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님의 천국 (2017.3.24 일기)

by 채수아

혼자 계시던 아버님까지 모시기 위해 대출까지 받아 큰 집을 분양을 받았다. 아버님과 어머님이 각방을 쓰셔야 하니(오래 따로 사신 부부), 삼 남매에 우리 부부까지! 평생 전세로 살았는데 전세는 절대 안 된다는 어머님의 엄명! 그게 최선이었다고 생각했는데, 아버님은 우리가 입주하기 4개월 전에 돌아가시고 말았다. 나는 장애가 있어 제대로 삶을 사시지 못했던 아버님에 대한 슬픔을 이기기 어려워 한 달을 울고 있는데, 그러고 살았는데, 형님이 전화를 하셨다.


"동서, 아버님 천국 가셨어. 난 너무 기뻐."


난 그때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이 안 난다. 화도 내지 않았었다. 교회 근처에도 가지 않았던 분을, 홀로 사시게 방치하고 살았던 큰 며느리 입에서 할 소리는 아닌 것 같았다.


이제 어머님이다. 어머님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어머니를 안 모시겠다고 결혼 안 한 시동생에게 어머니를 책임지라고 선포한 간 큰 형님도, 내게 어머님 모시는 거에 대해 1%도 기대하지 못하게 만든 형님도, 그래... 내가 외며느리다, 맏며느리다, 혼자 삭이며 그 긴 세월을 아파하며 견뎠다.


그런데


어머님 암 진단 후 겨우 6개월, 그것도 평일 4일을 밥만 차리고 교회 활동 나갔다던 형님을, 직장암 말기 환자인 어머님께 화장실에 휴지통을 놓아두지 않았다는 형님을 이해하기는 쉽지 않았다. 하지만 난 지금도 형님을 보면 웃는다. 어머님에 대해 함께 의논한다. 이제 본인 집에서는 절대 못 모신다는 형님, 앞으로 계속 그 병원에 계시다가 그 병원 장례식장에서 상을 치를 계획까지 다 세워놓은 아주버님과 형님!


난 이미 의사 선생님과 상담을 했다. 퇴원이 불가능한 게 맞느냐고. 의사 선생님은 본인이 그리 원하시니 집과 병원을 왔다 갔다 하다가 돌아가시게 될 거라고 하셨다. 그래서 난 내 계획을 조만간 형님 부부와 시누님께 말할 것이다. 부처님 반 토막 같다는 내 남편이 며칠 전 말했다.


"난 어머니 돌아가시고 나면, 형수 얼굴을 못 볼 것 같아."


내 남편에게서 그런 말이 나올 줄은 몰랐다. 난 이렇게 말했다.


"우리 어머님 한 분만 생각하자. 어머님이 병실에서 우리 모두를 지켜보고 계셔. 돌아가셔도 그러실 거야. 우리 부부 둘이서만 어머님 책임지고 산 거 아니야. 형님 부부와 누님의 도움이 없었다면 감당하기 어려운 일들이 많았을 거야. 인연은 그리 간단한 게 아니잖아. 이쁜 조카들 생각도 해 봐. 우리 좀 더 힘내자. 지금까지 잘해왔잖아. 마음 그릇을 조금만 더 넓히자. 평생 고생 많으셨던, 기막힌 삶을 살아내셨던 어머님께 드리는 선물이라 생각하자."


※ 시어머님은 그해 여름에 소천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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