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 C.S.Lewis -

지속가능한 유럽식 경영 바로 알기
by 투심몽키 Jan 08. 2018

우유가 맛있는 사회가 행복한 사회다

난 어릴 때 부터 우유 (초코 우유 제외) 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앞에 있으면 마시기는 하지만 굳이 찾아서 마실만큼 좋아했던 적은 없다. 그런 내가 파리에 와서는 우유를 엄청나게 마신다. 왜? 맛있어서. 내가 마시는 우유는 브리델 우유. 마트에서 판매하는 우유 중에는 가격이 조금 높은 편에 속하는 우유다.



브리델 우유에 관해서 간단히 얘기해보자면, 한국에서도 미식가들 사이에서 버터와 치즈로 제법 유명한 브리델 (Bridel) 의 제품이다. 브리델은 브리 치즈의 원산지인 브르타뉴 (Bretagne) 지역의 대표 유제품 기업이다. 브리델은 1990년 프랑스에서 두번째로 큰 식품 기업인 Lactalis 그룹에 인수되는데, Lactalis는 까망베르 치즈의 원산지로 유명한 노르망디 Normandie) 지역의 대표 유제품 기업이다. 브르타뉴, 노르망디 두 지역은 프랑스 북서쪽 지역으로 프랑스 내에서 드물게 포도가 재배되지 않아 (기온이 낮아) 와인을 생산하지 않는 대신 목초지가 풍부하여 소를 키우기에 적절한 청정 지역에 해당된다. Lactalis 그룹은 이 두 지역을 기반으로 세계적인 유제품 기업으로 성장한 것이다.  


내가 프랑스 마트의 여러 우유 브랜드 중 브리델 우유를 먹기 시작한 이유는 1) 유기농 우유이고, 2) 파스퇴르 살균법 (저온 살균) 을 사용했고, 3) 브르타뉴라는 특정 지역에서 생산된 우유이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유기농 식품이 일반 식품보다 맛있다는 주장에 동의하지는 않지만 최소한 우유에 있어서만큼 유기농이 비유기농 우유보다 월등히 맛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저온 살균 우유가 고온 살균 우유보다 맛있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고, 지역 명을 앞세운 우유가 그렇지 않은 우유보다 맛있을 확률이 높다고 생각하기에 브리델 우유를 선택해서 먹기 시작한 것이다. 내가 맛있는 우유를 고르는 법이다.    


프랑스 전국 지도


우유를 좋아하게 되면서 한가지 습관이 생겼는데, 바로 유럽 내에서 여행을 다닐 때 마다 각 도시의 우유를 맛보는 일이다. 그런데 여러 도시의 우유를 맛보다 보니, 문득 해당 도시의 우유 맛과 그 도시 주민들의 행복도가 비례하는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심지어 도시 별 행복 지수를 찾아서 비교해보니 실제로도 얼추 상관 관계가 있어보이는 것이 아닌가! 내 가설이 맞다는 전제 하에, 그 근거에 관해 생각해보았다.


1. 우유 맛과 젖소 품종: 젖소의 품종은 우유 맛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다. 일반적으로 전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사육하는 젖소 품종은 홀스타인 종. 착유량 (우유 생산량) 이 다른 종들에 비해 훨씬 많기 때문이다. 한국의 경우 젖소 중 홀스타인 종의 비중이 99%, 낙농 강국인 프랑스도 홀스타인 비중이 90% 가 넘는데, 이는 우유는 마진이 박한만큼 생산량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다만 홀스타인 종에서 생산되는 우유는 유지방율이 낮고, 단백질 함유량이 낮기에 맛이 없으며, 치즈 및 버터 등 다른 유제품을 만들기에도 적합하지 않다. 그렇기에 영미계 낙농 강국인 뉴질랜드, 호주, 미국에서는 저지 종, 스위스에서는 브라운 스위스 종, 프랑스에는 노르망드 종 등 착유량은 낮지만 우유의 지방률과 단백질 함유량이 높은 젖소를 사육하는 이유다. 내가 좋아하는 브리델 우유가 바로 노르망드 종의 우유로 생산한 제품이다.


즉 우유가 맛있는 사회는 음식의 양보다 질을 중시할 수 있을 정도의 여유가 있는 사회를 의미하는만큼 사회의 행복도가 높다고 생각한다.   


