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그곳에 처음 방문한 것은 2025년 10월 어느 날이었다.
비가 올 거라 했던 그날, 맑게 갠 하늘을 보며 나가야겠다고 다짐했었다.
그렇게 갈 곳을 정하지 않고 무턱대고 걷던 내게 묘하게 눈에 띄는 가게가 있었다.
눈에 잘 띄는 민트색의 외관. 'Book'이라고만 적혀있는 윗간판.
모란, 그것도 술집이 늘어져 있는 그 거리에서 책을 주장하는 가게를 발견한 나는 몇 번이고 망설이다 문을 열고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들어가고 나서야 알았는데, 그 가게는 책방이었다. 이름은 '은지네책방'.
내부는 작지만 어딘지 정겹고 안락한 인테리어였다. 가운데에 큰 나무 테이블이 놓여있어 이 공간이 책을 읽는 사람들을 위한 공간이라는 것을 말하는 듯했다.
앉아서 책을 읽기 위해서는 음료를 주문해야 했기에 사장님께 메뉴 하나를 추천받았다.
고민하시던 사장님이 추천한 음료는 '말차라떼'. 막 달지도 않고 그렇다고 쓰지도 않은 딱 알맞은 말차와 우유가 섞인 그 맛은 다른 카페에서 마시던 말차라떼와는 전혀 달랐다.
너무 맛있어서 비법을 여쭤보니 온도가 너무 높으면 말차의 비린 맛이 올라온다며 일부러 차가운 말차라떼만 판매하신다고 설명해주셨다. 사장님께 말씀드린 적은 없지만 이 맛을 보고 두 번째 방문을 결정하였다.
그렇다고 차를 마시려고 책방을 가느냐 하면 그건 아니었다.
처음 간 날은 예정에 없던 방문이라 수중에 책이 없었다. 가게를 둘러보니 책이 많아 내가 읽을 수 있는 책은 없는지 여쭤보았다. 그러자 카운터 아래에 있는 책들은 사장님의 개인 서적이라 얼마든지 읽어도 좋지만, 맞은편 매대의 책들은 판매용이라 읽을 수 없다고 하셨다.
카운터 아래에 있던 책들 중 하나를 꺼내 든 책은 침묵에 관한 내용이었다. 그 책을 어느 정도 읽다가 내용이 마음에 들어 사장님께 이 책을 읽어보셨냐고 여쭤보았다. 사장님은 당연히 읽어보았다고 말씀하시며 자신이 꽤나 좋아하는 책이라고 밝혔다. 그렇게 읽은 책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이 공간이 주는 매력에 서서히 빠져들게 되었다.
그렇게 3개월이 지났다. 주 1~2번 책방에 드나들며 여러 음료를 마셔보고 사장님과 여러 이야기도 나누었다.
그 사이 내가 제일 놀란 점은 매대의 책이 갈 때마다 바뀌어 있다는 점이었다. 처음에는 문학 위주의 매대여서 주의 깊게 보지 않았는데, 매번 옷을 갈아입듯 바뀌어 있는 책들을 보니 자연스레 관심이 갔다.
매대의 책은 대부분 사장님께서 직접 읽어보시고 들여온 책이어서 그런지 내가 책에 대해 질문할 때마다 막힘 없이 설명해주셨다. 결국 구경만 하던 나도 언젠가 '이상'의 작품집 하나를 구매하게 되었다.
그 사이 책방에서 파는 메뉴도 늘었다.
특히 기뻤던 건 술을 팔기 시작했다는 점이었다. 처음에는 복숭아 맛 맥주로 시작해서 직접 만들어 주시는 말차 진토닉에 이어, 레드 와인과 화이트 포트 와인까지 파는 메뉴가 갈 때마다 늘어나 있었다.
술을 마시면서 책을 읽는 즐거움을 손님들이 알아주셨으면 해서 시작했다고 하셨는데, 일단 나한테는 영업 성공인 것 같다. 여기에 가면 두 번에 한 번 정도는 술을 주문하게 되었으니까.
간식류도 추가되었는데 직접 만드시는 레몬젤리부터 비스킷이나 블랙, 그린 올리브 등 먹을 것이 점차 늘어갔다. 특히 유튜브에서 만드는 법을 배웠다는 레몬젤리는 처음 먹은 이후로 생각나서 종종 시키곤 한다.
개인 책방인지라 수가 많지는 않지만 그만큼 사장님의 정성이 묻어나는 책 매대. 맛있는 술과 간식. 부담스럽지 않은 분위기. 그리고 무엇보다 때론 즐겁게 대화해 주시고 책 읽을 때는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주시는 사장님이 계신 은지네책방.
내가 갔을 때 자리가 없을까 봐 알리고 싶지는 않았지만, 나만 알고 있기에는 아까워서 이렇게 적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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