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키 편: 제도가 아니라 태도의 문제
천둥 : 말이 나온 김에 조금 더 학교와 학부모의 시각 차이를 이야기해볼까.
키키: 학부모가 기대하는 학교와 학교가 생각하는 학교는 정말 다른 거 같아. 학부모들은 학교를 ‘아이들이 보호받고 성장하는 공동체’로 바라보거든. 돌봄과 배움이 함께 있는 공간, 사회로 나가기 전 중요한 중간 기착지 같은 곳이지. 그런데 학교, 특히 교사 입장에서 보면 학교는 그저 ‘직장’이야. 아이들을 가르치고 행정 업무를 처리하는 ‘업무의 장’일뿐이야. 학부모는 공감과 소통을 기대하지만, 학교는 절차와 효율 중심으로 움직이려 하는 이 간극 때문에 같은 상황을 두고도 전혀 다르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어.
천둥: 그게 결국 상처가 되고, 그런 경험이 반복되면 학부모와 아이 모두 학교에 대한 ‘불신’을 갖게 되겠지.
키키: 그렇지. 학부모 입장에선 ‘우리 아이의 고통은 중요하지 않구나’라는 생각이 들고, 아이들은 ‘어른들은 내 말을 듣지 않아’라는 감정을 배우게 되겠지. 특히 학폭 같은 민감한 상황에서 학교가 절차 중심으로만 대응하면 학부모는 재판정에 앉아 있는 기분이 들고, 아이는 2차 가해를 당하는 것처럼 느껴지지.
이런 상처는 시간이 지나도 쉽게 잊히지 않아. 오히려 학교는 내 편이 아니라는 감정이 굳어지게 돼. 이런 건 제도나 시스템으로는 보완이 안 되는 일이야.
천둥: 그런데도 매번 제도만 손보잖아. 학폭 매뉴얼도 매번 업그레이드 하고, 교육청에서도 다양한 지원책을 계속 내오지. 현장을 누구보다 잘 아는 선생님들이 머리를 맞대는데 왜 해결이 안 될까.
키키: 우선, 선생님들이 너무 과중한 행정 업무에 시달리기 때문 아닐까. 뭔가 지원책이 나올 때마다 새로운 걸 익혀야 하고 문서화해야 하니까. ‘일이 더 늘어난다’고 느낄 수밖에 없을 것 같아.
학부모들이 관심을 갖고 뭔가 해보려고 해도 학교의 관행 때문에 예산이 제대로 집행되지 않거나 소통이 어긋나거나 하면, 학부모들은 소극적으로 움츠러들 수밖에 없어. 게다가 학부모들도 자신의 권리나 역할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고, 학교도 그걸 알려주려 하지 않아. 결국 다시 “무사히 졸업만 하자”는 분위기로 흐르는 거야. 문제 해결보다 회피 쪽으로.
천둥: 어떤 부분을 보완해야 할까.
천둥: 결국 제도가 아니라 태도의 문제라는 거네? 하긴 제도야 이미 다 마련되어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