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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민석 Feb 05. 2024

수학공부를 위한 준비는 교재와 연습장부터...



초창기 학원에서 강사생활을 할 때부터 지금까지 지켜오는 여러 가지가 있다. 


그중에 하나가, 교재 준비와 연습장에 관해 준비시키는 것이다. 


난 학생들이 숙제를 안 해오면 반드시 야단을 친다. 예전엔 매도 많이 들었다. 블로그 대문에 내 캐릭터가 있을 텐데, 자세히 보면 죽도를 들고 있는 모습이다. 그걸로 애들을 많이 때린 적도 있었다.(여담으로, 2005년 즈음에 내게 가장 많이 맞았던 아이가 지금까지도 가끔 연락한다. ㅋㅋ) 아무튼, 정확한 원칙을 가지고 남녀 차별 없이(?) 체벌을 했으므로, 단 한 번도 체벌에 관해 컴플레인을 받은 적은 없다. 고등부에 가서도 나보다 큰 고등학생 놈들을 체벌했고, 학교 체벌이 금지된 상황에서도 난 체벌을 했었다. 아이들이 신고를 했다면 잡혀 갔겠지만, 아무도 신고를 안 하더라. 부당하게 맞은 게 아니란 걸 아이들이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2012년부터는 체벌을 안 했다. 여러 이유로... 


얘기가 잠시 샜는데, 체벌의 분명한 몇 가지 이유 중에 숙제 안 해오는 것이 있고, 교재 안 가지고 오는 것, 연습장 안 챙겨 오는 것 등이 있다. 사실 이게 다일뿐이다. 단 한 번도 성적이라든가, 태도로 인해 체벌한 적은 없다. 수업에 있어서 첫 번째로 중요한 것이 준비라고 믿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이유 중에도 가장 강력한 것이 있었으니, 바로 교재 준비다. 숙제 안 해오는 것은 여러 이유로 가끔 그냥 넘어갈 때도 있다. 하지만, 교재를 깜빡하고 안 가져왔다던가 하는 것은 한 번도 그냥 넘어간 적이 없다. 나중에 체벌은 안 하기로 마음먹은 후에도 반드시 한참을 야단치고 나서야 수업을 시작하곤 했다. 솔직히 수업받을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가방에 교재 넣어 가져오는 것을 잊었다는 것은 어지간한 변명으로도 납득이 안 된다. 그저 본인의 관심이 부족했을 뿐. 달리 무슨 이유가 있겠는가?


교재를 안 가져온 아이에게 체벌 이외에도 추가적인 벌이 나가곤 했다. 수업 내용을 모조리 연습장에 쓴 후, 집에 가서 수학 노트에 옮겨 적도록 하는 것이었다. 아이들 입장에선 무지 피곤한 일이다. 처음 내 수업에서 이런 일을 당한 아이들은 무척 당황한다. 여태껏 이런 적이 별로 없었다는 눈치로, 별거 아닌 일로 난리 치는 선생이라고 여기는 듯하다. 하지만, 몇 번 당한 아이들은 교재를 안 가져오는 일이 거의 없어지게 된다. 그리고 나중에는 내가 그러는 이유를 모두 납득하곤 한다. 


거듭 강조하는 거지만, 수업을 위한 교재는 해당 과목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이며 필수적인 준비 요소라고 강력히 주장한다.



다음은 연습장. 여기서 말하는 연습장은 형태적인 요소가 아니다. 즉, 반드시 스프링노트 형태의 갱지 또는 백지 연습장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여기서 말하는 연습장이란, 문제를 풀 공간이 있는 빈 종이를 말한다. 이면지도 좋고, 쓰다 남은 노트도 좋고, 그냥 A4 용지도 좋고 빈종이면 OK~! 


자 이게 왜 중요하냐 하면, 수학문제 풀이의 습관을 만드는 데 있어서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풀이과정의 중요성을 더 이야기하는 것은 필요 없을 거라 믿는다. 서술형, 수리논술을 대비하기 위함도 있지만, 근본적으로  학년을 올라갈수록 수학 공부의 효율성에 있어서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아래의 예를 들어 설명해 보겠다. 고등학교 1학년의 A, B 두 유형의 학생이 있다고 가정하자. A학생은 그림과 같이 17번 문제를 풀면서 풀이과정을 연습장에 일목요연하게 적으며 푸는 습관을 가졌고, B학생은 풀이과정이랄 게 없이 그냥 끄적이면서 푸는 안 좋은 습관을 가졌다고 가정해 보자. 17번은 중상 정도의 난이도라 가정하고, 약 10~15분의 시간이 소요되었다고 했을 때, 두 학생 모두 36의 답이 나왔다고 생각해 보자. 그런데 이 답이 틀린 답일 때, 두 학생의 극명한 차이가 생기게 된다.



A 학생의 경우, 해답지를 보며 어디서 틀렸는지 분석하게 될 것이다. 몇 군데 생각의 갈림길이 있을 때, 어디에서 본인 생각이 틀렸었는지, 혹은 단순한 계산 실수였는지를 자세히 확인할 것이다. 이때, 검토에 필요한 시간은 대략 3~5분이면 충분하다. 그 이하일 가능성이 더 크다. 하지만, B 학생의 경우에는 얘기가 완전히 다르다. 풀이 과정을 쓰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중간 과정에 암산도 많이 사용했을 거라 예상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어디 부분에서 본인이 틀렸는지 확인하기가 매우 어렵다. 이 학생이 선택할 방법으로는 자신의 풀이과정을 살펴보기 어려우므로, 다시 풀어보는 것뿐일 것이다. 다시 풀자면, 처음보다는 단축된다고 해도 10분 정도는 소요될 것이다. 


