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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반려견이자 노령견이었던 꼬맹이를 기억하며...

by 보니또글밥상

볕이 좋았던 어느 날에 카펫을 털다가 카펫 뒷면에 붙어 있던 무언가를 발견했었어.

'뭐지"?'하고 유심히 보니 꼬맹이 네 털이더라.

그 털은 이내 너를 생각하게 했고 잠시 머뭇거렸던 나는 카펫에 붙어 있던 몇 가닥의 털을 모아서 작고 투명한 비닐봉지에 넣어두었어.


그 털 한 가닥에 너를 떠올릴 정도로 그리워하게 될 줄 알았더라면 네 물건 모두를 정리하지 말걸...

너를 수목장 하지 말걸...

아니 너를 안락사시키지 말걸...

네가 아프기 전에 더 잘 보살펴주고 관심을 가지는 세심한 보호자가 될걸...


지금에 와서 그런 후회를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니... 네가 없는 세상에서 다 부질없는 짓이지.

그래도 내가 잘한 게 있다면 올해 브런치 작가가 되어 꼬맹이 너하고의 추억들을 기록한 것이었어.

작년에 너를 보내고 견딘 시간들이 올해는 다르게 다가오더라.

아마도 너에 대한 죄책감과 너를 향한 그리움 등의 혼재된 감정들이 날 무겁게 짓눌렀는데

그런 감정들을 들어 올리고 싶었던 마음이 컸던 것 같아.


그러한 감정들을 풀어내는 방법으로 '글쓰기'를 선택한 나는 꼬맹이 너에 대한 이야기들을 써 내려갔어.

너를 처음 만난 순간들부터 너와 마지막까지 같이 했던 순간들까지.

17년이란 시간을 같이 한 너와 나.

행복했던 추억들을 써 내려가며 미소를 짓기도 했고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은 순간들을 써 내려가며 자책하기도 했지.

하지만 그런 시간들은 결코 헛되지 않아서 나의 마음이 많이 안정되었어.

나의 안정된 모습을 보면 꼬맹이 너도 좋아하겠지?


다음화면동시에 꼬맹이사진노출.png


그리고 꼬맹이 네 덕분에 내가 쓴 브런치 글이 다음 메인 화면에 노출되는 놀라운 경험을 하기도 했는데

꼬맹이 너도 봤지?

너도 나처럼 기뻐했겠지?^^

25.5.27 다음브런치하단노출 오후 5시 29분.png

어디 그뿐이니?

브런치 홈페이지 상단에도 노출되고 하단에도 노출되는 영광도 누렸단다.

가끔 나에게 잘 안 찾아온다고 징징 거린 내가 많이 안쓰러웠을 꼬맹이.

내가 브런치 작가가 되고 이런 경험도 하게 된 건 너의 또 다른 선물이겠지?

고마워.


이렇게 글을 쓰는 오늘도 비가 내린다.

비가 내리는 날이면 꼭 네가 생각나는데 꼬맹이 넌 어떠니?

너도 나처럼 비 내리는 하늘을 보면서 네가 떠난 그날을 기억할까?

나는 네가 떠난 그날이 떠오를 때마다 슬픔이 북받쳐 올라오는데

정작 당사자인 너는 오히려 무덤덤하려나...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그립고 보고픈 꼬맹아.

꼭 하고 싶었던 말은 아프지 말고 잘 지내라는 것이었는데 언니의 넋두리가 길어져서 미안해.

아무튼 내가 널 보러 갈 때까지 건강하고 날마다 즐겁게 지내길 바라.

그리고 내가 지구에서의 소풍을 마치고 떠나는 시간에 나를 마중 나오는 거 잊지 말고.

내가 너를 알아보듯이 너도 날 알아볼 테니 알았지?


나의 유일한 노령견이었던 꼬맹이를 기억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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