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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oots Oct 11. 2023

새로운 길을 보여주는 불편함

가끔 며칠 시간을 두고 하나의 대상에 집중해서 그림을 그릴 때가 있다. 화분과 같은 하나의 대상에 여러 가지 재미있는 변주를 주면 가능해지는 작업이다. 잉크 펜 드로잉에서 색의 제한을 두고 다른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하게 된 것이다. 이것을 통해 나는 화분샤워기나 화분구두를 그릴 수 있었다.


첫 작업실에 들어가서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물감으로 종이에 나무를 옮겼다. 매일 그리고 며칠 동안 나는 불편하게만 느껴졌던 몸의 떨림에 기대어 나의 의도나 구상과 상관없는 나무를 그렸다. 몸의 떨림을 그대로 종이에 옮기는 것은 내 그림에서 또 다른 재미의 영역이다. 무의식과 연결해 봐도 좋을 지점이다. 나는 물감을 사용하면서 불편하다고 느꼈던 지점을 그림에 녹이는 것이 일종의 실험이 될 수 있겠다고 느꼈다. 그림을 망치는 것이 그림을 여는 새로운 길이 되는 것이다.


불편함을 감각한다는 것이 항상 부정적이지 않다. 오히려 마주치지 않았던 다른 새로운 길을 안내하는 이정표가 되기도 한다. 불편함은 좋은 언어를 발견해 주는 도구가 될 수 있다. 불편함을 조금 더 객관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너와 내가 다른 이유가 있다. 여기에서 느끼게 되는 불편함이 있고, 이 불편함을 통해 서로를 알아간다. 나에게 장애는 언어를 발견해 주는 출발점이다. 때로는 장애로 어려움을 겪지만 반대의 경우도 절반 정도 있다. 장애를 통해 무언가를 배운다는 것은 장애가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런 불편함을 겪으면서 내가 장애를 통해 얻은 것을 생각해 본다.


아래의 그림들은 그때 그린 나무 페인팅이다. 사람이 가끔은 어떤 대상에 집착하는 것이 때론 필요하다. 장애에 집착하는 것과 그림을 그리는 것은 서로 어느 지점이 닿는다. 다시 집착할 때가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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