이다.


거기다 갈비찜, 김밥, 문어숙회 등도 직접 집에서 해먹고 있다. 아니 내가 이렇게까지 할줄이야.

빵도 가끔씩 만들고, 떡도 만들어 먹고 있다. 

집에서 빵도 만들고 다양한걸 시도하고 있다.

최근에는 부산 시댁에서 사골을 보내주셨는데, 친정엄마에게 보내려다 타이밍이 안맞아서 결국 집에서 사골곰탕을 끓였다. 아침 10시부터 밤 10시까지. 사골곰탕은 마침 남편이 집에 있어서 대부분 그가 하긴 했지만, 어찌됐건 집에서 다양한걸 하는구나 싶다.


얼마전 친정엄마가 요즘은 왜 먹고싶은거 얘기 안하냐고 물어보기도 했다. 

친정엄마가 해줘야만 했던 그 음식들이 이젠 집에서 내가 직접 해서 아이들을 먹이고 있으니, 딱히 먹고싶은게 생각이 안난다. 굳이 얘기 안해도 될정도이기에.


이렇게 어느덧 주부가 되고 있나보다.


아이들이 먹고 싶고 좋아하는 것들을 직접 해주고 있다니... 거기다 남편도 먹고 싶다는 것들을 하나씩 해내고 있으니 말이다.

딸기청 만들면서 우리아이들 먹기도 하고 으깨기도 하고...

얼마전 새로운 집에 이사하고서 할머니 할아버지와 이모들이 집에 방문한 적이 있다. 이사도 했으니 집 구경도 할겸 오셨고, 갑작스런 집들이가 됐다.


집에 왔으니 밥 한끼는 대접해야 했고, 그렇다고  처음 손녀집에 오는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배달음식으로 대체할 수 없었다.  고민끝에 된장국도 끓이고 오리주물럭, 돼지불고기 등으로 상을 차린적이 있다.


그때 집에 온 이모들은 요리 준비하는 나의 모습을 보며, 할 수 있겠냐고 몇번을 물었다. 이모들이 나서서 해주겠다고 할정도였다.


"이모, 이모가 보기에는 여전히 어리게만 보이겠지만... 저 이래봬도 결혼 6년차에요. 아이둘 잘 키우고 있답니다."


어른들이 보기엔 아직 미숙하게 보일지라도, 그래도 하나씩 쌓아가면서 주부의 내공이 높아지고 있는 거겠지.

나역시 과연 내가 결혼해서 이렇게 되리라 생각도 못했을 정도다.


아침에 일어나면 바로 부엌으로 향해서 아침식사를 챙기고 먹고 나선 설거지에 그릇정리, 빨래, 청소, 매끼 식사, 뭘 먹을지 고민하는 시간까지, 주부로서 엄마로서 아내로서의 삶이 매일 반복되고 있다. 하루의 시간이 참 빨리 지나갈 정도다.


어느덧 그렇게 주부로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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