자, 단순히 계산해 보자. 매일 수학공부를 하는 비교적 착실한 학생이라 할 경우, 이런 문제가 평균 하루에 4문제가 발생한다면, 하루 평균 20분의 시간이 차이가 나게 된다. 즉, A 학생이 20분의 여유시간이 생긴다는 것이다. 20분이 별거 아니라 할 수도 있지만, 이런 시간이 모인다면, 한 달에 600분 대략 10시간, 고교 3년이라면, 대략 360시간의 차이가 벌어지게 된다. 대략적인 계산이라도 실로 엄청나다 할 수 있다. A 학생은 그 시간을 활용하여 다른 무엇도 할 수 있다. 꼭 공부가 아니라도 TV 뉴스를 볼 수도 있고, 책을 읽을 수도 있고, 영화를 볼 수도 있고...


두 학생의 공부량은 동일하다는 전제 하에서 말이다. 이렇게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른다면, B 학생의 입장에서 이런 생각을 할 수도 있다. " A 저 녀석은 나보다 공부를 더 하는 거 같지도 않은데 항상 나보다 잘한단 말이야... 나보다 머리가 좋은가? 쩝... 제길..."  더욱이, A 학생은 책, 영화, 뉴스 등을 보았기에 나중에 대학별 고사(논술 등)에서도 훨씬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게 될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아마도 B 학생은 A 학생과 자신과의 작은 습관(연습장에 풀이과정 제대로 쓰기)이 이러한 큰 차이를 만들었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할 것이다. 실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이러한 습관은 언제 형성되어야 할까? 몰론 초등학생 때부터 만들면 좋겠지만, 내 생각에 중학교가 적합한 시기라고 생각한다. 중학교에서부터 연습장을 사용한 풀이를 함으로써, 차근차근 만들어야 한다. 처음부터 잘 되지는 않겠지만, 꾸준히 연습해서 반드시 만들어야 할 것이다. 위에서 언급한 예는 다소 극단적일 수 있겠지만, 결코 부정하기 어려운 사실이기도 하다.




책에다가 직접 문제를 푸는 습관을 가진 학생들이 무척 많은데, 이는 반드시 고쳐야 하는 나쁜 습관일 것이다. 학생들로서는 책에다 푸는 게 가장 편하다. 적당히 공간도 있고, 바로바로 확인 가능하고... 하지만, 이는 매우 근시안 적인 생각이다. 고등학생이 되면, 바로 깨닫게 된다. 고등학생 수준의 문제 중 상당수는 교과서나 문제집의 작은 공간에 풀기가 결코 쉽지 않다. 그만큼 난이도가 올라가고, 풀이과정 역시 길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책에다 푸는 습관을 계속 유지하려 한다면, 당연히 중간과정에 암산을 사용하게 된다. 쓰는 공간이 적으므로 불가피한 선택이다. 이런 습관은 문제의 답이 맞는다면 모를까, 틀려서 검토를 해야 한다면 위에 언급했듯이 후에 엄청난 차이를 야기하게 된다.  


수학의 정석은 모두가 아는 책이다. 이 책이 사랑받기도 하지만, 엄청난 애증(?)의 대상이 되기도 하는데, 필자로서는 이 책의 매우 탁월한 부분을 하나 꼽을 수 있다. 책이 다소 작고, 책에 풀이를 쓰기가 매우 어렵게 편집되어 있다는 점이다. 특히 정석의 연습문제는 문제가 매우 촘촘히 편집되어 있어서 좀 짜증이 날 정도이다. 하지만 이 덕분에, 책에 풀이를 할 수가 없다. 어쩔 수 없이 연습장을 사용해야 한다. 안 그러면 이 책의 문제들을 풀기가 매우 힘들다. 이 책으로 공부하다 보면 연습장의 사용을 습관으로 만들 수 있게 된다. 아쉬운 것은 중학생 대상으로는 이런 좁은 공간의 책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학생들이 이 글을 보고 있다면 한번 기억해 보시길... 여러분들이 수학 질문을 하기 위해 학교 또는 학원의 수학선생님께 문제를 들고 갔을 때, 선생님이 가장 먼저 하는 행동이 과연 무엇일까? 100%는 아니겠지만, 대부분의 경우 가장 먼저 빈 종이 하나를 꺼내실 것이다. 그게 이면지일지 새 종이일지, 학생의 연습장일지는 몰라도 아무튼 빈 페이지에 풀이를 써 내려가기 시작할 것이다. 어떠신지... 기억이 나시지요? 대부분 맞을 겁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더 강조하고자 한다. 연습장을 사용하는 것 자체만 본다면, 무척 쉬운 일이다. 하지만, 위의 B 학생처럼 쓰게 된다면 사실, 의미 없다. A 학생처럼 가능한 한 일목요연하게 줄 맞춰서 쓰는 연습을 하기 바란다. 글씨를 잘 쓰란 말이 아니다. 필자도 지독한 악필이다. 하지만, 자신도 못 알아볼 정도로 마구 쓴다면 연습장 사용은 종이 낭비일 뿐일 수 있다. 또박또박 연습장에 풀이를 쓸 것을 강조한다.


한편, 연습장의 활용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매우 중요한 노트필기에 있어서 그 역할이 이어지게 된다. 그 이야기는 다음번에 할 예정이다. 


수학을 잘하고 싶다면, 교재와 연습장을 반드시 챙겨서 가지고 다닐 것을 강력히 요구하는 바이다. 연필이나 샤프로 수학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교재와 연습장의 중요성에 미치지 못한다고 말할 수 있다. 




https://tong-math.tistory.com/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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