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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의 축구 Jun 28. 2017

프롤로그: 현대축구 전술의 완성은?

전술 입문자를 위한 가이드가 되길 바라며


축구 전술을 다루는 컨텐츠들이 끊임 없이 양산되는 것을 보면, 예나 지금이나 '전술'에 대한 팬들의 관심이 상당하다는 것을 느낀다. 하지만 한편으로 일반 축구팬들에게 전술은 다가가기 어려운 것, 혹은 함부로 아는 척 하면 안 되는 것 쯤으로 여겨지는 경우 역시 여전히 많다. 서로 반대되는 정보를 가지고 온/오프라인에서 소모적인 논쟁을 펼치는 장면도 익숙한 풍경이다.


몇년 전 축구 팟캐스트 <오프사이드>를 듣던 중 한 청취자가 이런 질문을 했다. "현대축구의 완성은 풀백이라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당시 송영주(現 SPOTV 해설위원) 위원님의 대답은 "아니오. 저는 현대축구의 완성은 압박이라고 생각합니다"였다. 한창 전술에 대해 공부하던 시기라 특별히 기억에 남아 있는 대화다.


하지만 위 대화는 축구를 전술적으로 접할 기회가 없는 축구팬들에게 난해한 대화가 아닐 수 없다. 그와 동시에 대다수의 축구팬들이 전술을 대하는 일반적인 태도를 잘 보여주는 예라고 생각한다.


나는 이 글을 읽는 여러분께 묻고 싶다. 


그렇다면 '현대축구'를 나누는 기준은 무엇일까요? 

전술의 '완성'은 어떤 의미인가요? 

'압박'이 정확히 무엇인가요? 


머리가 아파 오고 별다른 대답이 떠오르지 않는다면, 우리는 전술을 다소 잘못된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었을 지 모른다. 우리는 축구 전술에서 '현대축구의 완성'과 같이 이른바 전술'스러운' 표현을 사용하는 데는 익숙하지만, 정작 그것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건 어려움을 느끼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세트 피스 상황에서의 움직임도 전술, 부분 전술도 전술, 개인 전술도 전술이다. <위닝 일레븐>이나 <피파> 게임을 하면서 내 팀의 포메이션을 짜는 것 또한 전술이다. 작전판 위에 이리저리 숫자와 화살표를 그려 가며 설명하는 것만이 전술의 전부는 아니다. 즉, 축구 경기에서 전술이 포함하는 범위는 너무나 방대한데, 우리는 소위 있어보이는 결과물이나 일부분만을 놓고 파편적인 대화를 하기 때문에 큰 그림을 보지 못한다. '문제 풀이'에는능숙하지만, '개념 원리'에 대한 이해가 모자란 경우가 많다는 이야기다.


전술은 머리 아픈 개념이나, 유명 감독처럼 특별한 사람들만 다룰 수 있는 내용이 아니다. 전술이 나와는 동떨어진 것이라고 치부한다면 전술은 항상 멀고 어렵고 불편한 것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다만 체계적으로 들여다보면 누구나 어렵지 않게 축구를 전술적으로 분석할 수 있다.



이 글을 쓰는 나 역시 여전히 부족하고 공부해 나가야 할 날들이 더 많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알고 있는 전술에 관한 이야기들을 체계화해서 정리해둔다면, 축구 전술이 낯선 입문자들에게 어느 정도 가이드가 될 것이라는 생각에 이번 연재를 기획했다. 필자는 카카, 호날두, 토레스 등 좋아하는 선수들을 보기 위해 축구를 찾아보기 시작했고, 그저 선수 보는 재미로 경기를 관전하던 것을 넘어 심층적인 전술 분석에 돌입한 지는 6년쯤 됐다. 그 시간 동안 나름 다양한 전술 이론과 축구를 보는 새로운 재미를 발견했고, 그간의 경험을 여러분에게 나누고자 한다.


서두에도 이야기했지만 축구 전술을 다루는 매체는 많고, 대부분 비슷하기 때문에 이 시리즈도 완전히 새로운 것이라고 할 순 없다. 모두 훌륭한 교재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입문자에게 내용 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어떻게 전달하느냐다. 대부분의 전술 서적들은 하나의 큰 흐름으로 독자들을 이끌기보단, 개별적인 용어나 사례들을 심층적으로 설명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내 경우 그런 다양한 서적을 통해 겹치는 내용들을 반복적으로 습득하면서 이론을 다졌고, 전술에 대한 나 스스로의 정리 - 거창하게 말하면 '큰 그림'을 완성했다.


그렇게 정리한 사고의 순서대로 전술 지식을 습득한다면, 전문적인 용어나 복잡한 내용을 파고들지 않고도 쉽게 설명과 이해가 가능하다. 여러 매체를 반복적으로 공부할 필요가 적어져 시간도 절약된다. 아울러 지금까지 필자가 분석해온 경기들과 경험을 토대로 도출한 나름 독창적인 통찰들을 참고할 수 있다.



이 시리즈가 축구 전술의 작동 원리와 배경 지식부터 그것이 실제 경기에서 적용되기까지 여러분을 안내하는 길잡이가 되면 좋겠다. 그래서 감히 <축구의 정석>이라는 제목을 붙였다. <수학의 정석>이 고등수학의 바이블로 오랜 시간 사랑받아 왔듯, 축구 전술 입문자들에게 두고두고 그렇게 읽혔으면 하는 바람으로 연재에 임했다. 물론 꼭 그렇지 않더라도 주말 조기축구회나 반 대항 축구대회에서 여러분의 팀이 승리하거나, <풋볼 매니저>에서 팀을 우승으로 이끄는 데 어떤식으로든 도움이 된다면 그것으로 충분할 것 같다.



글 - 우지원

사진 - 오늘의 축구 / 커버 - Budi Nusyirwan (CC BY-SA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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