2. 우유 맛과 살균 방식: 살균법은 우유 맛을 좌우하는 또 다른 중요한 기준이다. 우유를 살균하는 방식에는 초고온 살균법 (120~135도에서 2초), 고온 살균법 (75~85도에서 15~20초), 저온 살균법 (파스퇴르 법, 65도에서 30분) 등이 있다. 국내 우유의 대부분은 초고온 살균법으로 생산되었는데, 이들 우유 업체들은 그 이유로 짧은 시간만 살균하는만큼 우유 맛의 변화가 가장 적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실상은 1) 저온 살균법은 살균 비용이 높고, 2) 저온 살균을 위해서는 세균수가 적은 원유를 사용해야하기 때문 (역시 비용이 높아짐). 국내에서는 파스퇴르 우유가 최초로 저온 살균법을 채택했는데, 그랬기에 기존 우유 업체들의 엄청난 공격을 받았었다. 현재는 파스퇴르 우유 외에도 상아 목장 우유 등 여러 프리미엄 우유 브랜드들이 저온 살균법을 사용하여 우유를 생산하고 있다. 브리델 우유 역시 파스퇴르 살균법 사용.


즉 우유가 맛있는 사회는 맛있고 건강한 (우유의 경우 담백질 함량이 높은) 음식을 위해서 높은 비용을 감수할 수 있는 행복한 사회라고 볼 수 있다. 


삼시세끼에서 균상이가 사용했던 살균법이 바로 파스퇴르 살균법 (저온 살균법)



3. 우유 맛과 자연환경: 우유가 맛있으려면 자연 환경이 뛰어나야 한다. 젖소를 방목할 넓은 목초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환경은 한 사회의 행복도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다. 가령 우유 또는 유제품이 유명한 일본 홋카이도, 스위스 (알프스), 덴마크, 프랑스 노르망디 등은 모두 자연환경이 뛰어난 것으로 유명하다. 1) 이러한 청정 지역이 한 국가 내에 존재한다는 점, 2) 청정 지역에서 생산된 우유가 도시 지역까지 유통될 정도로 교통망이 잘 갖춰져 있다는 점 (우유는 유통기한이 짧고 유통 비용이 높은 제품) 은 결국 사회 구성원들이 청정 환경을 즐길 수 있는 여건히 충분히 갖춰진 사회 임을 의미하는 것이다.


즉 우유가 맛있는 사회는 사회 구성원들이 여유를 즐길만한 자연 환경을 지니고, 이를 즐기는데 소요되는 시간적 비용이 낮은 사회 임을 의미한다. 


4. 우유 맛과 우유의 다양성: 우유가 맛이 맛있는 나라는 크고 많은 우유 브랜드가 많은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시장에서의 경쟁이 존재할 때 제품의 품질은 높아지기 마련. 이러한 경쟁의 존재는 영세한 기업들도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졌거나, 여러 식품 업체들이 경쟁할만큼의 소비 시장의 규모가 되는 사회 임을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


즉 우유가 맛있는 사회는 영세 업체들도 수익을 낼 수 있고, 소비자들에게 다양한 선택권이 주어지는 행복한 사회를 의미한다고 생각한다.  


5. 우유 맛과 성장 과정: 발달 심리학에 따르면 행복감을 느끼는 정도는 어린 시절에 형성된다고 한다. 어린 나이부터 맛있고 영양소가 풍부한 우유를 먹고 자란 아이들이 행복감을 잘 느끼는 성격을 형성할 확률이 높지 않을까? 과학적 근거는 없는 개인적인 생각일 뿐이긴 하다.  



이상 우유가 맛있는 사회는 행복도가 높은 사회일 것이라는 다섯가지 근거들을 제시해봤다.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나는 우유 맛을 한 사회의 행복도를 판단하는 휴리스틱 (heuristic: 시간, 자료, 인지적 자원 등의 부족으로 논리적 추론이 아닌 경험과 직관으로 대충 답을 찾는 사고방식을 의미하는 심리학적 개념) 으로 사용하고 있는 셈이다.  

keyword
magazine 지속가능한 유럽식 경영 바로 알기
파리 거주중. 유럽을 여행하며 투자 인사이트를 얻습니다. 브런치북 프로젝트 5회 금상 수상자.
댓글

    매거진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서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