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황업데이트: 차기작을 쓸 수 있게되었다!

대표님으로 전직한 스토리와, 차기작 근황 토크

by 정혜원

근 6개월 만에 글을 쓰러 돌아왔다. 이렇게 격조한 이유가 뭐였나 물으면 개인적으로는 글에 좀 질려서 다른 일을 좀 해보고 싶어졌고, 대외적인 이유로는 졸업까지 한 마당에 차기작 계약이든 다른 업종으로 전직이든, 취직이든 삶의 길을 좀 고민해볼 필요가 있었다.


마지막 업로드에서 ‘영화가 (내 길과) 맞는 것 같다’는 말을 당당하게 올렸지만, 사실 장편 떨어지고 나니 잘 맞는지 회의가 오긴했다. 나 혼자 잘 맞다고 생각해 온 것은 아닌가. 겨우 1년, 보상이 주어지지 않는 삶에 지치는 내가 10년을 이렇게 살 수 있을까. 취준생의 고민을 하며, 매일 같이 사업기획서를 썼다.


내가 잘하는 것은 무엇인가.
나의 원동력은 무엇이었나.

생각해 볼 시간이 필요했던 것 같다.


영화와 멀어지지 않으면서도 내가 잘하는 일로 내 경제적인 이슈들을 해결할 수 있는 일이 필요했다. 그래서 사업을 선택했고, 결국 지금은 겨우 투자 자본을 얻어서 조심스럽게 시작해보려는 단계다. 그러니까 전직을 한 셈이다. 대표님으로. 사무실도 생겼다. 잘 되면 놀러오시라.


다행히 하고 있는 사업이 영화와 멀지 않아서 기쁜 마음으로 한발씩 걸어 가다가도, 재무 회계 등이 다가오면 머리를 쥐어뜯는다. 왜 나는 종합대학을 나왔으면서 경영대 수업을 한번도 듣지 않았나. 뼈저리게 후회하다 보면 한 20%정도는 이해가 간다. 안쓰던 머리라서 익숙지 않은데 재미있는 것을 보면 앞으로도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


차기작 소식을 들려준다고 운을 띄우고는 사업 이야기가 길었다.


사실 영진위의 씬원 아카데미 2기 작가로 선발되어, 또 학생의 길을 걷게 되었다. 사주를 볼 때마다 학생은 정말 공부가 길다 더니 진짜 길다. 학부졸업 후 바로 전문사, 마지막 씬원까지. 꼭 마지막이길 빈다. (카파까지는 가지 않길…)


3월 말, 오래 고민했다.


영진위 제작지원을 넣자니 학교에서조차 선발되지 않은 내가, 이 넓은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당연히 다시 한번 떨어질 것만 같고, 내 문제점이 무엇일까. 매일 같이 내 시나리오를 읽었다. 분명 재미있다고 생각했는데, 부족한 부분이 보이기 시작한것은. 이 시나리오가 내것이 아닌것처럼 느껴지기 시작할만큼 오래 읽어 질릴때 쯤이었다. 구성이 치밀하지 않았고, 아이템은 너무 사적이었으며, 문장은 읽기 어려웠다.


부끄러웠다.


그래서 아카데미를 선택했다. 다시 한번 배움의 기회가 있어서 딱 한 편이라도 제대로 장편을 완성해볼 수 있길 바라며. 그 간절함이 아마 이번 선정의 이유였던 것 같다. 다시한번 감사드리며, 이번에는 꼭 좋은 장편을 완성할 수 있길 내 자신에게 최선을 다해보자고 다짐한다.


그리고 다시 종종 글을 쓰러 들르려 한다.


감사하게도 아직도 영화제를 돌고 있는 케이대의 관객분들 중 이 글을 소중히 여겨주시는 분들이 많아, 조심스럽게 차기작의 소식도 밝히고 곧 또 영화제를 돌 다음 작품의 소식을 함께 전하고 싶었다.



2019년 하반기에 찍었던 <보호자>라는 작품으로 올해 하반기부터 관객들을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이 작품은 ‘딸의 유방암 투병 사실을 딸의 여자친구에게서 전해듣는 명숙(50세)’의 이야기로 딸과 엄마의 삶을 받아들이는 시선의 차이를 다룬 작품이다. 20대 후반을 맞아 내 입으로 다 컸다는 말을 하는 딸과, 내 손으로 너를 다 키워냈다는 엄마의 이야기를 한번 해보고 싶었다. 부디 이 영화도 케이대 만큼이나 오래 사랑받을 수 있기를 바라며, 다음 소식으로 또 찾아뵙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모두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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