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6년차.
말다툼이 생길때마다 입을 닫곤한다.
연애할때는 티격태격 싸운적 하나 없더니 결혼 후 부터 서로에게 보이는건 다른 생활방식과 다른 사고방식. 다른 문화와 다른 환경뿐이다. 30년간 달리 살아온 두 남녀가 같은 공간에서, 모든 공간과 물건을 공유하고 어디하나 막힌 곳 없이 오픈 스페이스에서 24시간 함께 살아가는 것, 그것이 결혼이고. 해가 지날수록 차차 적응되면서도 거리감이 느껴진다.
결혼 후 첫 우리의 말다툼의 시작은 화장실 수건이었다. 워낙 깔끔한 성격을 자랑하는 남편은 각잡힌 생활습관이 몸에 베었고 나는 작은것에는 그렇게 신경을 쓰는 편이 아니다. 샤워를 마치고 화장실 문을 나서는데 그동안 참았던 감정이 폭발했는지. 남편은 있는 인상을 한껏 찌푸리며 "그렇게 걸어두면 접힌 부분은 마르지 않고 냄새난단 말이야!"라며 얄궂게 쏘아붙이기 시작했다.
네 말이 틀리지 않다. 내 생각이 짧았고 접힌 수건에 무관심했던것도 사실이니까.
그런데 꼭
꼭, 그렇게 사납게 말을 해야했을까.
이후로 우리의 말다툼은 정말 저런 사소한일부터 시작해 언성이 높아지는 일이 잦아졌다. 자꾸 별일도 아닌일에 스트레스를 받는 그에게서 난 핑퐁 테이블마냥 받아쳐야만하는 상황에 놓인게 싫어 그의 생활습관에 맞춰나가기 시작했다. 서로에게 발란스를 맞추고 져주고 화해하고 이해하고의 연속이 결혼생활이라지만. 계속되는 도돌이표식 다툼과 생활로 내 에너지는 방전되고 있는데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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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주 전에는 시부모님이 다녀가셨다.
해외생활을 오래한 남편은 매해 나이가 들어가는 부모님께 효심을 보이고 싶은건지. 유독 올해 부모님을 바라보는 눈빛이 달랐다. 뭐. 나도 우리 엄마한테 잘하고 싶은건 매한가지니까 거기까진 이해.
결혼 후 6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는데도 아직 아기소식이 없다는 사실에 시부모님은 틈만나면 직접적으로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곤했다.
"네가 너무 말라서 애가 안들어서는거 아니니?"
"아침 저녁으로 몸을 그렇게 피곤하게 하니까 애가 들어설 틈이있겠니?"
"우유도 안먹고, 닭고기도 안먹고, 야채만 먹으니까 몸이 준비를 못하고 있는거 아니니?"라는 갖은 잔소리. 하루에 계란 하나씩은 꼭 먹어야한다부터 시작해, 먹지 않는 음식을 모조리 강요하기 시작했다.
"어머니, 우유랑 치즈같은 유제품 먹으면 저는 배가 아파서요"
그리곤 곧장
"쯧쯧쯧..." 혀를 차는 소리가 메아리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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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후 아기에 대한 남편과 나의 생각은 비슷하면서도 조금은 달랐다. 우리가 같은 생각을 가졌던건,
1 아이가 생기면 낳고 그렇지 않으면 불평하지 말기
2 좀 더 시간을 갖고 생각해보기
그리고 한편으로 달랐던 부분이라면
1 나도 나이가 들어가는데, 그래도 내가 젋었을 때 좀 더 빨리 갖는게 낫지 않을까?
2 남편은 아직 아이를 책임질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던 중 작년부터 남편의 아이관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물론 옆에서 남편을 부추기는 시어머님이 한몫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었고, 남편을 오랫동안 키우고 길러주신 외할머니가 돌아가시면서, 어쩐지 아이에 대한 두 사람의 집착이 시작됐다
3주간 시어머니의 끊임없는 먹거리 잔소리, 임신이 잘 되기 위해선 현재 내 직장의 근무시간 조정이 필요하다는 등, 마치 임신이 되지 않는 원인과 중심에 내가 있다는듯이 말하는 시어머님의 말씀도, 거기에 동조하는 남편도 보기가 싫어 어느순간 등을 돌리고 꼭 같이있어야하는 식사시간이 아니라면 서둘러 식사를 마치고 내 방으로 몸을 숨기기거나 다른 일을 하느라 바삐 보냈다. 그리고 무엇보다 출근준비도, 매일 떨어지는 식재료에 장도봐야했고, 시부모님과 남편을 챙기는일 말고도 매일같이 집안일을 해내지 않으면 쌓이니까. 틈날때마다 자잘한 일거리를 헤치워야하니까. 가만히 앉아서 잔소리만 듣고 있을 시간은 없다.
그런 내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건지, 남편은 시부모님이 돌아가신 후부터 말한마디 없이 묵언수행을 시작했다. 나는 그런 그의 모습이 어이가 없어 묵언수행을 이어가고있고. 항상 이런 상황의 ice braker는 나였고, 이번에도 그 순서가 내가 되긴 싫어 꼭 필요한말만 문자로 주고 받는 현재의 상황.
한지붕에 살면서도 대학생 때 친하지 않은 룸메이트와 목래만 하는, 그런 거리를 유지하는 중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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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은 결혼해서 언제나 너무 좋다고만 하던데.
난 자신있게, 그렇게 말하기가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